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우형국의 강진읍터
강진의 지형은 와우형국으로 알려져 있다. 와우형국이란 풍수지리학상으로 소가 엎드려있는 형상을 뜻한다. 다만 이는 강진 전체가 아닌, 보은산 일대 중심의 모습이다. 금사봉에서 보는 강진읍을 바라보면 맨 먼저 우두봉(우이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소의 갈비뼈처럼 뻗어 내린 강물들이 탐진강으로 모여 구강포로 흘러들고 있고, 아흔 고을의 물이 모여서 구강포(구십포)를 지나 대섬과 가우도 그리고 가막섬을 핥고 마량항을 에둘러 대양으로 빠져나가면, 강진은 땅의 초라한 종착이 아닌, 대양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점이 된다. 실제로 엎드린 황소가 턱을 목야에 걸고 콧김을 내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보은산의 가장 높은 고개 우두봉은 이름처럼 황소의 머리를 뜻한다. 성곽(강진읍성)은 소의 얼굴이다. 큼직한 황소가 양쪽 귀를 넌지시 펼치고 엎드렸다. 모진 풍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일만 묵묵히 해 나가는 인고의 의지가 엿보인다.
황소의 얼굴이라 일컫는 읍 터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췄다. 지금의 군청(옛 동헌의 위치)앞에 우물에는 원래는 두 개의 샘이 있었다. 두 샘은 황소의 콧구멍이고, 군 청사는 황소의 콧등이다. 그리고 읍의 동편과 서편에 큰 공동 우물이 있다. 서편의 서문 공동샘은 소의 오른쪽 눈이고 동편의 동문 공동샘은 왼쪽 눈에 해당된다. 또, 혀끝의 변음인 ‘싯끝’ 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강진 의료원을 지나 성전을 향하여 홍암(붉은바위)으로 돌아가는 곳을 일컫는다. 그리고 여기서 홍암 뒷산의 능선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면 ‘귀밑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곳은 황소 귀의 바로 밑 고개라는 뜻이다.
이것 말고도 상징적으로 소의 방울소리를 형상화하는 것도 있다. 금릉팔경의 한 시 귀절로 표현되는 고성사의 고암모종이 그 형상이다. 암자의 저녁 불공을 드리는 범종 소리를 읊은 것으로 이는 소의 풍경소리를 상징하고 있다. 보은산의 우두봉에 올라보면 황소가 느릿느릿 거닐면서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 곳들이 보인다. 금사봉을 바라보면 그 중간에 탐진강이 흐르고, 강 앞들 가운데 목리 마을이 있는데 옛날에는 초지라고 불렀다. 만덕산 밑의 초동마을도 소의 먹이 터라는 말이 있다. 탐진강 건너편의 불무깨나 구싯골(소 먹이통)등의 마을 이름들도 모두 황소와 관련된 이름이다.
그 외에도 강진읍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도 황소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남해의 푸른 바닷물이 강진만으로 들어와 세차게 뭍으로 질주하다가 쉼표처럼 에둘러 쉬어가는 섬이 있는데 그 섬이 바로 가우도다. 가우도는 소의 멍에에 해당된다하여 이름이 지어졌다. 또 해남 방면의 길을 따라 2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논치’는 노우치의 변음이며, 그곳에서 4킬로미터 남짓 가면 ‘시옷재’가 있는데 이것도 휴우재의 변음인 것이다. 이처럼 강진읍 동서남북 곳곳으로 황소와 관련된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다.
이야기와 관련된 장소를 하나 떠올리자면 지금 강진군립도서관과 어린이 서관에 자리하고 있는 연못이었다. 이곳은 과거 연지 연못 터였던 곳을 들 수 있다. 야생의 황소처럼 말을 듣지 않는 이속을 길들이기 위하여 새로 부임한 현감이 소의 코뚜레를 꿰기 위해 판 곳이 바로 연지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지는 1967년 이전까지 강진읍의 명소였다. 수양버들과 벚꽃나무가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연못크기가 우체국과 강진읍 교회까지의 약 400미터 가량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일본인 전용 학교를 짓기 위하여 매립하기 시작했고, 해방정국 이후 1967년에 완전히 매립하여 이제는 그 흔적과 전설만이 남아있다. <참고: 강진의 민담(강진문화원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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