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본 세상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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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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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본 세상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짜의 매력'
공짜가 제일 비싸다

누가 무엇을 그냥 준다고 하면 준대로 받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생각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공짜이기에 때문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먹는 다는 우리말이 있다. 양잿물은 서양에서 받아들인 잿물이라는 뜻으로, 빨래하는데 사용하는 수산화나트륨을 이르는 말이다. 즉 가성소다이다. 요즈음은 세탁기를 돌릴 때 하이타이와 같은 세제를 사용하지만, 그것이 나오기 전에는 양잿물을 사용하여 옷을 빨았다. 양잿물은 독성이 강하여 마시면 죽는다. 하지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만큼 인간의 속성에 '공짜'라는 심리는 매우 무섭다. 따지고 보면 참 고약스러운 말이다.

언젠가 커피를 잘 마시지도 않고, 원두를 가는 기계도 없는데 공짜라고 해서 덥석 원두 무료쿠폰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뷔페에서 추가 비용이 없다고 해서 마구 먹은 결과 과식으로 속이 불편했던 적은 없었는지? 내게는 아무 필요로 하는 가치도 없는 것을 공짜라고 해서 나눠주는 판촉용 물품과 발렌타인 초콜릿상자에 딸려오는 테디베어하며, 해마다 보험사직원이 보내주는 탁상용 달력 같은 것을 챙긴 적은 없는가?

할인점에 가면 미끼 상품이 반드시 있다. 마트마다 다른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대부분 원 플러스 원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이마트와 하나로 마트, 코스트코 등 저마다 자신이 강점 있는 제품을 진열한다. 이런 유혹에 떨쳐 버리고 구매하지 않는 분을 거의 못 봤다. 대부분 걸려든다.

공짜로 뭔가를 얻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어있다. 0은 가격의 한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뒤흔들고, 비이성적인 흥분을 유발하는 뜨거운 버튼이다. 50,000원 짜리 물건을 20,000

원까지 할인해서 판다면 구입하겠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50,000원 짜리 물건을 5,000원에 판다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50,000원의 물건을 공짜로 준다면 곧바로 집어 들겠는가? 당연하다.

우리가 저항 할 수 없는 공짜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공짜에 열광하는 것일까? 공짜로 인해곤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왜 그럴까? 구입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물건도 공짜가 되는 순간 우리의 관심을 확 끌어당긴다. 교육을 갔다가 공짜로 주는 볼펜을 두 개씩이나 받아오기도 한다. 맛있는 아이스크림 무료시식을 하기위해 줄을 서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을 2 개까지 살 필요가 없는데 그렇게 하면 하나를 덤으로 준다는 말에 2개를 구입한 적도 있을 것이다. 커피 4잔을 마시면 한잔마실 티켓을 주면 기분 좋게 받아온다.

공짜는 선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무엇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다. 만약에 선물을 받을 때 상대방이 무엇을 바라고 내게 준다고 생각하면 그 선물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대가성이 아니라 순수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못 받을 것도 없다. 선물은 선물일 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모든 행위는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대가라고 생각하는 자식은 보지

못했다. 아무리 자식이 늙어도 그 진리가 같음에 새삼 놀랄 뿐이다. 마음이란 것은 어떤 것이며 왜 공짜에 끌리는 것일까?

 

재미있는 0(숫자)의 역사

0의 역사는 오래됐다. 최초로 0의 개념을 고안한 것은 바빌론 사람들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어찌하여 아무 것도 아닌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와 같은 현학적인 수사로 0을 논했다.고대 인도의 학자 핑갈라는 10을 덧붙여 두 자리 수를 얻었다. 마야인과 로마인은 수 체계에 0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0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서기 498년 인도의 천문학자 아리아바타가 아침잠에서 깨어 이렇게 외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스타남 스타남 다사 구남(sthanam sthanam dasa gunam)" 이 말의 뜻은 "10의 배수 값이 되는 자리를 만들라" 정도이다. 10, 20, 100, 1000,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지만 이런 개념을 발견하기까지 인류는 수 천 년이 필요했다.

