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세의 백과사전
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한 달을 잘 사는 법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라 사는 법도 다르다
어떻게 양생하며 한 달을 보내야 할까? 바로 달의 변화를 잘 살펴서 양생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달이 네 가지 모양, 즉 ‘회(晦),그믐달’, ‘삭(朔), 초승달’, ‘현(弦), 반달’, ‘망(望), 보름달’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초하루에는 달이 초승달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을 가리켜 ‘삭’이라고 부른다. 그 후에 매달 초하룻날부터 헤아려 여덟째 날인 초파일이 되면 상현달의 모습을 보이다가 15일이 되면 가장 둥근 보름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점차 달이 기울어 23일경이 되면 하현달이 되고 월말이 되면 그믐달이 되었다가 이윽고 사라져 형태가 보이지 않게 된다.
달은 인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여성의 월경도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와 속도를 같이 해서 보통 그 주기가 28일이다. 물론 체질과 바이오리듬에 따라 구체적인 주기나 특징이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리고 달이 가득차서 보름달이 뜨면 유독 범죄율이 높아지는데 이는 이 시기에 사람 내면의 흥분이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에는 ‘월생무사, 월만무보’라는 말이 나온다. 그것은 달이 처음 떠오를 때는, 정, 기, 신을 외부로 배출해서는 안 되고 단지 그것에 따라야 하며, 달이 가득 찼을 때는 더 이상 보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달이 꽉 찼을 때 외과 수술을 하면 출혈량이 많아지기도 한다.
양생에도 이러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월초에는 운동량을 적당히 늘려도 되지만 달이 차오르면 운동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다가 달이 서서히 기울면 그에 맞추어 운동량을 적당히 줄여 나가야 한다.
하루를 살 사는 법
시간대에 따라 사는 법도 다르다
매일 양생하는 것은 매월 양생이나 사계절 양생과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매월 양생이나 사계절 양생과 마찬가지로 양생에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핵심 시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시, 오시, 묘시, 유시이다.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말한다. 마치 겨울과도 같아서 음기와 양기가 교차하면서 음기가 극에 이르고 양기가 출현하는 시기이다. 옛사람들은 자시가 기공 연마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기공을 연마하지 않는 사람은 자시가 되면 숙면을 취해서 기운을 감추고 보존해야 한다. 보통은 해시, 밤 9시에서 밤 11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되 숙면을 취해야 한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수면도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종의 수련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시에 수면을 통한 수련을 잘 해두면 사람의 양기가 상승하고 자라날 수 있다.
오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를 말한다. 이때는 음기와 양기가 교차하고 양기가 극에 이르며 음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도 기공 연마에 적합하다. 기공 연마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낮잠을 자면 좋다. 낮잠 역시 기공 연마나 다름없으나 너무 긴 시간 자서는 안 된다. 오시와 자시에는 모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은데 자시의 수면은 깊은 잠익 오시의 수면은 짧게 마쳐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묘시와 유시는 각각 봄, 가을과도 같다. 묘시는 오전 5시에서 오전 7시까지를 가리키며 유시는 오후 5시에서 7시까지를 가리키는데 이 두 시간대의 양생은 봄과 가을의 양생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누구나 체력 단련이다. 기공 등의 활동을 해도 좋다. 어렵게 기공을 연마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오는 내용에서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년 사계절의 양생, 한달 동안 달 모양의 변화에 따른 양생, 하루 중 주요 시간대별 양생에는 하나같이 통하는 면이 있다. 전반적인 원칙은 바로 천시에 순응하여 천인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천시와 음양의 변화, 리듬에 맞추어 같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봄에는 백화 피고 가을에는 달 비추며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니
마음에 걸림 없어 한가하면
이 어찌 우리에게 좋은 시절 아니리.
이것은 송나라의 유명한 선시이다. 얼핏 보면 사계절의 절경을 묘사하는 듯하지만 실은 인생의 각 단계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각자의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나누어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음으로써 양생의 목적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소문』「사기조신대론」편에서 말하는 내용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년, 한 달, 하루 중 실천할 수 있는 양생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각자의 체질을 고려하여 ‘춘하양양, 추동양음’ 원칙을 서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같은 양생법이라도 체질이 다르다면 그 적용점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체질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오는 ‘체질 양생’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하자.
체질이 다르면 처방도 다르다
단순한 진리, 음양으로 구별하기
음양은 본래 고대 중국인이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발견하고 정리한 개념이다. 중국은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중국 일대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산의 남쪽에는 햇빛이 비추는 반면 산의 북쪽에는 햇빛이 비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 그들은 남쪽 지역, 즉 해를 향한 부분을 가리켜 양이라고 하고, 해를 등진 북쪽 지역을 가리켜 음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음양의 개념은 점차 세상 만물의 형성과 운행 원리를 이해하는 기본 틀이 되었다. 그래서 외향적이고 상승하고 따뜻하고 밝고 강렬하게 운동하는 것은 모두 양에 속하고, 내향적이고 하강하고 차갑고 어둡고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것은 음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황제내경』곳곳에서는 이러한 음양의 사상이 녹아 있다. 음양 사상으로 인체의 조직 구조나 생리적 기능, 병리적 변화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질병의 진단과 치료 방법, 양생의 방안을 제시한다.
