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인연 같은 첫 사랑 이야기
여수로 돌아오는 여객선 뱃길은 오후 6시에 통영에서 출발한다. 배에 오르자 아버님은 선실에 들어 가셔서 고단하신 몸을 푹 쉬시던 때 필자는 한려수도 거울같이 잔잔한 밤바다가 너무 좋아 달 밝은 밤, 선실 2층에 올라가 달빛에 어리는 아름다운 청정해역 사랑도 앞바다를 지날 때쯤이면 말 그대로의 거울같이 잔잔한 밤바다한려수도뱃길이 너무나 환상이다.
여수까지 가는 동안 2층 난간에 앉아 밤하늘에 반짝이는 총총한 별빛 하늘에 파도를 가르고 가는 뱃길에 넋을 잃고 있던 그 때, 한 교복 입은 한 여학생을 가까이서 수줍게 인사 나눈 그 밤의 황홀한 뱃길이 먼 훗날 나의첫사랑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이었으나 연애란 전혀 몰랐던 순박함 그대로의 때 묻지 않은 만남이었다.
나의 소개말로 아버님과 고향에 성묘를 다 마치고 여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더니 이 여학생도 수즙음속에 입을 열어 대답하길 자신은 부모님이 진주가 집인데 전라북도 전주 이모님 집에 거주하며 전주여고3학년생으로 여름방학동안 진주에 갔다가 개학을 앞두고 다시 전주를 가기위해 통영에서 뱃길로 여수까지 간 후 여수에서 아침 6시30분에 출발하는 태극호 열차편으로 전주를 가기위해 한려수도 뱃길이 아름다워 일부러 가는 길이라 했다.
새벽녘에 여수 항구에 도착되었으나 열차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선실에 들어가 눈 좀
부친이후 5시경에 일어나 새벽 밤길이 위험하니 함께 걷자면서 서로의 이름을 나눴다.
그때 자기 이름이<문 남예>며 동갑내기였던 인연 깊었던 뱃길이 훗날 꿈 많은 젊은 날을 동화시킨 편지 나눔의 정으로 삯이 튼 첫사랑이 될 줄이야........
그러니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득히 먼 날 70년 전쯤의 일이다.
새벽안개가 자욱한 여수역 이별의 프렛트 홈에는 먼발치에 오동도다리가 눈앞에 내려다보이고
기차가 떠난다는 기적소리에 맞춰 창틀 안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문 남예>그리고 기차의 꼬리가 감추던 방파제를 지나 만성리 터널 끝자락 모습이던 때까지 손을 흔들어줬던 그 기억은 영원히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석별의 아쉬움이 남는 아픔 그대로였다.
나와 그 여인은 서로가 대학시험을 앞둔 공부로 정신 못 차리던 때지만,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달 밝은 밤의 뱃길이 온통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떠오르는 때 아쉬움은 집주소를 알아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움이 생겨날 때면 무작정편지를 써 놓고도 망설이던 차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학교로 연애편지를 보낸다는 것이 참으로 큰 용기가 아닌 바에야 어려웠으나 기어이 보내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교에서는 이 편지로 하여금 훈육주임교무회의로까지 문제의 학생으로 낙인 찍혔으나 편지 내용상 너무나 순수함 그대로라서 교무주임의 인정으로 졸업을 앞둔 때라서 편지왕래가 허락되었다고 했다. 제는 그 편지들의 인연으로 하여금 오늘 날 글 쓰는 작가를 만들어 줬는지도 모른다. 그와 동시에 그 때에 오고갔던 편지의 나눔이 나중에 첫사랑의 삯으로 돋아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지난 추억의 일이다.
편지로 약속한 대학시험 일자를 맞춰 전라선 태극호 열차는 여수를 출발3시간여후에 한옥인 전주역 홈에 도착했다.
반년여의 반가운 만남도 있었고, 열차 안에서는 화기애애한 뱃길이야기가 거의 전부였다. 난 문학도의 길을 택해 동국대학 국문학과에 응시한다고 했고, 문 학생은 이화여대가정과에 응시할 거라 했다. 이후 합격자발표 땐 만날 장소를 서울역 광장으로 정했었으나 전화기가 없던 시절이라 날자가 어긋나 결국 영영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승만 대통령시절이라 군 강제입대로 기피자를 잡는다는 정부의 강력한 지시가 내렸던 당시 나는 여수에 거주했던 관계로 대학생신분이라 방학 때 내려가 신체검사를 받을 예정으로 태극호 열차표를 끊기 위해 종로입구 화신백화점 건너편에 신신백화점 곁에 파출소가 있는 곳, 여행사에 새벽 통금해제와 함께 나가 줄서 있을 때 어떤 깡패 학생같이 덩치가 큰 두 학생이 하필 내 앞에 새치기로 들어와 한정된 표를 끊을 수 없어 줄대로 뒤에가 서라했으나 막 무가내며 나를 폭행까지 해 그 둘과 싸움이 붙었을 때 파출소에 함께 잡혀가 순경에게 대학생인데 여수에 신체검사 받기위해 기차표 끊으러 왔다고 말했으나 막 무가내고 기피자인원 실적 채우려고 강제로 셋 모두 한남동에 있는 육군 6강구 구치소로 차에 태워 보내버렸다. 그곳에 가니 100여명의 기피자가 잡혀와 있는 중이라 제학중이라고 말하면 풀려날 수 있었으나 이왕 잡혀간 길이니 군 입대를 해버릴 작정으로 표 끊으려 함께 갔던 친구(고 정재호)에게 여수가면 부모님께 입대했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역 화물열차에 실려 밤에 출발하여 하루 반나절 논산까지 가는 동안 많은 인원이 탈출 도망가 버렸다. 논산에서 부대배치과정에서 인수자 중위분이 대학재학생 있으면 손들어 나오라해 나갔더니 몇 명에게 구호호령을 시켜보더니 맨 나중 나에게 ‘중대향도’를 시키고 나머지는 각각소대장으로 결정해 25연대 11중대 중대향도(450명)가 졸지에 되었다. 중대향도는 나중에 알고 보니 도보훈련 시 총은 매지 않고 지휘봉만 들고 다녔다.
