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곤 한다. 나이가 꽤 먹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게임 중독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결국 어두운 미래뿐이다. 그들에게 걸 수 있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른들은 조급증에 걸려 천지분간을 모르고 날뛰는 경우가 많다. 빚도 갚고 싶고, 좋은 집을 장만하고 싶고, 노후대책도 세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만 해결될지를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기만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보증을 서게 하거나 보증을 서주어서 신세를 망친 경우가 많았고, 나아가 자신은 물론 남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허다했다. 인생을 십년 단위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때 그 중요한 젊은 시절의 10년을 헛수고로 보내고 만다. 헛걸음친 10년이 회복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회복이 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야한다.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고 그러한 우둔함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독서뿐일 것이다. 오직 독서만이 해결책인 것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니까 그 머리에 무명초가 자라나는 것이다. 독서를 않으니까 헛된 생각, 헛된 망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망치기까지 하는 것이다.
내 삶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독서에 답이 있다. 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독서에 답이 있다. 독서가 결국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고, <M. 몽테에뉴>는 “독서하는 것과 같이 안가(安價)이며,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고 말했다. <F, 베이컨> 역시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잠론(談論)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筆記)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M.T. 바로>는 “책을 읽는 사람은 참된 벗, 친절한 충고자, 유쾌한 반려, 충실한 위안자의 결핍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연구에 의하여, 독서에 의하여, 사색에 의하여, 한서(寒暑)의 구별없이, 또 운 불운의 차가 없이, 어린애 같이 자기를 즐겁게 하며, 또 유쾌하게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박세당(朴世堂)>은 “글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사리를 판단하는 눈이 밝아지며 어리석은 자도 총명해지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흔히 세상에 독서를 부귀나 공명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모르는 속인(俗人)이라 할 것이다”라며 독서의 즐거움을 말했다. 독서의 진정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부귀나 공명을 얻으려고 한다며 그런 사람은 속인이라고 꾸짖었다.
나폴레옹은 독서열이 대단했는데, 여행을 다닐 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한 번 읽은 책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내버렸다. 마차에서 읽은 책은 늘 창 밖으로 던져버렸다.
독서에 관해 이름 있는 현자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사기'의 '유림열전편'에는 장막을 치고 공부를 한다란 뜻의 ‘하유독서’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대학자 동붕서(董仲舒)는 강학을 할 때 장막을 다 내리고 문을 걸어 잠갔다는 것이다.
남북조 시대의 문인이었던 안지추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을 지은 사람이다. 그는 “재물을 많이 쌓아 주는 일은 재주를 몸에 지닌 것만 못하다. 재주 중에 익히기 쉽고 귀한 것은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어진이나 어리석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많은 사람을 알고 여러 가지 일을 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는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먹거리 마련에는 게으르고, 따뜻이 지내려고 하면서 옷 해 입는 데는 나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재물이 많으면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재물 지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떼부자가 되었다가도 당대에 망해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어도 지키기는커녕 다 말아먹는 2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재물을 건강까지 헤쳐 가며 모을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현자들은 독서를 함에 있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첫째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죽는 날까지 독서하는 습관을 지켰다는 점이다. 셋째는 책을 아끼고 좋는 책은 여러 차례 읽으며 평생 소장한다는 점이다. 넷째는 보고 싶은 책은 빌려서라도, 찾아서라도, 구해서라도, 베껴서라도, 사서라도 반드시 본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는 삼위일체를 가졌다는 점이다. 여섯째는 옛 책과 새로운 책을 같이 중시한다는 점이다. 일곱째는 읽는 데 머무르지 않고 깊은 사색을 강조하고, 깊은 사색을 통한 제기의 중용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여덟째는 여행이나 현장 학습을 함께 중시했다는 점이다.
먼저 공자(孔子)의 공부법은 어떠했을까.
공자는 지원전 551년에 태어난 춘추시대의 위대한 학자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로서 유학을 창시한 사람이다. 석가모니, 예수와 함께 세계 3대 혹은 4대의 성인이다. 그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정치사상을 전파하였는데, 평생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공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어머니는 놉으로서 일을 하며 공자를 길렀다. 공자는 평생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했는데 70여 년에 이르는 공자의 삶이 반영된 책이 '논어'이다.
공자는 논어 술이편(述而篇)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면서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옛것을 좋아하고 힘써 탐구하는 사람일 뿐이다.
참으로 솔직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나면서부터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다”라고 말했는데 공부와 생각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독서와 사색이 함께 했을 때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면 앎에 가까워진다”고 했고, “지식인이 고전을 두루 배우고 예로써 요약한다면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큰 바다를 항해하려면 큰 배가 필요하듯이 넓게 배우는 ‘박학다식’의 학문만이 어긋남이 없다는 것이다.
옛것을 공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강진에는 양광식 선생처럼 훌륭한 분이 있어 강진의 역사, 풍습, 지리, 인물 등을 공부하기가 좋다. 그런 분을 통해서 옛것을 배운다는 것은 공자의 공부법대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학행결합을 강조했다. 학행결합이란 배우고 익힌 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덕을 닦지 않는 것, 열심히 배우지 않는 것, 옳은 것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 좋지 않은 언행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자신의 근심거리라고 말한 공자는, 공부와 실천, 그리고 자기수양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온고이지신 하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이 말은 옛것을 충분히 익혀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는 것으로 과거의 것은 오늘 날 활용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안다는 것도 훌륭한 옛것이다. 우리가 삼국지를 읽고 초한지를 읽으며 사기열전을 읽는 것도 다 그 이유에서다. 항우가 한신에 쫓겨 왜 자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왜 유비가 적과의 동침을 통해서도 생존을 꾀했는지, 옛것을 알고 현재에 접목시키는 일은 바로 지혜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문다견(多聞多見), 불치하문(不恥下問), 택선이종(擇善而從).
이러한 말은 공자가 한 말이다. 많이 듣고 많이 보라는 말이나,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란 말이나, 세 사람이 함께 가면 그 가운데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반드시 있다란 말은 이미 고전처럼 되어버린 말이 아닌가.
공부를 한다는 것. 독서를 한다는 것은 부귀공명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듬고 지식을 축척하며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어나간다는 실천의지를 갖게 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삶이란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타인을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한 삶이다. <글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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