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정의’를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세월호 참사와 촛불 혁명을 거치며 국민을 우롱하고 농단해온 전 정부를 국민이 추방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새로운 국가비전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설립은 적폐청산 없이는 완전해질 수 없다. 새로운 건축을 하려면 반드시 전에 있던 건축물 잔해들을 말끔히 치워야 제대로 된 새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치처럼 적폐청산은 새 정부 건설에 중요한 설계도다. 그래서 올바른 사회 건설, 정의로운 사회는 공직자의 청렴정신을 강조하는 일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은 위정자들의 침묵과 무관심, 개인적 욕심으로 사회 암묵적 질서를 파괴시킨 일로 국민들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래서 국가나 한 조직은 어떤 리더가 있느냐에 따라 크게 발전하기도 하고 패망하기도 한다.
이 전 정부에서도 정의라는 단어를 최우선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전두환의 제5공화국의 국정목표가 바로 정의사회구현이었다. 그는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일환으로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사회정화작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폭력배 및 사회풍토문란사범 등을 소탕하려 했지만, 결과는 자기와 반대되는 정치인을 청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며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저질렀다. 이와같이 국민들의 생활은 국가정책이 생활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태도는 국민들의 모든 삶을 좌우한다. 따라서 공직자는 특히 청렴해야 하고, 행정적 책임이 무거워야 하며, 윤리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 정부에서 첫 번째로 꼽은 ‘정의’ 바로세우기는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라고 했다. 특히 뇌물, 알선수재, 알선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는 올해 안에 그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반 사람들은 접근도 할 수 없는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공무와 많은 연관이 지어진다. 정의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에 있어서 그 출발선이 같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권위로 어영부영 얻어먹고 살려는 사람과 하루하루 부지런히 일하고 그 대가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차별되는 사회가 정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지 알려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명예 등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러한 것들을 각각 자격 있는 사람에게 배분돼야 하고, 어려운 문제는 누가 무슨 이유로 그러한 자격을 갖게 됐는지 분명하가 따져 보는 일도 중요하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구제 금융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잘 알려주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정부는 모든 경제 부문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기업들이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에서 은행과 투자기관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구제 금융을 승인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일부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람들의 정서는 ‘천천히 해먹어라, 탐욕스러운 놈들아!“라고 반발했고, 결국 임원들은 보너스의 90%를 세금으로 내놓게 되었다. 회사가 좋았을 때 받았던 보너스는 회사의 수익에서 나온 반면, 구제 금융 보너스는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분노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흔히 나타나고 있다. 재벌 기업의 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경제적 타격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을 구제하고 결국 그들을 먹여 살리는 일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은 세금에 허리가 휘청거리는 불황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소수집단에 대해서 무조건 우대정책을 쓰는 것이 정의인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및 학교 급식조리사들의 정규직화 해달라는 목소리 등으로 사회문제가 점점 이슈화 되고, 그 해결책으로 현 정부는 100대 과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 소외계층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새 정부에서 ‘정의’에 대해서 그 가치를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것은 복지 국가 건설에 기본이고, 전 세계적으로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이론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서 얻은 자의 사회적 위치를 다른 방법으로 획득하고자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그 정책에 모호해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주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정의’에 대해서 토론한 적이 있었다. 마이클 샌델이 제시한 ‘세릴 홉우드’라는 한 여성에 대한 일화로 우리는 서로의 견해를 들었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돈을 벌어가며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텍사스 법학대학원에 입학 원서를 냈지만 불합격되었다. 합격생 중에는 그녀보다 대학 성적과 입학시험 점수가 낮은 흑인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의해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차별에 희생되었다고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다. 어떤 쪽이 옳은지는 아무다 정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일단 정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전반적이 가닥이 잡혀졌다. 왜냐하면, 소수집단과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그 무엇이 필요한가. 그들에게 단 하나 희망은 정부의 정책일 뿐 아니겠는가. <글: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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