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려수도(閑麗水道)는 통영과 여수 간 청정지역을 나타내는 곳이다.
필자는 이곳 통영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 여수로 살러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선친께서는 여수에 오자마자 왜정말기 징용에 끌려가 여수 신월리라는 곳에 비행장건설현장에서 2년여를 고생하시다가 해방과 동시에 여수 집으로 귀가하셨다.
그 시절(1945~50년)에는 육상의 자동차길이 없어 바닷길 여수와 부산 간 정기여객선만이 교통수단의 전부였다. 1945년 8월15일 초등학교 4학년 때 해방과 동시에 사회가 많이 혼란했고, 살기가 여간 어려워 걸인이나 좀도둑이 많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그저 호구지책에 시달릴 뿐 지금 세상같이 대형 사기나 남을 둘러먹는 일없이 순박하던 시절이다.
해방이 되던 중학 1학년 시절에는 1948년 여순반란사건을 직접 겪었고, 2년 뒤엔 북한의 남침으로6,25사변을 겪어오는 고난의 시기를 필자는 체험하며 살아온 산 증인이다.
그때당시 일본인들이 남겨두고 갔던 철선(야키다마 엔진)을 부산 분들이 인수해 낡은 철선을 수리 해 운영했는데 부산과 여수 간 하루 동시에 아침8시와 오후2시 저녁 6시에 입출항 했다. 당시에 배이름이 태안호, 태신호, 동일호, 창경호, 장구호, 천신호, 들이었으나 두 회사로 갈라져 여객손님을 유치키 위해 경쟁적으로 운영했다. 그 배들 중에서 제일 큰 태안호와 창경호인 철선만은120톤 정도이고 나머지는8~90톤 내외였으나 천신호는 목선으로 제조돼 여수와 삼천포만 운영했다. 당시 태안호 선장이 필자의 이모부 <안 충만>분이셨다.
창경호는 매섭게 춥던 겨울1953년 1월9일 여수를 출발 부산으로 다다르기40여분 전쯤 다대포앞바다(지금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현장)거북 섬 근방에서 심한 강풍으로 배가 뒤집히며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사고로 당시학생2명과 군인2명만이 구출 된 엄청난 해난사고다.
창경호가 침몰한 1년 뒤에는 정기여객선 ‘장구호’가 음력설을 앞두고 오전 11시경 짐과 인원을 초과 승선시켜 부두에서 출항하자마자 배가 뒤집혀 사망자90여명과 20여명만이 구출된 대형 해난사고로 기록돼 있다. 장구호 철선은 제조자체가 문제가 많은 선박으로 배 밑창이 넓지 않아 짐을 많이 실리면 한 쪽으로 기우려지는 단점의 배라서 언제나 위험을 도사리고 있었다.
가덕도에 건설하는 신공항은 일기가 좋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망망대해로 평시에도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길목이라 강풍과 파도가 심한 곳인데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곳에다 기어이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결정했으나, 지금이라도 윤대통령정부에서는 반드시공사를 중단시켜야 옳다. 그 이유는 국제적으로도 그곳이 공항건설지로는 이미 낙제점으로 판정 난 곳이기 때문이다. 강풍과 잦은 안개와 온갖 악조건의 곳이기 때문이다.
추석한 보름 전쯤이면 여름방학 때라서 매년고향 통영선산을 찾아 아버님 따라 아침 8시면 두 회사배가 같은 시간 어김없이 여수 부산에서출발하며 속력을 내기시작 여수 오동도를 돌아 전라도와 경상도사이 남해앞바다를 향해 하얀 거품의 물 쌀을 가르며 경쟁하기 시작한다.
거울같이 아름다운 70리 한려수도 뱃길 따라 가던 그 시절 필자는 당시 철선으로 제일 큰 태안호 <안 충만> 선장 이모부가 배를 지휘하며 갈 때면 선장실에 올라가 배 운전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큰 해택을 누렸던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부산까지 10노트정도의 속력으로 9시간이 걸리는데 여수에서 출발하면 경상도 남해와 전라도가 갈라지는 바닷길로 여수 국립공원오동도를 돌아서면 속력을 내기시작 1시간 거리인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이 하동노량이고, 그 다음이 남해노량이다. 선착장 바로 곁에 산언덕에 이순신 장군이 노량대첩 때를 기념하며 임시로 안장됐던 사당이 울창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손님과 짐을 푼 다음, 다시 출발 사랑도 섬을 지나가는 뱃길이야말로 거울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한포기의 그림이다. 한 시간 20여분쯤 후에 삼천포항구 정박장에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며 짐을 푸느라20여분을 정차한다. 이후 다시 출발 점심시간 정오쯤에 미항 통영의 판대굴 좁은 항로를 조심히 빠져나온 후 서서히 통영항 부도에 접안이 시작된다. 판대 굴은 왜정시대 때 일본인이 수로를 넓히기 위해 육지를 파서 바닷길을 만든 곳인데 그 바다 밑으로 해저터널을 만들어 둔 우리나라 유일의 곳이 있다.
