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이장님(54회)
성전면 오산마을
박배진이장(51)
마을에서 가장 큰 농사짓는 부지런한 이장님
‘박재승 명변호사 출신마을’
3년전부터 친환경 선도마을 지정
벼농사 주소득원 고품질쌀 생산 최선
마을의 큰 재산은 예부터 지켜온 높은 교육열
자리잡은 출향인들 마을 봉사에 이장일도 수월
오산마을은 성전면소재지에서 동쪽으로 4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수암산 지맥이 동쪽으로 뻗친 곳에 두 개의 봉우리를 형성한 매봉산은 좌우로 뻗어 내린 등성이가 3겹으로 겹쳐져 있다. 매봉산은 사냥할 때 매미를 날려 보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모자바위’ 또는 ‘앉은바위’라 불리는 이 바위는 2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나란히 있는데, 어느 모자의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신혼부부가 신혼의 단꿈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이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그 사이 신부는 임신이 되어 배가 불러와 배퉁이를 잡고 북녘하늘을 바라보면서 매일같이 신랑을 그리워했다. 이후 신부는 아들을 낳아 기르며 신산스런 삶을 살았고, 어느 해 추석이 되어 아들을 안고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뇌성벽력이 치더니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튿날 하늘은 어느 때와 같이 맑았으나 모자가 살던 초가삼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두 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전쟁에서 죽은 남편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여 이승의 모자를 하늘로 데려갔다고 하여 ‘모자바위’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나중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이 바위에 걸터앉아 보름달을 구경하곤 하면서 ‘앉은 바위’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매봉산은 지맥이 가재의 발과 같다하여 ‘가재형국’이라는 풍수지리설이 전해오며 산 전체가 재래종 소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현재 ‘五山(오산)’이라는 지명은 ‘熬山(오산)’이라 불려오다가 글자가 쓰기 어려워 쉽게 쓰기위해 바꾸었다고 전해진다. 마을의 개성촌은 함양박씨로 생몰년미상의 문원공파 朴成蘭이 청주이씨 김충노(?~1597)의 사위가 되면서 1500년대 말엽에 처가인 명산리 당산으로 정착하였고 다시 그의 독자인 작자미상의 사람이 오산마을로 이거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 이후 오산마을은 함양박씨 자자일촌을 이루었으며 후대에 청주김씨, 전주이씨 등이 이거해왔다. 박배진이장은 오산마을에서 3년째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부인 김정애(51)씨와 1녀2남(경희, 영우, 상우)를 두었으며, 200마지기 정도의 논농사로 오산마을에서는 제일 많은 농사를 짓는 부지런한 농부이다. 오산마을은 3년 전 친환경 선도마을로 선정되어 일반농사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업 재배로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60여 가호에서 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니 농촌마을 중 큰 마을에 속한다. 남· 여 비율은 6:4정도이고 65세 이상이 75명, 65세 미만이 25명 정도를 이룬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120여 호를 넘었던 마을이었으나 6.25전쟁 당시 20여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면서 빈집이 늘어났고, 전체적인 이농현상으로 절반이 줄어든 상태라 할 수 있다. 마을주민의 주 소득원은 논농사이며, 2가호에서 비가림하우스를 통해 틈새작물로 감자와 수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박이장은 마을자랑을 마을출신 출향인들에 돌렸다. “우리 마을이 어느 마을보다도 재정기반이 튼튼한 이유는 출향인들이 진정한 마음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마을 어르신들이 못 먹고 못 입으면서도 교육열은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잘된 분들이 많고, 그 분들이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고 고향을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도 우리 마을 대학생 수와 성전면 대학수가 똑같을 정도였고, 내 동갑이 13명인데 다들 전문대 이상은 졸업할 정도이니, 굶어가면서도 자식만은 가르치려고 애썼던 어르신들의 교육열이 참으로 대단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오산마을의 교육열이 높았던 이유는 일제시대에 함양박씨 제각에서 젊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가르쳤던 점과, 야학이 실시되었던 점, 해방이후에도 서당이 있었던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향학열이 높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지금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하는 박이장은 마침 옆에 있던 마을 동임(마을재정 담당)을 맡고 있는 김정일씨의 딸들이 그렇다면서 “김정일 동임은 딸만 여섯을 두었는데 모두들 학원 한번 안다녀도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학에도 다니고, 다들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라면서 칭찬했다. 오산마을은 1년 중 봄· 가을에 약 25일 정도 제를 모시고 있다. 함양박씨 집성촌으로서 시제를 유교적 전통의식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출향인들이 여러명씩 참석하여 함께 선조들의 뜻을 기린다. 가난했던 오산마을 어르신들의 높은 향학열로 자녀들이 도시로 나가 모두들 잘되었고, 마을의 큰 재산이 된 것이다. 박이장은 “우리 마을의 재산은 바로 그것입니다. 가르쳤기 때문에 뭔가 지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 지금 보여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중학교도 못가는 사람이 많던 시절인데, 얼마나 고생하고 가르쳤겠어요. 그래서인지 출향인들도 마을에 열심히 보답합니다. 특별히 잘난 사람보다도 전체적으로 수준급 이상으로들 사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오산마을에서는 사법고시 합격자가 3명, 행정고시 합격자가 2명이 배출되었고, 공직에도 다수 있다고 한다.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박재승 변호사가 바로 오산마을 출신이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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