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칼럼
여론조사에 대한 이해와 오해
정치인과 선거 그리고 여론조사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여론조사(輿論調査) 분석 기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얘기가 무성해진다.
지지율(支持率) 등 여론조사 때문에 정치를 못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의견부터, 여론조사는 결코 믿을 것이 못된다는 사람들의 불평까지 다양하다.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때문에 ‘정치적 상상력’을 제한받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선거 초기에는 왈가왈부(曰可曰否) 수준의 내용들이지만,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면 서슬 퍼런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등장한다.
여론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며, 엉터리 여론조사에 대한 지탄도 시작되고, 한발 더 나아가 저 조사기관은 ‘누구의 편’이라서 편향되었다는 볼멘 소리까지 들린다.
대개 한국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마음에 들면 ‘과학(科學)’이지만, 못마땅하면 ‘조작(造作)’이 된다.
여론과 이해관계 그리고 신념
특히 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필자에게 여론조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는 몇 가지 얘기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당신의 여론은 여론이 아닐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야 전문가를 불러다 여론의 흐름 등을 들을 일이 별로 없지만,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들은 다르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 국민의 5% 이내에 드는 ‘훌륭한 분’들의 여론은 여론으로서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이 소수의 엘리트(elite) 집단의 의견은 대체로 ‘신념’이나 ‘이해관계’로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눈에 벌써 그려지는 ‘지체 높은 분’들의 여론은 ‘삶의 현장’에 있는 일반인들의 여론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여론조사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놀라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좀 더 관대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여론은 여론일 뿐,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가 꼭 옳은 것이 아니라는 말은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실제 여론조사는 특정 시점, 특정 이슈(issue)에 대한 의견의 총합(總合)일 뿐이다. 당연히 ‘옳고 그른’ 가치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여론이 춤을 춘다’는 것은 잘못된 관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학(言論學)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모형에서 ‘자극하면 반응한다’는 단순이론의 위상은 추락한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출신지역, 학력, 소득수준 등 다양한 인구사회학적 배경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의 정치신념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긴다는 여론이 절반을 넘었지만, 최종 결과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여론조사의 정확한 이해를 위한 기초지식
여론조사는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을 가지고 봐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표집오차’이다. 언론사에서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는 신뢰구간과 오차범위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전국 1,000명 여론조사의 경우, 대개 표집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이다. 이 말은 통계적으로 조사가 100번 중 95번은 3.1% 정도의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맞을 것이지만, 나머지 5번은 아예 더 틀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표본수’의 경우, 많은 것이 좋지만 표본이 가지는 ‘대표성’이 제일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사의 인구사회학적 구성이 전체 국민의 특성과 얼마나 일치하는 지 여부이다.
전 국민의 숫자와 비교해 턱없이 작은 1,000명의 표본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성별, 지역별, 연령별 분포를 잘 설명하고 있다면, 표본이론상 정확도에 큰 문제가 없다.
저널리즘(journalism)의 관점에서 보면 여론조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된다. 실제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전하는 ‘민심(民心)’은 생생(生生)하지만, ‘대표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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