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 한 편 써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글은 편지이거나 연설문이거나 집안의 큰 대사(비문 등)를 치를 때 글이 필요해서 부탁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밥 한 끼 사거나 촌지 몇 푼 쥐어주는 것으로 사례를 하곤 한다. 가만히 앉아서 몇 자 지었다고 큰돈을 줄 수 있느냐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각설하고. 문장에 대한 대가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이를 윤필(潤筆)이라고 했는데, 소위 원고료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원고료를 받은 사람은 황금 100근을 받은 사마상여가 아닌가 싶다.
아교라는 여자는 한 무제의 황후가 되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총애를 잃고 장문궁(長門宮)에 갇혀 지냈다. 이때 아교는 당대의 문장가인 사마상여를 불러 황제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문장을 짓게 했다. 사마상여는 황제에게 올리는 감동적인 글을 지어 황제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었다. 이에 아교는 그 대가로 황금 100근을 주었다는 것이다.
당나라 때 문장가였던 한유(韓愈) 역시 한 글자에 산더미 같은 금이 오갔다. 한유는 특히 묘비명을 잘 지어 명성이 자자했는데 ‘무덤에 아부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 한유는 어떻게 공부를 하였을까. 다산의 가르침을 평생 받들어 시를 지었던 제자 황상은 두보, 한유, 소동파, 육유의 시를 베끼고 베꼈다. 시를 짓는 데 훌륭한 스승이 된 것이다.
한유는 세 살 때 고아가 되어 향수 밑에서 자랐다. 조실부모 하였으니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하지만 한유는 어려움 속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다산은 황상에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며 부지런하라’는 삼근계(三勤戒)를 내렸는데, 황상은 그 삼근계를 지켜 황상시를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한유도 독서는 부지런하고 끈질기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냈다. ‘공부는 부지런함으로 정교해지고 노는 것 때문에 망가지며, 행동은 생각에서 이루어지고, 생각 없이 남 따라 했다가는 망가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왜 공부는 필요하고 왜 독서를 그토록 열심히 해야만 되는 것일까? 여기에서 잠시 <안씨가훈>을 떠올려 본다. 안지추가 지은 <안씨가훈>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재물을 많이 쌓아 두는 것은 얕은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재주 중에 익히기 쉽고 귀한 것은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어진이나 어리석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많은 사람을 알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이는 배부르기를 바라면서 먹거리 마련에는 게으르고, 따뜻함을 원하면서도 옷을 해 입는 데는 나태한 것과 같다.
한유는 지독히도 외로운 어린시절, 그 돌파구를 독서와 공부로 돌파하고자 했다. 입으로는 육예(禮樂射御書數)의 문장을 쉽없이 중얼거리고, 손으로는 제자백가의 책을 쉼 없이 넘겼으며, 새벽까지 등잔불 밑에서 힘겹게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먹고 자고 힐 때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한유. 그의 공부법은 부지런함 그것이었다.
그리고 핵심이 무엇인가 파악하는 데 애를 썼다. 요점이 무엇인지, 주제가 무엇인지를 용이 여의주를 품듯이 알아채고 낚아 올렸던 것이 한유의 공부법이었다. 또한 빠지디 빠지지 말라는 것이 그의 공부법이었다. 빠지면 방향을 잃기 때문이었다.
한유의 시는 대단히 쉬워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증정병조(贈鄭兵曹)와 같은 시를 남겼다.
동이 술 마시며 십 년 전 서로 만났을 때
그대는 장년이요 나는 소년이더니
동이 술 마시며 십 년 뒤 다시 만나니
나는 장년이요 그대는 백발이구려.
한유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아 인간의 삶을 관망하기도 했는데, 특히 그 대표적 시가 ‘과홍구’이다. 항우와 유방이 혈투를 벌이다가 오랜 전쟁을 준지하고 서쪽은 하나라, 동쪽은 초나라의 영토로 삼기로 한 기준점이 홍구이다. 그러나 유방의 군사 장량과 진평은 양호유환(養虎遺患)의 국면인즉 초가 어려울 때 쳐야한다고 주장해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만들어 결국 초나라를 망하게 하고 만다. 이를 두고 한유는 시를 지었다.
용과 범이 지쳐 강 언덕을 분할하니
억만창생은 겨우 목숨 붙었네.
누가 군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도록 권했나
진정 한 번 던져 천하를 놓고 도박하였지.
이런 시를 지은 한유는 “문장의 기세와 문사도 기세가 성하면 장단과 성운의 고저가 모두 적절하게 된다”며 문자설(文字說)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유가 지었던 ‘과홍구.에서 언급했던 항우와 유방. 그 유방의 군사 장량은 항우가 어려울 때 쳐야한다고 주장해 결국 초나라를 망하게 하고 말았는데, 책략가 장량은 어떻게 독서를 하고 공부를 했는지 다름 호에 밝혀보려고 한다. <글: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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