그곳 항구로 서서히 빠져나오면 통영부두 산판에 정박하려는 때면 김밥 말아 파는 작은 배들이 노를 저어 순식간에 큰 배 곁에 접안 올라타며 짐 푸는 20여분 사이 객실 손님들에 김밥을 날 세게 팔아치운다. 그게 오늘 날 통영 김밥의 유래다.
밥만 김에 작게 말은 김밥5개와 오징어 꽂이(5개)까지 해서 그 때 돈으로 100원에 판다. 정말 맛이 좋아 후에 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에 갈 때면 잊지 않고 사 먹곤 했다. 필자는 그곳 통영 돌이 골에 있는 통영여중고에서 몇 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북신리 토성고개를 넘어선 곳에 한약국을 하셨는데 그곳 넓은 한옥 집에 갔을 때는 인성(人性)에 관한 예절말씀과 장차 살아가는 동안 부모공경과 가족화목에 관한 형제간 우애 등등 귀감의 말씀을 듣는 동안, 감초나 생강개피 종류들을 작두로 자르며 도와 드렸고, 할머니는 당시 두부 만드는 가마솥에 불을 집혀두면 맷돌에 콩을 가는 일과 콩물이 가마에서 두부물이 끓는 동안 거들거나, 끓인 두부 모판에 응고시켜 만든 후 통영시장 가게에까지 수레를 끌고 시장까지 가는 일을 거들어 드리거나, 집안 마루곳곳에는 콩나물 기르는 항아리 통이 즐비했는데 그곳에 물주는 일도 거들어 드렸다.
그런 때 고모님은 통영여중3년 선배셨는데 여학생시절당시 S누나 동생사이를 맺는 유행일 때 한 누나를 저와 인연을 맺어줘 오랫동안 친분이 두텁게 편지연락도 많았는데 남편분이 전남도지사 김00(광양출신)분일 때 그 S누나가 10여년간아이가 생겨나지 않자 시름시름 병저 눕더니 결국 젊은 나이로 돌아가셨다. 당시는 여자가 시집가 아들을 못났으면 시가집에서 칠거지악이라 하여 굉장히 고통을 받아야했던 시절이었다.
대중교통인 자동차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사흘간의 성묘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무진동에 있는 과수원 큰 어머님 집에서 처음 여장을 풀고 하루 밤을 쉰 뒤 사촌 동생 둘과 형님과 제가 새벽같이 아침을 먹은 후 점심꺼리와 풀 베는 낫들을 챙겨 선친 따라 거제도(당시는 건너는 다리가 없어) 용선한배로 거제에 건너가 고현 고조부님 해명산소(당시 포로수용소)와 거제에서 제일 높은 평암 산위에 증조부님 산소까지 강행군으로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용남면 산봉 산에 증조부모님 산소까지 하루를 종일 걸어서 마쳐야했다. 버스길이 거의 어려웠던 시절이다. 우리나라에서 당시 두 번째로 컸던 거제도가 지금은 육교가 놓여 육지가 됐고 거제출신 김영삼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부산에서 직통 고가도로까지 생겨났다.
하루뒷날에는 통영 해평리 용화산 작은 봉에 할아버지산소와 이순신 충열사당 뒤편쪽에 산소와 어문산소 그리고 산양면 산소와 돌이 골 할아버지산소까지 빡빡하게 하루를 다 마치면, 그 뒷날에는 통영 해평리 용화산 쪽 산소 세 곳을 다 마치고나면 몸이 파죽이 되나 해냈다는 성취감에 조상의 얼을 다지던 그 시절을 회상해보나 지금은 필자의 후손들이 추석이면, 그 뜻을 기리며 남은 직계산소들만 찾아다니고 있다.
옛날 조상님들은 후손을 위해 명산을 찾아 묘를 쓴다며 풍수지리학에 밝은 분들에 자문으로 묘소를 정하여 묘소 찾아다니기가 여간 어려웠으나 지금은 산에 출입을 못하게 하고, 산림이 우거져 산길이 없어져 부득이 윤달을 잡아 거지반 소산을 시켜 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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