팔십 줄 ........치매 들고도 남을 나이에 지금까지 탈 없이 버티며 살아있어 그저 좋네요.
그건 뭐든 할 수 있다는 재미가 솔솔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내 삶의 무늬와 빛깔, 그리고 못다 한 해야 할 일들이나 하지 못 한 말들, 가까운 사람 만나는 일, 고맙게도 돋보기안경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재미로 오늘도 내 인생 궤짝에 차곡차곡 채워둔 파노라마 상자를 끄집어내 무언가를 챙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하루 일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 등....... 새벽 3시 30분 기상 시간, 곁에 곤히 잠든 아내의 그 곱던 손이 이제는 장작개비 같은 마디마디 같아도 세상을 함께 간다는 감사에 그저 좋아, 예전 같으면 짓궂도록 비비며 귀찮게 만들었을 터인데 이젠 그냥 두 손 꼭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확인하는 벗이니 그저 고마운 거란 게 바로 이런 걸까요?
젊을 적 볼펜 글씨로 끌쩍거리던 종이가 방바닥에 나뒹굴던 시절보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글을 쓸 수 있어 참 좋고, 모르거나 의문스런 것 있으면 검색창 열면 해답이 바로 나오는 세상, 오래 살고볼 일이네요. 진정 행복의 샘은 이렇게 마음비우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니 덤으로 사는 재미가 솔 솔한데 이 기분 종일토록이나 내일까지도 이어진다는 게 허튼 생각이지만, 옛말에 ‘활구자 승어사정승’(活拘子 勝於死政丞) ‘산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죽어버린 박사보담 살아있는 멍텅구리 당신이 훨씬 복 받은 성공의 바로미터라고 하더군요.........
고대 로마의 대철학자 <키케로>가 죽기 전에 노년에 대해 쓴 말 중에 “노년은 쾌락(貪慾)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덕의 근원인 그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라 했다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게 다 각양각색(every kind and description)이라 생각하는 차도 가지가지인데 노년은 버림받은 게 아니라 외려 해방되는 것이라는 노인들 생각이 자유라지만, 누구나가 표내지 않은 가슴에 멍 자국 훈장들만 깊숙이 못 밖인 낙조(the glow of the setting)인생으로 남아있겠지요. 그러면서도 아직 몸이 성해 빈둥거리듯 사는 사람, 잘 산다 껍적거리는 이들 집 들여다봐도 맨날 천 날 멱살 잡는 일이 다반사라, 웃음꽃 넘치는 초가삼간, 그저 비실비실 맘 비워 살아가도 그게 잘 사는 거 아닐는지요. 알고 보면 저마다 사는 게 제멋에 겨워 사는지라 인생인지 뭔지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다보니 호락호락 되는 거나 해 놓은 게 하나 없고, 이 모양 이 꼴로 뜬구름만 잡다 살아온 신세타령뿐이랍니다.
목적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게 참으로 어려워 그러지 못한 세월들만 쌓이고 쌓이다보니 뉘우쳐본들 배 떠난 뒤 손 흔드는 꼴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네요. 뱃길에 펄럭이던 청춘의 깃발도 추억일 뿐, 이제라도 제발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멀쩡한 세월만 한탄하고 말았으니 연장전도 없는 인생, 다음 세상 기약해 본들 무슨 소용 있나요?
말은 다 그럴싸하게 ‘그저 힘차게 걸어라.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 아침에 희망과 의욕으로 힘차게 일어나라. 그리고 당당하게 가슴 활짝 펴고 걸어가라. 오늘 일을 오늘로 끝내라. 시간을 정해놓고 책속에 깊이 빠지면 길이 생긴다는 것 잊지 마라. 웃는 훈련을 계속 반복하면 하는 일도 잘 풀리고 마음도 바뀐다더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면 일종의 공해가 되고 잡혀간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말을 해라. 하루 한 가지씩이라도 좋은 일하면 행복이 가득 차 진다. 자신을 해방시켜버려라. 어떤 어려움이라도 마음을 열어 재치고 밀고 나가보라 안 되고, 힘들다 던 매듭이 풀려날 때가 생겨난다. 우선 닫쳐진 자신의 마음을 열 줄 알아라. 마음이 열리면 행복도 함께 열린다. 사랑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뜨거운 용광로처럼 젊음을 불태워보는 용기를 키워라. 자신을 매일매일 빠짐없이 사고하는 속에 발전이 생겨난다. 생각 없는 마음은 하루로 끝마쳐라. 잠들기 전에 하루를 점검하고 난 다음 눈을 감아라. 나를 언제나 발전시켜라. 공짜는 주지도 받지도 마라. 사소한 일로 원수를 맺지 마라. 만일 그런 일에 얽힌 경우 매듭은 빨리 풀어버림이 좋다. 좋다고 해서 금방 달려들지 말고, 싫다고 해서 금방 달아나지 마라. 은혜를 받았거든 적게라도 보답하라. 세상에 태어난 것을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죽어서 천당 갈 생각 말고, 살아서 원한 살 짓 하지마라.......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게 참 바르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익혀가면서도 어려운 게 인생사라, 그래서 일생을 속고 산다고 한다지요.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어려운 사선을 뚫고 기어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용기랍니다. 이런 때 다시 이 분을 생각해보지만,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헬렌 켈러> 과연 그녀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기조차 불편한 천형(天刑)(the punishment of Heaven)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대표자로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마지막 소원인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말로 인간이기에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고 삶의 자신감을 보여준 표현은 감동이고도 남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가 위기나 절망의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절박함에서 다시 일어선 밑바닥 인내의 반란,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인 사명감(a sense of duty)이기에 오히려 목적을 이루고 완수하고자하는 불굴의 투혼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성공한 사람보다는 사는 동안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게 외려 값진 인간으로 돋보이듯 자신의 인생은 오직 당신 자신이기에 자기소임을 다하는 성실함이 중요합니다.
인생길 여로(a journey)에 가다보면 해는 중천을 훨씬 지나 서쪽 끝자락 붉게 물든 태양이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깊숙한 바다로 빠져 들어가네요. 무엇을 더 욕심내고, 무엇을 더 탓 하리오! 어차피 이승의 길 노을에서서 가끔씩 밤하늘별을 헤이며 노자도 없이 뜨거운 눈물 한 방울 지상에 떨어뜨리고 떠날 한줌의 흙인걸요........ 바람처럼 허허로운 것이 우리들 인생이라 나머지 삶을 물처럼 유유히 흐르다 가는 우리들 영혼이 아닐 런지요.
살아가는 날까지 만난 인연들 중히 여기고 상대의 가슴에 생체기 남기지 말고, 등지지 말며 서로 웃고 사랑하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훌 그냥 떠돌다가는 그게 진정 잘 사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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