세상의 만물과 현상을 음양의 개념으로만 귀결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순한 것일수록 진리에 가깝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복잡한 문제가 단순화되어야만 비로소 그것을 지혜로 인정했다. 현상과 사물에서 표면적이고 불필요한 현상을 다 털어내 버리면 음과 양이라는 ‘대립하고도 통일되며’, ‘모순되면서도 조화롭고’, ‘대립하면서도 상호 보완하는’ 가장 단순한 관계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바꿔 말하면 음양은 사물의 두 가지 궁극을 대표한다고 하겠다.
좀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우선 중의학에서는 이 같은 변증법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중의학에서는 인체의 각 부위를 모두 음양으로 구분했다. 그래서 상반신은 양 하반신은 음, 뒤쪽에 있는 등허리를 양 앞쪽의 가슴과 배를 음, 좌반신은 양 우반신은 음, 왼쪽 눈을 양 오른쪽 눈을 음, 육부는 양, 오장은 음으로 봤다.
오장(五臟)의 의미는 ‘장(臟)’이다. 『황제내경』에서 이 글자는 원래 ‘감추다’라는 뜻의 ‘장(藏)’으로 썼는데 그래서 오장은 음에 속한다. 오장은 또 그 안에서 각각 음과 양으로 나뉜다. 간과 심장은 양에, 폐와 신장은 음에 속한다. 각각의 장기도 자체적으로 음과 양으로 나뉘는데 신음(腎陰), 신양(腎陽), 심음(心陰), 심양(心陽)이 그 예이다.
육부는 ‘통로’이다. 그래서 ‘감춤이 없고’ ‘외부로 배출’하는데, 이 때문에 육부는 양에 속한다. 물론 육부 자체도 또다시 음과 양으로 나뉜다. 중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을 음과 양, 표(表)와 리(里), 허(虛)와 실(實), 한(寒)과 열(熱)로 나누어 치료하는데 이를 가리켜 ‘팔강변증(八綱辨證)’이라고 한다. 사실상 이는 음과 양을 나누는 원리이다. 그 가운데서도 음과 양은 총강(總綱)이고 표와 리는 부위별 음양, 허와 실은 정량(定量)의 음양, 한과 열은 정성(定性)의 음양이다. 다시 말해 기능에서 출발하여 질병을 음의 증세인 음증(陰證)과 양의 증세인 양증(陽證)으로 나누는 셈이다.
음증은 얼굴색이 어둡고 정신에 활기가 없고 기운이 없으며 손발이 차고 숨이 가쁘며 말수가 적어지고 맑은 소변이 많아지거나 대변량이 적어지며 혀의 색이 옅어지고 맥박이 느려져 힘이 없어지는 증세를 보인다. 반면, 양증은 얼굴이 붉고 몸에 열이 많으며 심란하고 숨이 거칠어지고,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아지며 목이 말라 차가운 것을 마시고 소변이 붉은 황색을 때며 대변이 마르고 노란 설태가 끼고 맥박이 빠르고 힘이 있는 모습을 보인다.
양이 성하면 물론 양증이라고 하겠지만 음이 허해도 양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액이 부족해도 음이 허해 몸 안에 열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광대뼈 언저리가 불그스레해지고 손바닥과 발바닥이 뜨거우며 잘 때 식은땀이 나고 입과 목구명이 마르며 소변량이 줄고 황색이 되며 변비가 생기고 혀가 붉고 설태가 없으며 맥이 가늘고 힘이 없다.
음이 성하면 당연히 음증이겠지만 양이 허해도 종종 음증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양기가 부족해서 양이 허하면 한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발이 차고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저절로 땀이 나고 소변이 맑고 길게 나오며 대변이 묽고 흰 설태가 끼며 맥이 가늘고 힘이 없다.
그래서 인체의 생리적, 병리적 음양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면 중의학의 절반을 배웠다고 할 만큼 이는 중요하다. 그리고 약물의 음양, 차가움, 뜨거움, 따뜻함, 서늘함의 네 가지 성질과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 즉 ‘사기오미(四氣五味)'를 구분할 줄 알아도 반은 의사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체질 구분하는 법
양생의 방향을 제대로 선택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이 음의 체질인지 양의 체질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음양 체질은 사실 두 가지가 아니라 세가지, 즉 음에 가까운 체질인 편음, 양에 가까운 체질인 편양, 그리고 음에도 양에도 치우치지 않고 음양이 균형을 이룬 체질로 나누어진다. 편음 체질인지 평양 체질인지 구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질이 열이 많은지 아니면 차가운지 살피는 일이다. 열이 많은 편이면 편양 체질, 차가우면 편음 체질일 가능성이 높다.
