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기자의 횡설수설
안다이 박사들
여기저기 안다이 박사들이 넘친다.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오가는 말들을 주시해보면 모두 박사들이다. 정치이야기, 경제이야기, 선거이야기, 북한이야기, 또는 주변 사람들의 사사로운 생활까지 속속들이 잘도 알고 있다. 그러다가 자기주장이 센 안다이 박사끼리 부딪히면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려가며 목소리 톤을 높이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을 가지고 얼굴을 울그락 불그락 거리며 열변을 토한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만큼 남보다 많은 여러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안다이 박사들은 주장이 센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우겨 정확한 것처럼 뒤덮어 버리는 데 문제가 있다. 박사 호칭이 붙을 정도이니 그 누가 말로서 따를 자가 있을 것인가. 그래서 간혹 그들의 말이 진짜처럼 입에서 입으로 옮겨져 돌아다니는 게 문제다.
말이나 글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재능 중에 하나다. 재능이라는 것은 자기가 열심히 갈고 닦아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좋은 데에 써야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벌이는 말솜씨 또는 본질은 뒤로 하고 사소한 내용으로 맞지 않는 논리를 펴는 글 등은 결코 좋은 모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안다이 박사’ 라는 호칭을 우리는 결코 좋은 호칭으로 쓰고 있지는 않다. 어느 자리에서든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우겨대는 말쯤으로 인식되고 나중 수다스런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진짜 ‘안다이 박사’들의 다수는 침묵하는 지식인들이다.
예를 들자면, 안철수씨가 총선에 나올 것인가 대선에 나올 것인가. 이 문제는 그 자신의 생각에 달려 있고, 직접 나서서 말하기 전에는 그 아무것도 실체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는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온갖 추측으로 말을 만들어 낸다. 김정일이 죽은 후 북한체제는 이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는 각종 추측들을 내놓는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국가적인 큰 이슈들을 두고 일어나는 최근 반응들이다. 각 언론에서는 뭔가 흥미 있고 자극적인 기사를 내놓아 국민들의 시선 끌기에 바빠 보인다.
지역에서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입에 오르내린다. 이런 때 많은 ‘안다이 박사’들이 활개를 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에 들었던 말들을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하는 중에 옮기게 된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직접 알지도 못하고 대화한번 해본적도 없으면서 잘 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것도 좋은 말을 해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말을 떠들 때는 한 사람에게는 치명타가 되는 것이다.
예전 한 여성 봉사단체 회장이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한 봉사단체에서 행사를 했는데, 그 여성봉사단체에서 그날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그날 자신들의 봉사협조에 대해 그쪽 회장이 또는 회장 부인이 미처 수고하신다는 말을 안했다는 것으로 회장부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다른 회원들에게 안 좋은 말을 하면 어쩌려고 소홀히 하느냐” 자신이 자기 회원들에게 안 좋게 말할 수 있고, 그럼 좋지 않게 소문이 날것이라는 식의 말이었다, 그 분이 여자들의 수다에 대한 경고를 알렸을지 모르지만, 나는 놀랐다. 어쩜 저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까하고, 그 분의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시간을 쪼개 다른 봉사단체의 봉사에 협조 봉사를 해주고 있었지만, 좋은 식의 말은 절대 아니다.
또 이런 사람도 봤다. 안다이 박사처럼 행동하던 사람 중의 하나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마치 정말인 것처럼 떠벌여 어리숙한 사람을 이용하고 그것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연들 외에도 사람들 사이에는 별의 별 일들이 벌어지고, 말로 인해 입는 상처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다짐하는 연말이다. 자신이 작은 일로도 상처 받듯이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듯하다. 또 내년 2012년에는 군수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까지 이어지면서 작게는 지역사회 크게는 국가적으로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어느 해 보다도 많은 말들이 난무할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일까 안다이 박사들의 좋은 말, 활기찬 의견들이 무척 기대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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