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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발당 |
다산 유적지 순례 9
항촌 明發堂 시집가는 길
안경순 (전 초등학교 교장)
두물머리 마재 소내마을에 경사가 났다. 다산의 외동딸 혜련의 혼례 날이다. 기뻐해야 할 혼례청에 흐느끼는 신부의 눈물로 모두가 잠깐 술렁이었다. 신랑댁 함 속에 든 『매조도』와 그의 부친의 쪽지글 때문이었다. 『지금 갇히어 사는 아비가 내 사랑하는 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 뿐인 것을 어찌 하겠느냐 -다산 아비 -』 이 내용은 한승원의 소설 『다산』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러나 다산의 딸 혼례는 1812년이고 매조도의 제작년도는 1813년이니 위의 내용은 오로지 한승원의 소설일 뿐이다.
다산께서는 다산 동암에 계실 때 고향의 홍씨 부인이 그의 신혼때 입었던 빛바랜 붉은 치마를 보내와 6폭 중 4폭은 두 아들에게 가계첩(하피첩)을 만들어 주었고 그 중 1폭에 매조와 참새를 그린 시화폭을 딸의 신혼을 경축하는 매조도 족자를 만들어 주었다.(1813년 현재 고려대 박물관 소장)
도암면 항촌마을의 대부호요 덕망가인 해룡공 윤광택은 성암 정재원(다산의 父)의 처가댁 인척으로 가까이 내왕하는 사이였고 해룡공의 아들 옹산 윤서유는 다산과 가까운 친구이며 옹산의 아들 윤창모(영희)는 다산의 18제자 중의 한 사람으로 다산의 외동딸이 이 윤창모와 결혼하였다.(1812년)
이들은 시댁 항촌 명발당(효성스런 마음이 들어나는 집)에서 1년 6개월간 신혼생활을 하였고 그의 아들 방산 윤정기를 이곳 명발당(향토문화유산32호)에서 잉태하여 3개월이 된 해에 다산의 권유에 따라 옹산의 가족 모두가 경기도 귀어촌으로 이거하게 되었다(1813년). 옹산은 늘그막에야 문과에 급제하여 정언 벼슬을 하였으며 방산은 외할아버지(다산)의 지도로 당대의 최고 문장가요, 다산의 학맥을 잇는 실학자로서 ‘동환록’등 많은 저술을 남기고 말년(1860년)에는 낙향하여 옹산별업 아래 백학루를 지어 살면서 2~3명의 동인과 함께 의성사(依성사)라는 詩社를 맺고 의성사기를 썼다.
현재 명발당 본체는 중도에 복원된 건물이고 좌편 뜰에 서재인 무학중사(無學中事-학문을 하지 않으면 중도에 기운다)는 1798년에 건립되었다는 상량문이 남아있다.
항촌에서 건너다 보이는 덕룡산에는 해룡공의 묘가 있는 농산별업과 조석루 터가 있고(정원과 별장) 법수동(학동)에는 옹산별업과 백학루 터가 있으며 이곳에 옹산과 다산의 사위 윤장모 내외(나주 정씨)와 그의 아들 방산의 묘가 모두 여기에 있으니 강진과 다산家의 끊을 수 없는 연이 여기에 또 있다.
다산이 강진 적거 18년간에 재정적 지원과 저술의 근원이 되는 고서적들을 열람할 수 있었던 다산의 외가쪽 가계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귤동과 항촌의 윤씨들은 다산의 생활과 재정적 지원을 아낌없이 후원하였다. 다산은 항상 자기는 외가쪽 혈통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고 자부심을 가졌다. 외가 연동에는 해남윤씨 12세 어초은공 윤효정(연동파조)은 아들 4형제를 두었는데 장남 귤정공 윤구는 호남 남인의 종장으로 기묘명현이며 호남의 시.문장의 3걸로써(최산두,유성춘) 그의 증손이 고산 윤선도이며 고산의 증손 이 공재 윤두서이며 공재의 손녀가 다산의 어머니이니 다산은 공재의 외증손이다.
어초은공의 4남 행당공 윤복은 안동 부사로 있을 때 퇴계선생과 교분이 깊어 그의 아들 3형제와 누님의 아들 풍암 문위세(장흥유치 문씨)를 퇴계의 문하에 수업케하여 후일 호남에 퇴계후학으로 유학을 크게 번창케 하였다. 행당공의 묘와 제각이 도암면 용흥리에 있으며 그의 신도비는 전라남도 기념물 203호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 내년이 행당공 탄신(1512년~1577년) 500주년으로 문중에선 큰 행사를 준비라고 있다 한다.
연동 ‘녹우당’의 현판 글씨는 공재의 절친한 교우였던 옥동 이서의 친필이다. 옥동은 서예의 대가였으며 성호 이익의 스승이자 친형으로서 경기도(안산)의 남인계 실학의 집안으로서 호남의 남인계 실학자 공재와는 서로 작품교환을 하고 지내는 가까운 사이였다. 조선 실학의 태조격인 성호 이익을 가장 존경하고 사숙하였던 다산으로서는 이분들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실학을 집대성하였으리라 생각한다.
다산 유배 생활에 물심양면으로 다산학이 있게 한 해남 윤씨들의 공적을 관과 할 수가 없으며 다산초당에서 송학리 농어바위 월곶이의 나루터 항촌의 명발당에서 잠시 쉬어 농산별업과 조석루, 법수동의 옹산별업과 다산의 딸 내외와 방산의 묘를 참배하는 길은 모두가 다산의 작품 속에 나오는 명소들로 이야기가 깃든 탐방로로 시급히 개발해야할 관광의 명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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