편양 체질의 특징
편양 체질인 사람은 ‘열이 많고’. ‘건조하며’, ‘활동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열이 많은’ 것은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외부 조건이 정상적이라는 전제하에 어떤 사람이 내열이 심하다면 이런 사람은 분명 편양 체질이다.
열이 많은 사람은 정상 체온에 비해 체온이 높아 평소 추위는 타지 않지만 더위를 무척 타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며 찬물 마시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몸이 건조한 편이어서 피부에 윤기가 없으며 얼굴색이 다소 붉거나 검푸르다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활동적이고 정력이 왕성하며 동작이 민첩하고 반응이 빠르며 비교적 외향적이지만 쉽게 조급해지고 자제력이 부족하다. 식사량이 많은 편이고 소화 흡수 기능이 좋으며 성욕 또한 왕성하다.
편양 체질인 사람은 대체적으로 마른 편이지만 몸이 단단하고 야무지다는 특징을 보인다. 양의 기운이 성해서 종종 음이 부족하므로 이런 사람은 양이 극에 이르면서 생기는 열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대변이 딱딱해지고 종기가 나며 어지럼움, 불면증, 두려움,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심계(心悸) 등의 증세도 보인다.
편음 체질의 특징
편음 체질인 사람은 주로 몸이 ‘차갑고’, ‘습하며’, ‘조용하고 침착한’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정상보다 체온이 낮아 추위를 타며 따뜻한 곳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외부 조건이 정상이라는 전제하에 몸이 늘 차갑다면 분명 편음 체질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몸에 비교적 습기가 많은 편이어서 피부가 촉촉하지만 겨울에 동상에 걸리기 쉽다. 얼굴색은 창백한 편이라 생기가 부족해 보인다. 또 성격이 조용하고 활동적이지 않아 내향적이며 겁이 많다. 정력이 약하고 동작과 반응도 느리다. 대체적으로 뚱뚱한 편이지만 약하며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식사량은 적은 편이고 소화 흡수 능력은 보통이다.
편음 체질인 사람은 쉽게 추위를 타는 성향을 갖고 있다. 또 열을 내지 않거나 열이 나도 높지 않으며 내장에 모인다. 겨울철에는 쉽게 동상에 걸린다. 그래서 음이 성하고 양이 허하면 내상(內傷) 성경의 각종 질병이 생겨난다. 이러한 체질을 가진 사람은 양기가 약하고 부족하여 오장육부의 기능이 쉽게 약해지고 체내에 수기가 과다하거나 수액대사가 부진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증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음식 조절을 잘못했거나 너무 차거나 더운 기운이 몸 안에 침범하여 습이라는 불순물이 소화기에 영향을 주어 설사를 유발하는 습체, 몸 안에 수습이 고여 얼굴과 눈, 팔다리, 가슴과 배, 심지어 온몸이 붓는 수종, 몸 안에 수습이 운화되지 못하여 진한 가래와 묽은 가래가 생기는 담음,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여 한곳에 맺히는 어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연구하다 보면 각 체질별로 위에서 말한 증상 중 몇 개는 들어맞고 또 몇 개는 들어맞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위의 체질 구분법이 모순된다거나 자신의 체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자신에게서 어떤 체질적 특징이나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지 살핀 다음 그것에 가장 가깝게 부합하는 유형이 자신의 체질이라고 보면 된다.
음양화평 체질의 특징
위의 내용을 근거로 살펴보아도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두 개 체질의 증상이 고르게 나타난다거나 둘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축하한다. 그런 사람은 음양이 조화를 이룬 음양화평 체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음양이 균형을 이루면 몸 안의 기능이 비교적 협조적으로 운행되는 체질이 된다. 이러한 체질의 사람은 신체가 건강하고 살집이 적당해서 뚱뚱해도 붓지 않으며 말랐어도 활력이 있다. 얼굴색과 피부색에 생기와 윤기가 흐르고 밝으며 성격이 유순하고 명랑하며 식사량도 적당하고 대변과 소변을 잘 보고 자기 통제 능력과 외부에 대한 적응 능력이 강하다.
음양화평 체질의 사람은 외부의 사기가 쉽게 침투하지 않아 병이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자연적으로 치유되거나 쉽게 치료된다. 이런 사람은 정력이 충만하여 업무에 대한 잠재 능력이 크고 밤에 단잠을 이루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폭력으로 말미암은 외상이나 만성질환이 없다는 전제하에 후천적으로 양생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체질이 쉽게 바뀌자 않아 장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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