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강진읍 영파리 장동마을
최광수(50), 조선희(47)부부
광수씨와 선희씨 부부는 지난 97년 귀농했다. 광수씨 부부가 남보다 쉽게 귀농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향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97년 닥친 IMF 경제위기는 한 개인이 그동안 노력하며 살아오던 모든 생활을 접어야만 하는 뼈아픈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 서울에서 13년간 개인차를 이용하여 운수업을 해오던 광수씨는 갑자기 일이 뚝 끊어지면서 노는 날이 많아졌다. 노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되다보니 가정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고 겨우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6살이던 세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조차 걱정되는 날들이었다. 결국 광수씨부부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고향의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다. 마침 선희씨 고향도 군동면 시목이었기에 고향에 내려오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광수씨와 선희씨는 각각 27살, 25살에 중매로 결혼했다. 광수씨는 군제대후 중동 근로자생활을 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청년이었다. “당시 사우디에가서 돈을 벌긴 했어도 큰 돈이 못되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집값이 굉장히 상승한 때여서 큰 돈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운이 좋지 않았다고 봐야지요.” 외모적으로 약 체질로 보였던 광수씨는 선희씨와 선을 볼 때도 신체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첫 눈에 선희씨의 모든 면이 맘에 들었지만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선희씨는 약해보이는 남자가 더 좋았으니 천생배필의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광수씨는 “당시 귀농 신청자가 90여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은 겨우 20여명 정도라고 하니 귀농에서 성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광수씨 부부가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 교육 문제였다. 그래서 읍에다 살림집을 정하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고향 장동마을로 출.퇴근을 하며 농사를 지었다. 정부에서 주는 귀농자금 2,000만원, 농업후계자 자금 5,000만원을 저리 융자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귀농의 큰 힘이 되었다. 그 돈으로 논9마지기를 사고, 소15마리를 샀다. 그 일도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작은 축사라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해한해 남의 농사도 짓고, 시설하우스도 시작하면서 조금씩 농업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부부가 맘이 맞아서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농사일이어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이곳저곳에서 테가 났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이 사실 농사인 것이다. 선희씨는 “처음엔 일도 힘들고 해서 집어치우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많았어요. 문화생활자체도 전혀 없는 시골이잖아요. 그런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결국 떠나게 되는 거죠. 아직도 시골생활보다는 도시가 낫다는 생각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 일을 끝내면 얼마든지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좋다고나 할까요.” 광수씨 부부는 현재 논 80마지기 농사와, 고추하우스, 7마리의 소를 키우며 연간 5,000만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련을 이겨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광수씨는 “작년엔 하우스 딸기를 했는데 순천에서 구입한 병 있는 종자를 심어서 전부 실패를 했습니다. 사료 값도 많이 올라 소를 키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무조건 새끼내서 늘릴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아직도 귀농자금을 다 못 갚고 있기 때문에 빚쟁이지요. 일한만큼 소득은 되었지만 아이들 키우는데 다 들어가더라고요. 하지만 돈 있으면 시골로 내려와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열심히 일한만큼 분명히 돌아오니까요.” 귀농한지 벌서 10여년이 지났으니 큰 아들(보현)이 군대에 가고, 둘째(보엽)가 대학1년, 막내(은지)가 여고1학년이 되었다. 귀농한 아들을 반갑게 반겼던 아버지가 3년 전 작고하셔서 어머니(윤맹님75)에게도 곁에 있는 아들이 참으로 든든하다. 올 1월부터는 마을이장까지 맡게 되어 이제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서야 하는 최광수씨는 “아내가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기에 고향에와서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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