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변해야 강진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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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전 언론인)
맹자의 진심장구(盡心章句) 편에 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라는 말이 있다.
'태산에 오르니 천하(세상)가 작아지더라'는 뜻이다,
한 나라의 끝에서 끝에 까지 젯트기로 7시간이나 걸리는 미국에서, 고작 1시간도 안 걸려 서울에서 제주에 도착되는 한반도를 세계지도를 통해 바라보는 경우도‘등태산이소천하’의 경우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필자가 오랜 세월을 미국에 살면서 하와이나 앨라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의 93분의 1 밖에 안 되는 세계지도 상의 조그마한 대한민국(전체 한반도는 43분의1)을 바라보며 여러 차례 탄식한 것은 5.16 쿠데타(혁명이라 함은 큰 잘 못)로 민주정권을 쓰러트린 박정희 독재 이후 계속되는 전두환,노태우에 이어진 군사독재 체제는 물론, 그 후 계속되는 군사 독재 잔당과 민주 투쟁 경력이 있는 정당과의 싸움에 따르는 소음은 언제나 그치냐는 것이었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독재 잔당의 괴력에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한편으로는 어떻게 저렇게 작은 나라에서 '우물 안 개구리' 모양 서로가 티격태격 싸우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필자는 강진군의 초청으로 3년 전 고향에 오면서 세상을 내다보는 시야가 미국에서 세계지도를 통해 바라보던 한반도 안의 그것처럼 우물 안 속의 개구리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은 한갓 기우였음을 알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고향 분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폐쇄적인 데에 놀랐다.
타도 사람도 아니고 이웃 장흥 사람도 아닌 강진 출향민이 간혹 고향을 찾을 때조차도 아주 정이 뚝 떨어지게 냉대를 하기에 결과는 "고향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는 것이 이 사태를 당해 본 출향민 거의 대부분의 고백이라니 강진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글픈 소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놀랄 정도의 불친절과 냉대가 강진 밖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강진 사람만의 집단 이기주의로 강진은 오늘도 발전이 지지부진한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줄을 고향 분들은 알고 있을까?
평소 필자는 강진의 지도급 인사들을 만날 때 마다 입이 닳도록 "강진 사람들이 출향민은 물론이고 타 지역 분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강진이 부쩍 부쩍 발전해 갈 것이다"고 주장한다. 물론 듣는 이들은 단 한 분도 필자의 이 말에 반대 발언을 한 적이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어느 특정 분야에 무지한 필자보다 10배 20배 더 전문지식을 지닌 사계의 권위자가 강진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로 한 시간 강의를 해 주겠다는데도 '혹시 그 분이 나와 적수되는 가까운 강진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줘 내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닐까?‘ 하는 좁쌀 크기만 한 생각으로 그 좋은 기회조차 걷어 차버렸다. 그러고도 강진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바로 연목구어(綠木求漁 =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 즉 불가능한 일을 하려든다는 뜻)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릴만하지 않은가.
우물 안 개구리를 면하려면 우물 밖 자유인의 열린 사고방식을 지니고 타의 문화 및 지식을 받아들여야 급속도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의 일본을 봐서도 곧 알 수 있는 일이다. 그와 비교되는 이조의 쇄국 정책은 나라를 망쳤고 일본은 어언 세계 일등 국가로 성장했으니 우물 안 사고방식의 병폐가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다행히 역대 지자체장 중 가장 청렴하고 똑똑하고 박식하다는 지자체장이 군 공무원들과 군민들에게 귀가 닳도록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이 강진을 위하는 길이라고 외치고 있음은 강진의 밝은 미래를 보는 느낌이다.
이 지자체장이야말로 강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니 그 분이 대부분 강진 지식층의 지지를 받는 이유를 알만하다.
내일부터라도 우리 모두 새로운 친절한 마음으로 외부에서 강진을 방문하는 인사들을 마음으로부터 따뜻하게 대해보자. 내 스스로가 이기적인 자세와 집단 이기주의의 옷을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친절한 자세로 변할 때 비로소 고향 강진이 점차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제 그렇게 하더라도 내 자리를 누구에게 빼앗기지 않고 잘 살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정든 고향을 떠나 그간 고생 고생 끝에 이제 고향에 살 때 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는데 어렵게 일군 그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시 고향에 돌아와 살 생각이 나겠는가? 고향 분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제 여유를 즐길만한 그 분들은 한결같이 ‘내가 이제 고향을 위해 뭣을 도울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한단다.
출향민이 아니면 또 어떤가? 강진이 좋아서 강진 사람이 됐다면 그 분이 강진에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는 한, 아니 나보다도 오히려 강진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유치한 시기와 질투 차원을 넘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대함은 물론, 당당한 ‘강진 본토박이’로서의 도량으로 고향 사람처럼 껴안아야 할 때다. 도량이란 오직 강자가 베푸는 것이지 약자에게서는 찾기 힘든 덕목이 아닌가.
관광객의 호주머니에서 떨어지는 돈이 강진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타관에서 청자, 다산, 영랑 등 강진의 볼거리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내 형제가 온 듯 반기며 따뜻하게 대할 때 이 분들이 돌아가서 강진사람들의 친절성을 친구들에게 전달할 것이오. 따라서 관광객 수는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진의 경제 살리기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강진 주변의 장흥, 영암, 완도, 해남 사람들이 강진 사람들을 보고 느낀다는 “혼자 똑똑하고 교만한 고답적인 강진 사람들‘이라는 껄끄러운 이미지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보다 겸손하고 친절한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우리 고향 강진은 누가 봐도 ‘와서 살고 싶은 고장’으로 그 이미지가 바뀔 것이다. (kaj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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