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사랑은 ‘태아교육’에서 출발
고령화 시대에서 만난
칠량면 영동리 월궁마을 신재포 옹 (84세)의 태아교육 이야기
신재포 옹은 올해로 여든넷의 연세인데도 안경을 쓰지 않고 200자 원고지에 자신의 글을 또박또박 쓸 정도입니다. 귀도 멀지 않았고, 말씀도 여간 카랑카랑합니다. 허리 하나 굽어지지 않은 건강한 모습의 신재포 할아버지는, 지금도 버스를 탈 때면 항상 정류장에서 신문을 사서 읽곤 합니다. 배움이라곤 초등학교가 전부인데도 평소 읽기를 좋아해서입니다.
신재포 옹은 건강관리를 잘 해오셨는데, 특별한 것은 없고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기는 아무거나 먹되 양이 적은 편이고 잠을 푹 자는 편입니다. 누구와도 싸움한 적이 없이 항상 ‘지고 사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신재포 옹은 한평생 전라남도 각 지역을 돌며 건설현장에서 십장노릇을 해왔는데, 여러 곳을 돌며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태아교육이었습니다. 배 속에서 어린아이가 자라고 있을 때 어머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중 태어날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입니다. 신재포 옹은 직접 200자 원고지에 자신의 경험담을 썼습니다. 그 연세에 대단한 필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집자주
‣ 쌀을 잘 먹는 아이
유독 쌀을 잘 먹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이가 방바닥이나 마루바닥에 쌀알이 보이면 손으로 애써 입에 넣습니다. 밥을 지으려고 바가지에 쌀을 담는 모습이 보이면 울면서 쌀을 달라고 때를 씁니다. 어머니가 보다 못해 쌀알을 몇 알 방바닥에 뿌려놓으면 좋아라고 하나 둘 잡히는 대로 입에 넣습니다.
그 아이 어머니는 임신했을 때 쌀을 자주 먹었습니다. 먹고 또 먹고 하는 것을 결국 뱃속의 아이가 배운 것입니다. 태중에서 어머니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어머니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태교학이 통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태중에서는 모든 것을 보기만 해도 배우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쁜 생각이나 나쁜 일을 하면 태중의 아이도 나쁘게 배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신기가 있으면 바로 그날부터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태중의 아이는 그야말로 백지장처럼 희고 순수합니다. 그러기에 백가지 다 오염되기 쉽습니다. 임산부가 정성으로 책을 읽는 일은 그 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습니다. 책을 읽되 소리를 내지 않고 글자를 똑바로 보고 바르게 읽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 임산부의 마음가짐이 태아의 뇌신경에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책 읽는 일은 임산부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 독도는 우리 땅
라디오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가 흥얼흥얼 그 노래를 따라 불렀는데, 곡이 틀리지 않고 잘 부르기에 아이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아이가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를 그리 잘 부르느냐고 했더니 이틀 전에 그 노래를 라디오에서 듣더니 이내 따라 부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기억력이 매우 좋은 아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나중 들어보니 그 어머니는 아이를 뱄을 때 밤낮 책만 보았답니다. 결국 어머니가 책을 좋아해서 꾸준히 독서를 한 결과 어머니의 그런 두뇌 활동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입니다. 어머니가 독서를 할 때 소리를 내지 않고 읽어도 임산부와 아이는 통하는 것이어서 글의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아이의 두뇌가 명석해 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울고 보챌 때에도 책만 읽어주면 그렇게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 않아도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는가, 아이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임산부가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보아도 태아의 신경에 전이되어 암기 능력이 습득되는 것이어서 임산부의 독서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아가 자라는 유일한 환경이 어머니의 자궁입니다. 그러므로 그 환경의 주인공인 어머니가 어떤 사고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것이지요. 태아의 뇌와 임산부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어머니가 책을 많이 읽는 자제들이 대부분 영특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영국 유학을 한 아들이야기
삼남매를 데리고 영국으로 떠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적령기가 되어 큰 아들을 입학시켰습니다. 그런데 한 3일 학교엘 다녀오더니 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이 가르쳐 준대로 공책에 적어서 집으로 온 큰 아들이 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부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동생은 내년에 보낼테니 큰 아들만 먼저 다니라고 했는데 배운 대로 가르치니 더욱 오진 마음이 들었겠지요.
영국은 장학제도가 잘 되어 있어 성적만 우수하면 장학금을 받아가며 학교를 다닐 수 있는데, 큰 아들은 공부를 잘 해 나중 학교에서 미국 유학까지 일년 간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자율권을 주었답니다.
