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논 가운데에 전설의 굴레바위가 있다. 주민들은 ‘굴레바위’라 하며 ‘구유바위’ 혹은 ‘구시바위’라고도 한다. 한편 장구처럼 생겼다고 하여 장고(長鼓) 바위라고도 부른다.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굴레바위는 그 사이가 1m이고 큰 바위의 높이는 2m, 작은 바위의 높이는 1.8m 가량 된다.
옛날에는 이 바위가 맞붙어 하나였다. 풍수지리상 이 바위는 소가 죽을 먹는 구유로 1백m 가량 뒤에 있는 배씨 선산이 소머리형국이며 부근에 흐르는 냇가는 소고삐에 해당된다고 한다.
옛날 이 마을에 김인선이란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얼굴도 준수하고 글공부도 남달리 잘했다. 인선은 내를 건너 10리 가량 떨어진 읍내서당엘 다녔는데, 어느 봄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묘령의 예쁜 처녀를 만났다. 그런데 이 처녀는 처음에는 눈을 흘기는 것으로 그쳤지만 매일처럼 나타나 점점 대담하게 인선을 유혹했다. 드디어는 포옹을 하고 뺨을 부비는 등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바람에 인선은 당황했지만 별로 싫지도 않아 처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얼마 뒤에는 처녀는 입맞춤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유혹이 거듭되는 가운데 인선의 몸은 날로 수척해 갔다. 서당 선생은 예사로운 일이 아님을 간파하고 인선을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망설이던 인선은 무섭기만 하고 엄하던 스승의 인자함에 끌려 그동안 처녀와 만났던 일을 자세히 말했다. 서당 선생은 인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년 묵은 여우가 이 소년의 정기를 빼먹으려고 처녀로 둔갑해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선아! 지금 그 처녀가 네 정기를 빼가고 있는 것이니 이 처녀를 떼버리지 않으면 네가 죽게 된다.”
당황해하는 인선을 안심시키고 그 비방을 일러주었다.
“오늘도 그 처녀가 입을 맞추거든 그 처녀의 혀 끝에 있는 구슬이 네 입으로 들어왔을 때 얼른 입을 떼버리고 신짝을 벗어 처녀의 뒤통수를 힘껏 쳐라!”
집으로 돌아가던 인선은 그날도 처녀를 만났다. 인선은 스승이 일러준 대로 했더니 정말 처녀가 쓰러졌다. 그런데 그처럼 아름답던 처녀가 백여우로 변하지 않는가. 너무 놀란 인선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 날, 스승은 인선에게 구슬을 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인선은 처녀가 백여우로 변할 때 놀란 나머지 구슬을 삼켜버렸다고 말했다.
“그 구슬은 보물이란다. 그 구슬을 가지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수 있는 것인데 네가 그 구슬을 삼키고 쓰러졌다니 너는 필시 유명한 지관이 될 것이다.”
스승의 말대로 인선은 유명한 지관이 되었다. 그 뒤로 인선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안장할 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산을 누볐다. 그러던 중 명당을 발견했고 그 자리에 구덩이를 파놓았다. 그런데 하룻밤을 지나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올라가 보니 묘 안인 광중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인선은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고 물이 있는 곳에 아버지를 모실 수가 없어 다른 묘 자리를 찾아 모셨다.
한편, 인선에게는 배씨 집안으로 시집간 누이동생이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나자 누이동생은 오라버니에게 부탁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라버니. 우리 처지는 아시다시피 가세가 빈궁하여 좋은 묘 자리는 고사하고 쓸만한 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오라버니가 처음 아버지를 모시려고 파놓은 묘 자리에 저의 시아버지를 모실까 합니다. 기왕 파놓은 묘 자리이니 저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인선은 누이동생의 부탁에 쾌히 승낙을 했다. 그런데 사실은 누이동생이 밤중에 아버지를 모실 자리가 명당인 줄 알고 밤중에 물을 길어다 부었다. 아버지 대신 시아버지를 그곳에 모셔 발복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누이동생은 결국 그곳에 시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고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하루는 탁발승이 인선의 누이동생 집에 찾아와 시주를 청했다. 그러나 시주는커녕 박대를 해서 내쫓았다. 탁발승이 대문을 나서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묘가 누구의 묘인 줄은 모르겠으나 묘 앞에 있는 저 바위를 깨뜨려 없애면 더 큰 부자가 될 터인데 안타깝구나.”
그 말은 들은 인선의 누이동생은 즉시 인부를 시켜 바위를 깨뜨렸다. 그러자 갈라진 바위 속에서 파랑새 한 쌍이 날아올라 마을을 돌더니 바위에서 7백m 떨어진 연방죽에 빠져죽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인선의 누이동생 집은 망하고 말았다. 탁발승이 욕심 많은 인선의 누이동생을 응징한 것이었다. 그 후 그 집안의 후손들은 60여 년 전에 바위를 시멘트로 복원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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