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거센 이속을 길들인 현감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현감들이 강진으로 부임오기를 꺼려했다. 유배지나 다름없을 정도로 멀고 험한 지형 탓도 있었겠지만 지방 이속들의 텃세가 심하여 부임한 현감이 임기를 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일들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 이속들이 억세고 고집이 세어 말을 잘 듣지 않는 이유였다. 그런 탓에 강진의 현감 자리는 종종 비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드센 이속들에게도 호된 임자는 있었다. 1651년(효종2년) 신유(1651~1653년 재임)라는 사람이 아무도 부임하려 하지 않던 강진으로 자원하여 현감으로 내려온 것이다. 물론 그도 강진의 드센 이속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신유가 풍수지리에 능통한 자였기 때문에 강진의 형국을 미리 전해 들었을 계산도 해보겠다. 그는 맨 처음 부임한 뒤 이곳 강진의 지세와 산세를 두루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듣던 대로 강진의 이속들이 억셀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현감은 며칠 동안 지세를 살펴본 결과 하나의 묘안을 짜냈다. 무엇보다도 이속들이 드센 이유는 황소의 기운을 그대로 받고 있음이 분명했기에 그 억센 기를 꺾을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묘안이 바로 황소의 급소에 해당하는 지형에 상처를 내어 기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 장소는 연지였다. 지금의 도서관이 있고 어린이 공원이 있는 자리가 바로 옛날의 연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연지는 황소의 안면 중 코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아무리 드세고 팔팔뛰는 황소라 할지라도 코뚜레에 끼이면 꼼짝 못한다는 데 착안을 한 것이다. 만일 그 이치가 맞으면 이속들을 코뚜레에 끼고 끌고 다니는 것처럼 순하게 길들여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현감은 많은 백성을 동원하여 연못을 파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현감은 이속 길들이기를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진읍 북산 양무정 뒤의 비둘기 바위 바로 위를 석자 세치쯤 깍아 내린 것도 이러한 길들이기의 일환이었다. 현감이 보기에 이곳 역시 황소 양 뿔 사이의 급소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현감은 연지까지는 팠으나 완전한 코뚜레가 아니란 생각이 들자 곧바로 음의 안산인 금사봉의 봉우리를 똑같이 깎아 내렸다. 그리고 코뚜레 둘레에 해당하는 서성리 성의 한 부분을 갈라 고성사에 흐르는 물을 연지로 끌어 들였다. 그러나 현감은 여기에서 안심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익히 들었던 이속들의 거센 고집을 꺾기에는 지금의 흠집 내기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감이 마지막으로 한 일은 이속들의 부릅뜬 눈에서 그런 거센 행동과 고집이 나오고 있음을 감지했는지, 한 쪽 눈의 위치를 바꿔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현감은 동문 샘 밖에 있던 동편의 성을 샘에서 약 200미터 안쪽으로 개축하였다. 이는 소의 왼쪽 눈의 위치를 성 밖으로 바꾸어 놓은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일이 있는 후부터 이속들 중에 왼쪽 눈으로 못 보는 애꾸가 나왔다고 구전된다.
어쨌든 풍수지리에 능한 현감의 지혜로 현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가버리는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강진 사람들 또한 황소의 드센 성질은 버리고 온순한 성품을 닮아 차분하고 끈기 있는 생활을 하였다. 어떠한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당황하거나 낙심하지 않았고, 남의 일을 간섭하거나 간섭하려 하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우직스러울 만큼 충실히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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