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유적지 순례 12
茶山선생 월출산 白雲洞 나들이
안경순(전 초등학교 교장)
아암 혜장선사가 세상을 뜬 이듬해(1812년) 9월 12일 다산은 혜장선사의 장례를 마친 후 애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제자들(초의, 윤동)과 함께 월출산과 백운동을 탐방하고 백운동 초당 주인 이덕휘(이시헌의 父)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왔다. 이때 다산은 51세, 초의는 27세, 윤동은 19세, 이덕휘(54세)의 아들 이시헌은 10세 소년으로 심부름을 도맡고 다산이 돌아올 때 다산초당으로 함께와 다산 문하에서 수학하게 되었다.
하루 밤을 지내면서 백운동의 12경에 대한 시문을 짓고 초의는 이때 「백운동도」와 「다산초당도」를 그렸는데, 이때의 그 불멸의 작품이 후일에 역사적 유물로 남았다.
백운동에는 12경이 있는데
1) 옥판봉(월출산의 서남쪽 바위산) 2) 산다경(동백나무 숲길) 3) 백매오(매화 벽나무 둑)
4) 취미선방(산중 중턱의 禪房) 5) 목단체(모란뜰) 6) 창하벽(희뿌연 안개 낭떠러지)
7) 정유강(큰 적송나무 숲) 8) 유상곡수(굽이굽이 흐르는 물에 술잔 띄우고)
9) 풍막(단풍나무 ) 10) 정선대(신선이 머무는 정자) 11) 홍옥폭(紅玉폭포)
12) 운당원(왕대밭)
다산께서는 발문을 붙이고 1경~8경까지의 시문을 쓰고, 9경~11경은 초의가 시문을 쓰고, 12경은 초당 주인 이덕휘가 시문을 지어 남겼다.
白雲洞은 조선 효종.현종 연간에 처사 이담노께서 월출산의 남쪽 천불동 산자락의 옛 백운사 밑에 자리하고 있는 송죽이 울밀하고 맑은 시냇물을 이끌어 구곡수를 만들어 감돌아 흐르는 계곡 바위에 「白雲洞」이란 세 글자를 새겨 洞名으로 삼았다.
월출산 물이 흘러 안개로 변하여 (白) 구름으로 상승한(雲) 상서로운 마을(洞)이란 뜻으로 명명하고 이담노 처사께서는 백운동은(白雲洞隱)이라 자호하고 백운동 초당에 「白雲幽居」의 편액을 걸고 백운동명설, 백운동유서기, 백운금명, 백운동 장해문을 남겨 백운동의 절경과 후손들에게의 교훈과 유지를 남겨 놓았다.
백운동의 경관이야말로 중국 구양수의 서주와 유자후의 우계, 왕휘지의 란정에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명승지라 찬양하고 이곳에 살면서 심성을 함양하고 문묵으로 낙을 삼으며 이곳에 정착하고 죽어서도 이곳에 넋을 묻을 것이라는 시문에 뜻을 남겼다.
백운동 초당에는 8가지의 명물이 있는데 이곳을 찾는 많은 명사들이 각기 八詠詩를 지어 주인에게 남겼다.
① 松 - 울창한 소나무는 세한의 지조를 취하고
② 梅 - 동산에 매화는 고결을 숭상하며
③ 竹 - 물가의 대나무는 군자를 연상하고
④ 蘭 - 뜨락에 난초가 있어 교분을 삼으며
⑤ 蓮 - 연못의 연은 천연을 사랑하고
⑥ 菊 - 화단에 국화심어 루상의 절개를 취하고
⑦ 琴 - 시렁위에 거문고 바람에 울고
⑧ 鶴 - 새장엔 학이 있어 달을 보고 우짖는다
이것이 바로 백운동의 생활이며 이곳을 찾아 시문을 남긴 사람은(八詠詩文) 신명규(부수찬,이조판서추승, 강진유배), 임영(대사헌, 전라도관찰사), 김창흡(대문장가, 영의정 김수항의 아들), 송익휘(대사성) 다산과 초의의 백운동 12경 찬시 등 제현들의 문장 속에 백운동 경승의 격찬과 청아한 음율이 현인들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처사공의 6대손인 자이당 이시헌은 처사공과 고조부인 졸암공의 유고와 교류한 제현들의 글을 모아 「白雲世守帖」을 만들어(1850년) 후세에 전하였다. 여기에 다산의 시문과 초의의 「백운동도」가 함께 실려 있다.
현재의 백운동에는 초의선사의 「백운동도」에 근거하여 강진군에서는 백운동초당을 복원하였고(2004.11.17) 백운동 계곡과 정선대는 강진향토문화 유산 2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월하-백운길100-63) 비온 뒤의 백운동 계곡은 폭포수가 장관이며 아무리 가뭄 때에도 동대의 계곡물에는 시러워 몸을 잠기기 어렵다. 바위에 새겨진 「白雲洞」글씨는 이처사공의 친필로 뚜렷하며 백운동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 등과 함께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조선 중기의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 유산이다.
한편 이곳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차의 명소로서 이곳에서 이한영 옹이 만든 「백운옥판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표를 붙여 수출했던 역사와 전통이 있다.(모로오카와 이에이리의 공저 「조선의 차와 선」(1938년)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현재 이한영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또 다산은 해배후(1830년)에 그의 제자 이시헌(이대아)에게서 보내준 차를 받고 고마움과 떡차 만드는 법을 자세히 적어 보낸 서한문이 지금 남아 있다.(백운동 이효천씨 소장)
이때에 이곳은 차의 생산과 생활화가 이미 되어 있으며 그의 후예들이 만든 「백운옥판차」의 명예와 전통을 살려 우리 고장이 우리 차의 원조라는 자부심으로 다시 개발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도 올려야 할 때이다. 백운동 경포대 일원의 녹차원은 그 향내와 함께 전국의 관광명소로 거듭나야 할 곳이다.
무위사에서 백운동을 거쳐 경포대까지의 자연 경관은 가장 평화로운 무릉도원이며 꽃길 꽃동네로 가꾼다면 전원의 영화 촬영소로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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