큰 딸 역시 음악 계통에 취미와 소질이 있고 실력이 뛰어나다 보니 큰 아들처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큰아들이 공부를 잘하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막내를 뉘어놓고 부부가 함께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으려니까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한 어린 것이 방바닥에 책이 보이니까 한손으로 밀치면서 짜증을 내더랍니다. 그래서 책을 손에 닿게 해주었더니 좋아하며 엄마 품에 들어오더랍니다. 삼 남매 모두 책을 좋아했고, 학문을 좋아한 셈입니다.
그러니까 삼 남매를 낳은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언니 오빠를 임신했을 때보다도 막내를 임신했을 때 책을 더 많이 읽었답니다. 좋은 책을 많이 준비해 놓고 함부로 외출도 삼가며 읽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큰 아들은 영국 유학을 할 때 열네 살에 일반 학습을 모두 끝냈다고 합니다. 큰 아들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어찌나 영민한 지 법학을 공부할 때 법전을 모두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슨 책이든 한 번 읽으면 죄다 기억을 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를 낳으며 기르고 학교를 보낼 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세상 어떤 부모가 자녀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뭐니뭐니해도 아이 글 읽는 소리라고 하잖습니까.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쳐서 누구나 공부를 잘 할 것 같으면 굳이 태교라는 것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온 집안이 항상 웃음꽃이 피고, 그 웃음 속에 행복이 미소를 짓습니다. 한 말씀 더 한다면 태교에 있어서 보아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싸움질하는 것과 남을 모해하는 일과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도벽 심한 아이
어떤 엄마가 여기 저기 다니며 그 때마다 손끝 사나운 일을 하였답니다. 시장에서나 길거리에서 남의 물건을 슬쩍 하는 버릇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가 있었습니다. 보성에서 일할 때 들은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임신한 후로도 도벽을 멈추지 않고 했답니다.
뱃속의 아이는 엄마의 도벽을 보고 나중 태어나서는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슬쩍 하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나중 커서도 남이 알게 모르게 도벽하는 버릇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임산부는 주의를 해야 합니다. 항상 몸을 청결히 하고 깨끗한 것만 보아야 하며 책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부처님을 그리는 사람이 늘 마음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청결히 한 상태에서 붓을 드는 것만 보아도 부정 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물며 자식을 밴 어미의 심정에서는 나쁜 것은 멀리하고 맑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해야 되지 않을까요.
‣ 태교와 책
입덧이 나면서부터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소리를 내서 읽는 것 보다는 눈으로 조용히 읽는 게 좋다고 합니다. 많이 읽을수록 좋은 일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되 정성을 들여서 읽으면 그 내용이 그대로 태아에게 전달된다고 합니다. 태아 때 그 같은 독서가 있게 되면 태어난 아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는 대신 욕지거리를 하거나 싸움질을 하게 되면 태아는 고스란히 그것을 배웁니다. 제 것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해간에 욕지거리를 하거나 싸움질은 해서도 안 되고 보아서도 안 됩니다.
태중에는 희비애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세상 모든 것을 눈에 보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좋은 것만 보아야 하고, 들어서 불쾌해질 것이나 염려가 되는 굿판은 미리 안 가야 되며, 설령 보게 되더라도 눈을 가리고 빨리 그 현장을 빠른 걸음으로 피해야 합니다. 손을 펴고 눈을 가리는 것은 귀신도 손을 싹싹 부비기 때문입니다. 태중에서는 부모형제도 모릅니다. 오로지 그 행동과 소리로써 영상만이 있을 뿐입니다.
뱃속의 아이를 위해 걱정이나 근심 따위는 하지 말고 책을 읽으면 지루하고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참을성 있게 읽어야 합니다. 저질내용이나 좋지 않는 내용은 피하고 효자 충신 등의 얘기가 담겨 있는 양질의 책을 읽을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면 부모는 무조건하고 공부만 하라고 소리칩니다. 머릿속은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데도 부모는 소리만 칩니다. 그러나 소리치는 일은 금물입니다. 누구누구는 공부를 잘하는데 너는 뭐냐고 소리치면 아이의 자존심만 건드리는 꼴입니다. 그래서 조용조용 타일러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상으로는 첫째, 돈을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돈이 눈에 보이면 공부하기가 싫습니다. 더 많이 갖고 싶고 투자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결혼하면 임신을 계획하고 임신이 되면 읽을만한 책을 준비해 놓고 바로 읽어야 합니다. 뱃속의 아이는 글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글에 대한 기본을 받아들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텔레비전을 보았는데, 임신했을 때 임산부는 밤낮으로 음악만을 들었답니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그저 어떤 소리든 간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틀림없이 알아맞히면서 영특하게도 초등학교 1학년답지 않게 작곡까지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 임신했을 때에는 책과 더불어 지내야 한다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