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 3 )
김현철(전 언론인)
미국인들이 길을 묻는다면 건성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내 일처럼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까지 어느 방향 몇 블록 몇 정거장 몇 미터 까지 상세히 가르쳐 준다. 만일 고개를 저쪽으로 돌려 방향만 적당히 가리키면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기에 불친절한 나라 사람들로 인상 받는다.
말소리가 너무 큰 한국 사람들의 경우 식당 등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주위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아파트 같은 밀집 거주 지역에서는 저녁때부터 아침 늦게까지 집 안이나 집 밖에서 이웃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미국인들은 각별히 말소리를 줄이는데 신경을 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면에 너무 무신경해서 이웃의 신경을 건드리는 경우가 허다한 듯하다. 또 미국의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위아래 층의 소음이 전혀 안 들리지만 한국의 아파트는 거의가 위아래 층의 소음이 들려서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식당에서의 옷차림은 반바지나 슬리퍼는 착용하지 않으며 가급적 품위 있고 정결한 옷과 신발을 착용한다. 다만 '패스트 풋집'(Fast Food Store, 햄버거나 프라이드 치킨집 등)에 들렸다면 복장은 신경 안 써도 된다.
역시 전번 호에 잠간 언급했지만 우리 민족의 표정은 거의가 너무 딱딱하고 진지(근엄)해서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그런 인상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 보다 밝은 인상, 즉 미소 짓는 얼굴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인상을 보다 밝은 것으로 보여주는 첩경이 아닐까?
양식(뷔페, 미국은 부페이 = Buffet) 식사 때는 그릇 치우는 사람들이 자주 오는데 포크와 나이프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놓아두면 식사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접시에 음식물이 많이 남아 있더라도 들고 가 버리니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면 한쪽이 아닌 양쪽으로 걸쳐둔다.
유부남 또는 유부녀의 혼외정사는 국내에서는 아직도 '간통죄'에 해당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주가 '세련된 부부라면 자기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법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는 시대사조에 따라 '간통죄'를 없앤 지 오래다. 얼른 생각하면 간통죄가 없는 미국이 한국보다 이혼율이 높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와 반대라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은 우리 보다 배우자의 실수를 관용하고 있거나 남녀 간의 정사를 우리처럼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일까?
미국에서는 공중화장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노크할 필요가 없도록 화장실의 문을 열어 놓는다. 문이 닫혀있으면 사용 중이라는 뜻이다.
부부간에는 서로 '여보'나 '자기'를 의미하는 '하니'(Honey = 꿀)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필요할 때는 20년 이상의 나이 차가 있어도 관계없이 배우자의 성이 아닌 이름을 불러 친밀감을 더해 준다. 한국처럼 '아무게 아빠' 니 '오빠' (미국서는 친오빠만 오빠라 부른다)라는 대명사는 절대 쓰지 않는다.
미국서는 ‘굿나잇’(Good night)을 상대방과 오늘 다시 만날 예정이 없을 경우 초저녁이라도 ‘좋은 밤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의 뜻으로 헤어질 때만 쓴다. 저녁 늦게 누구를 만날 때는 ’굿나잇‘을 쓰지 않고 ’굿이브닝‘(Good evening)하고 인사한다.
또 우리처럼 남의 일이 마치 자기 일이나 되는 듯 끼어들고 간섭하는 그런 언행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정스러운 면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끊임없는 까십거리(Gossip)나 뒷공론, 남 헐뜯기 등의 풍조는 거의 없다.
미국 문화의 특징은 항상 상대방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를 의식하고 존중해 준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을 할 때는 절대로 도중에 끼어드는 법이 없이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예의다. 그러니 우리처럼 대화 중에 끼어들어 소리가 커지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세련된 토론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한정된 지면 때문에 이 정도로 세 차례에 걸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마친다. 다만 필자는 테이블 매너(식탁 예법) 등 '예법'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오랜 미국 생활에서 체득한 것들을 적어 본 것이니 혹 다른 의견이 있는 분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서 정정해 주기를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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