이로써 십진법 기반의 기수법이 탄생했다. 그때부터 0은 전성기를 맞는다. 아랍 세계로 퍼진 0은 화려한 꽃을 피운 뒤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유럽에 전해진다. 스페인을 지배했던 무어인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 뒤 0은 이탈리아에서 더욱 다듬어지고 대서양을 거쳐 신세계로 전달된다. 마침내 0은 그곳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쓰임새를 갖게 된다. 0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봤다. 그런데 0이라는 개념이 돈에 적용되면?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공짜라는 개념의 쓰임새는 무척이나 다양하다.가격할인과 판촉에도 사용될 뿐 아니라 자신과 사회에 이로움을 줄 결정을 내리는 데도 사용된다. 만약 공짜가 바이러스 혹은 소립자라도 된다면, 그 존재를 밝히기 위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여러 시료를 묻혀보기도 하고, 내부 구조를 보기위해 잘라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슬로모션으로 만들어 그것을 한 프레임씩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 방식을 '실험'이라 부른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짜의 매력

한 교실에서 MIT 박사과정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옮겨본다. 크리스키나 샴파니어와 나는 초콜릿사업에 뛰어들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 내 종합관 건물에 판매대를 펼친 뒤 린트 트리플과 허쉬 키스 두 종류의 초콜릿을 진열했다. 매대 위에는 다음과 같이 큼지막한 안내판을 올려놓았다. 고객 1명당 초콜릿 1. 우리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야만 볼 수 있게 가격표를 붙여 놓았다. 이는 다른 조건에 있는 다른 유형의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초콜릿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 마디 하면 린트는 좋은 카카오를 가지고 160년 동안 초콜릿을 만들어온 스위스화사의 제품이다. 린트 사의 초콜릿 트리플은 크림 빛으로 유명하며 먹음직 스럽다. 가격은 포장 없이 팔 때 개당 50센트다.

반면 허쉬 사의 키스는 앙증맞게 작은 초콜릿인데 한번 맛을 보면 평범치 않은 초콜릿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허쉬사는 키스를 하루에 8,000만게 생산한다. 펜실베이니아의 도쉬 허쉬는 가로등 마저 눈에 익은 허쉬 키스의 모양이다.

학생들이 판매대 주변에 몰려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는 린트트리플을 개당 15센트 키스는 개당 1센트로 가격을 매겨놓았기 대문에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그리 놀라지 않았다. 즉 그들은 키스의 가격 및 품질을 트리플의 가격 및 품질과 비교한 뒤 결정을 내렸다. 몰려든 학생 가운데 73센트는 트리플을 골랐고 27퍼센트는 키스를 골랐다.

 

 공짜라고 했을 때 상황

이제 공짜라고 했을 때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기로 하자. 린트트리플은 14센트에 키스는 공짜에 주기로 했다. 어떤 차이가 있을 까?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리까? 따지고 보면 각 제품을 1센트씩 더 깎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자가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보자 고만고만한 허쉬 키스가 갑자기 인상이 변했다. 69센트의 고객이 공짜 키스를 선택했다. 반면 린트트리플의 판매는 곤두박질쳐 구매자가 73센트에 서 31센트로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공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당연한 경우는 종종 있다. 이를테면 백화점에서 운동양말을 공짜로 나눠준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양말을 집기 위해 바닥까지 헤집을 것이다. 그러나 공짜가 공짜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사이의 갈등을 초래하고 그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이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당신은 발뒤꿈치 부분이 덧대져 있고 발가락 부분이 금색인 흰양말 한 컬레를 구입하기 위해 스포츠용품점에 갔다 15분위 상점을 나서는 당신의 손에는 그 상점에서 구하려고 했던 양말이 들려 있지 않고 전혀 좋아하지도 않던 싸구려 양말 한 컬레와 공짜로 더 얹어준 도 한 컬레의 양말이 들려 있다. 공짜에 혹해 원하지도 않는 구매결정을 내린 경우다