중고등학교시절 운동선수(역도, 축구, 수영, 체조 등 신체단련으로)학생규율부장까지 했던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중대장분이 전라도순천분이셨다.
3개월의 훈련기간 동안 밤 길 찾아가는 독도훈련 후에 각 소대 인원점검 과정에서 11명이 도망가 전체 모인자리에서 제를 대표로 침대 봉에 엎드려 시켜 엉덩이를 10여대 맞고 허리를 다쳐 의무병동에 한 보름 입원까지 한바가 있어 그 때의 후유증으로 오랜 동안 고생했다,
훈련을 다 마친 이후 배출대로 이동 후, 마산 군의학교로 배치돼 기초훈련과정과 치과기술하사관 3개월 과정까지 다 마치고 1군사 1사단 의무중대 치과로 배속 받았다.
이등병으로 한겨울 양구에는 눈이 내리던 해라서 부대에서 아침일어나자마자 넉가래로 눈 치우는 일이 큰 일과였다. 거기에다가 추운겨울 선임하사분의 혹독한 일시키기에 고생이 많았다. 특히 나의 경우 대학 다니다 왔다는 이유하나로 질투심에서인지 한겨울 냇가에가 양말 펜티 빨래까지 시키고, 월동준비로 산에가 나무배는 일을 시키며 항고에 쌀만 조금 줘 그곳에서 밥을 지어먹으며 배를 많이 곯아 졸병의 설음을 많이 겪었다. 그렇게 긴긴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이후 나머지 대학 2년을 마치기 위해 다시복학을 했다.
당시 서울동대문에서 출발 왕십리 뚝섬 광나루까지 가는 전동차와 동대문에서 종로 화신백화점 앞을 지나 서대문까지와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까지 가는 전동차가 있었고, 나는 서울 돈암동종점 천주교성당 근방에서 하숙당시 을지로 4가까지 가는 전동차 시발점도 되고 종점도 되는 곳에 동국대학교 있어 학교까지 10여분 걸어 다녔다. 대중교통으로는 여차장이 딸린 버스를 탈 때면 여차장이 문에 매달려 오라이하며 문짝을 두들기면 출발했던 짐짝 같은 만원버스로 학교를 다녔던 1950~1960년 당시의 서울거리였다.
어느 날 아침 시발점돈암동에서 출발하는 전동차에 자리 잡고 앉아가는 도중 세정거장쯤에 혜화동까지 가면 이미 전동차 안이 승객이 가득 차던 때 한 젊은 여인이 아이를 업고 서있는 모습을 보고 내 자리를 양보하려는 순간 깜짝 놀라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문 남예> 여인이었다. 자초지종을 알 겸하여 을지로 입구에 함께 내려 대성다방이란 곳에 들어갔다.
대학에 입학이후 서울역광장에서 만나자던 약속이 어긋나 만날 길이 없었고 <문 남예>를 찾아 여자대학교를 갈 수도 없어 포기하고, 학교를 제학 중 대학2년 재학 중 갑자기 군에 입대했던 사정을 말했더니 이 여인도 아쉬움이 풀린 듯 자신의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남녀가 20~25살 전후에 일찍 결혼하던 시절이라 <문 남예>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진주 부모님의 성화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선을 본 후 (당시 해운 국 공직생활 하는 분)과 양쪽 합의로 한 달 후에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문 남예>는 백방으로 나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전혀 만날 길이 없어 포기하고, 어쩔 수없이 부모의 성화로 결혼했다고 하면서 지금은 서울 혜화동에 거주하며 친정아버님의 환갑잔치에 고향진주로 가기위해 서울역에 가는 길이라 했다. 아이는 출생한지 7개월이라 했는데 아주 똘똘하게 잘 생긴 사내아이였다.
나의 첫 사랑의 만남은 이렇게도 아픈 이별의 추억을 남긴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그 밤 한려수도 거울같이 아름다운 달 밝은 밤 뱃길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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