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3월 책 추천-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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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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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책 추천-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금을 찾아서 혹은 명성을 찾아서 저 강물을 타고 떠나던 그들은 칼을 차고 있었고 더러는 횃불을 들고 있기도 했는데, 모두들 육지에서 무력을 휘두르는 사도가 되거나 성화의 섬광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제국주의

 

19세기는 제국주의 시대였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강대국들은 백인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각 국가들에게 선의를 베푼다는 이유로 침략행위를 벌인다. 그들의 입장에서 미개한 원주민들은 개화해야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 대부분이 경악할만한 사건이 벌어진다.

19세기 후반 벨기에의 제2대 국왕 레오폴드 2세는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 일대를 자신의 개인 소유지로 삼아 대규모 학살과 착취를 벌였다. 레오폴드 2세는 국제 아프리카 협회와 국제 콩고 협회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콩고의 영토권을 유럽 열강들에게 인정받았으며, 1885년부터 1908년까지 콩고 독립국이라는 이름으로 콩고를 통치했다. 어떻게 한 개인이 식민지를 통치할 수 있느냐 의문이지만, 당시 벨기에 정부가 콩고 식민지를 원하지 않아 국왕에게 양도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레오폴드 2세는 콩고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상아와 천연 고무 등의 자원을 수출하기 위해 콩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만들어 가혹하게 탄압하였으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목이나 다른 신체 부위를 절단하거나 죽이는 등의 잔인한 처벌을 가했다. 원주민 가족 중 한명이 죽어도 다른 가족들에게 그 할당량을 더했다. 원주민들이 반항하면 당시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벨기에 군대를 동원하여 이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러한 잔혹한 행위로 인해 콩고 인구는 약 1천만 명 이상이 감소하였다고 추정된다. 이 학살 행위는 제국주의에 심취해있는 유럽인들조차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암흑의 핵심은 이러한 벨기에령 콩고 식민지의 실상을 배경으로 한 소설 중 하나다.

 

줄거리

 

암흑의 핵심말로라는 영국인 항해사가 자신이 겪은 체험담을 화자에게 들려주는 액자형식 소설이다. 말로는 벨기에령 콩고의 어느 회사에 고용되어 파견됐다. 그는 1등 항해사이자 선장인데, 회사의 능력 있는 주재원 커츠를 만나기 위해 벨기에령 콩고 상류의 오지를 탐험하게 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그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미개한 모습과 백인들의 실태를 보고 한심하다는 감상을 남겼다. 기선을 고쳐야하는데 대못이 며칠간 지연되어 오지 않는 등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겨우 고친 기선을 타고 가던 도중 원주민들에게 기습을 받아 목숨을 잃을 위기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 대신 조타수 일을 하던 원주민을 잃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교육받은 짐승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원주민에게 동지의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깨닫고 놀랐다. 그는 담담히 시체를 강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커츠를 만나기 전에 그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커츠를 영웅처럼 여겼다. 직원들은 그는 상아를 구하는데 전문가이기에 회사에서 그를 인정하여 유럽으로 데려오려 한다고 말했다. 마침내 콩고 상류의 오지에 도착한 말로는 커츠를 만나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러나 커츠의 주재원에 도착한 그는 끔찍한 참상을 목격한다. 원주민들의 목이 창대에 꽂혀 전시되어있었다. 그는 이것을 보며 커츠라는 인물의 본질을 깨닫는다. 그는 타락의 상징이자, ‘암흑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막상 병에 걸려 죽어가는 커츠를 마주하는 순간, 그와 자신이 다를 것이 없는 도덕 상반적인 존재임을 깨닫는다. 한 백인 지배인이 커츠의 방식을 불건전하다고 말했지만, 말로는 커츠가 옳다고 반박한다. 이후, 백인들 사이에서도 도덕적으로 고립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의 입장에서 백인들의 행위는 위선이나 다름없었다.

커츠는 주변 원주민 부족들을 완전히 지배했다. 원주민들은 커츠를 신과 같이 숭배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원주민들은 커츠의 명령에 따라 말로의 기선을 공격했다고 한다. 그들이 커츠를 강제로 기선에 태우자 무리를 몰고 위협을 한다. 커츠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결국 강제로 자신의 왕국을 떠나간다. 그는 회사가 자신이 모은 상아를 빼앗고, 이념을 행사할 권리를 박탈했다고 안타까워하며, 아직 더 행해야할 계획이 있다고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결국 그는 얼마 안가 숨을 거두고 만다. 그가 남긴 유언은 무서워라, 무서워라!’였다.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공포를 느낀 듯 했다.

훗날 말로는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커츠의 약혼자를 만났다. 커츠의 약혼자는 커츠가 대단한 인물이었다며 슬퍼했다. 말로는 다른 이들의 증언을 통해 커츠가 한때는 음악가이자 유능한 도덕적인 인물임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재력이 부족했기에 콩고로 갈 수 밖에 없었다며 냉소적인 추측을 남겼다. 커츠의 약혼자는 말로에게 커츠가 어떤 유언을 남겼는지 물었다. 말로는 커츠의 유언을 알고 있지만, 그녀를 배려하여 약혼자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말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모든 이야기를 끝낸 말로는 명상에 잠긴 부처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화자의 이 세상이 끝나는 곳까지 나 있는 고요한 물길은 찌부린 하늘 아래서 음침하게 흐르면서 어떤 엄청난 암흑의 핵심 속으로 통하고 있는 듯했다.”는 서술과 함께 소설은 끝난다.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은 작가, 조셉 콘래드가 1890년 콩고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쓰였다. 이 작품은 1899년 출판되었다. 1890년 당시, 콘래드가 목격한 잔혹한 수탈 행위와 그들을 지배하는 백인들의 한심한 실상은 그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 훗날 그가 언급하길 콩고에서의 경험은 그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한다. 생명이 경시되어 죽음을 일상처럼 여기는 야만의 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인간은 얼마 없다. 조셉 콘래드는 백인들이 가진 그 도덕적 선의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표현했다. 그는 소설 속 인물 커츠가 보여주는 선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묘사한다. 이 소설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작가는 말로의 입을 빌려 백인들이 지닌 제국주의의 선의이념을 신랄하게 비꼰다.

 

이 세계의 정복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우리들과는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보다 코가 약간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약탈 행위가 아닌가. 그러므로 그 행위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것이 못된다구. 이 불미로운 행위를 대속해 주는 것은 이념밖에 없어요. 그 행위 이면에 숨은 이념이지. 감상적인 구절이 아니라 이념이라야 해. 그리고 그 이념에 대한 사심없는 믿음이 있어야지. 이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설정해 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며 재물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이기도 하거든.”

암흑의 핵심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 게임 스펙 옵스 더 라인 같은 다른 작품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은 대부분 어둡고 잔인한 분위기에 인간의 본성과 모순에 대한 의문, 더 나아가 커츠와 같은 인물이 보여준 영웅주의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보여준다. 이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주인공이 아무리 좋은 목적과 정의감을 가지고 움직여도 결국 그들의 행위가 근본부터 잘못된 행위이기에 비극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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