이런 현상을 초콜릿실험에서 재현하기 위해 우리는 손님들에게 단 한 제품 즉 트리플 아니면 키스만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종류의 운동양말을 구입하는 것처럼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조건이 공짜 키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표준경제학에 따르면 가격인하가 늘 소비 행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내리기 전에는 약 27센트가 키스를 골랐고 73퍼센트가 트리플을 골랐다. 상대적인 부분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가격인하가 있어도 소비자의 반응은 그대로 여야 한다.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정통경제학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는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고객이 동일한 양쪽에 의해 트리플을 선택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오자 허쉬키스를 집어 들기 위해 판매대 가까이 온 사람들은 무리를 비집고 들어오기 전에 합리적인 비용수익 결정을 내린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키스초골릿이 공자여서 온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그러면서도 예측 가능한 존재란 말인가

이런 결론은 다른 형테의 실험에서도 똑같이 나왔다. 허쉬 키스값을 각가 2센트 1센트 공짜로 두고 같은 비율로 트리플을 27센트 26센트 25센트로 내려보았다. 이는 키스 초콜릿가격을 2센트에서 1센트로 내리고 트리플을 27센트에서 26센트로 내릴 때 각 제품의 구마자율이 달라지는지를 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키스 초콜릿을 공자로 하고 실험을 반복하면 그 반응은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키스 초콜릿을 열심히 집었다.

구매자가 지갑이나 가방에서 동전을 꺼내는 게 귀찮았다거나 수중에 돈이 없었다거나 하는 변수로 인해 실험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것의 영향을 받을 때는 공자에 구미가 더 당길테니 말이다

이런 가능성을 고려하여  MIT 구내 카페테리아 몇 군데서는 다른 실험을 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초콜릿 할인 팜내가 카페테리아 에서 행하는 할인행사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보이도록 계산대 옆에 진열했다. 초콜릿을 사고 싶은 학생이 음식을 고르면서 쉽게 그것을 집어 같이 계산할 수 있게 했다자 어떻게 됐을 까? 두말할 것도 없이 학생들은 공짜 제품을 열심히 집어 들었다.

두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 공짜가 있으면, 거기에 마음이 쏠린다. 한 달에 9.99%의 수수료를 내는 수표계좌보다 아무런 이점이 없더라도 수수료 없는 계좌를 선택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9.99%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수표계좌상품에 여행자수표발급 수수료 무료, 온라인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조항이 서비스로 제공되고, 수수료가 없는 상품에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면 사람들은 한 달에 9.99%의 수수료를 내는 계좌가 아닌 무료 수수료 계좌를 선택하여 다른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본다. 김 모 씨는 미니 밴을 구입하러 딜러샵에 갔다. 이미 그 차에 대한 자료를 속속들이 다 조사를 했다. 이 때 3년간 오일교환 무료라는 제안에 옆에 있는 아우디 차가 자신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스포티한 외형에 빨간색이어서 책임감 있는 가장인 그에게 어울리지는 않았다. 냉철한 머리로 좀 더 이성적인 계산을 했어야 옳지만, 결국 무료 오일 및 필터 교환권과 함께 아우디를 구입했다.

그는 1년에 대략 7천 마일을 주행하는데 오일은 5천마일 단위로 갈아준다. 오일 교환 비용은 약 75,000. 그렇다면 앞으로 3년간 아낄 수 있는 비용은 300,000원 정도다. 차량 구입가의 0.5퍼센트 정도이니 구입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무색해진다. 낭패다. 그는 "아이들의 장난감,유모차 , 자전거 등으로 천장까지 미어터질 지경이다. 미니밴이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공짜가 제일 비싸다, 왜 우리는 공짜일 때 가장 비싼 값을 치를까?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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