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니까요 2
현대 남자들은 울고 있습니다.
2~30대는 남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이 안돼 고생하고, 다 큰 자식 용돈받기도 뭐하고, 알바자리도 없고, 사귀던 여자 친구는 떳떳한 직장이 없다고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가 버리고, 고생하는 늙으신 부모님께 불효해 죄인 같은 마음 뿐. 또, 4~50대에는 열심히 다니던 회사에서 명퇴소리로 가슴이 오매 조매하던 어느 날 찬밥신세로 밀려나면 재취업하기 하늘에 별 따기라 마누라 자식들 눈치 보며 기죽어 말대꾸 한마디 못한 새가슴이 되어 운동 나간다며 개천가 풀숲에 홀로 앉아 외롭게 눈물 훔치며 울고 있는 현대 아빠들......
퇴직 전까지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장가보내고, 하다 보니 한눈 팔 새도 없이 가진 것 모아둔 것 없어 홀로 서글퍼 고민하니 한 평생을 뼈가 빠지도록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오직 일뿐이 모르고 살아왔는데 내게 남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취미생활은 커녕 가까운 친구들과 술자리도 한번 옳게 나눠보지도 못하고 그저 얻어먹기만 하다 보니 술 빚도 못 갚으면서 살아 왔는데, 남들은 어찌 그리도 잘들 살아가는지? 생각하니 지나온 세월이 너무 바보스런 마음뿐이라 한숨만 절로 납니다.
거울 앞에 서 모습을 보니 머리는 어느새 다 빠져 대머리가 돼 버렸고, 남은 몇 안대는 머리 숱이 온통 횐 머리뿐이고, 눈가에 주름은 언제 그리도 많이 생겨난 것인지 유령 같은 얼굴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는데 마누라가 곁에 오더니 주눅 들듯 비실대며 살아가는 남편이 애처로워 보이는지 그 꼴 보기 싫다고 사골 끓여 주는 마누라. 아직 멀쩡한 마누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매일 딴전을 피우고 다닙니다.
이젠 세상에 외돌토리 신세가 된 냥 배신당한 것 같은 심정에 남자들은 밤잠을 이룰 수 없어 불면증에 허덕이게 되고, 우울한 홀로의 고독 속에 어쩌다 잠깐 잠 들다보면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에 입안 언저리가 쩝쩝하고, 입 가상이 쥐어 불어터지고 종일 우울함 속에 홀로라는 기분이 드니 자살해 버리고 싶은 충동에까지 이른다고 한다지요. 그러다보면, 60을 훌쩍 넘어 70에 접어드니 외로움은 더더욱 커져 표현하지 못할 쓸쓸함뿐입니다.
진정, 우리나라 가부장적 전통문화는 무참히 짓밟혀 산산조각 나 버린 지 오래이고, 그 고분고분하게 순박하던 마누라는 어느새 백여우가 다되어 사사건건 남편을 잡아먹으려 달려들고 하니 그저 찍소리 못한 남편들 허파 뒤집혀져도 숨 죽여 살아갈 뿐. 목소리조차 낮추고 눈치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 신세랍니다. 왜 젊었을 때 마누라 좀 잘해주지 그랬어요. 그 못한 죄 값이라고 생각하라나요.
이 시대 남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아슬아슬하게 깊은 상처를 안고 말없이 조용히 살아갈 뿐인데 나중엔 건강까지 잃고 아! 이게 아닌데.......하는 후회의 한숨이 절로 납니다.
어떤 70대 내외분의 자살 유서입니다. 경북 청송에서 소규모 사과농장을 하는 동갑내기 남편이 아내를 몰라보고 옷에다 똥을 범벅 시켜놓고 천장만 보며 웃는 치매가 걸리다보니 견디다 못한 마누라가 함께 세상을 떠나야하는 슬픈 결심을 했다지요.
“애들아!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드는구나.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아빠가 결국 요양원에 가 벽에 똥칠을 해야 하는데 누가 기저귀를 채워주며 그 뒷수발을 하겠느냐. 그러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함께 가기로 결심했다. ”사과밭 언덕 위에 묻어다오......“ 이런 마지막 결심을 한 비극의 글을 읽으면서 이 시대 부모들의 안타까운 한 토막에 눈시울을 적셔봅니다.
행복은 마음에서 큰다고 하지요. 비록 사는 게 어렵고, 힘들어도 자기 자신의 삶속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게 하나의 기술이지요. 높은 학력을 가져도 항상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가진 거나 배운 게 비록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가정은 꼭 있습니다. 만족이나 행복은 반드시 소유에만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만족이란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내는 것이기에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게 느끼느냐? 행복하게 느끼느냐? 는 어디까지나 돈 이전에 지혜(wisdom)의 문제입니다.
한 평생을 같이 사는 마누라에게도 처신하는 요령이 필요한데 마누라에 속 보이는 짓을 자꾸 함으로써 남편을 가볍게 봐 버리기에 남자는 매사에 조심하고 입이 무거워야 합니다.
가정이 행복하고, 편하려면 우선 남자가 행복의 눈을 떠 감사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그 이유는 가장의 리더로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건강이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일입니다. 남들이 보잘 것 없다고 비꼰다 해도 우리만의 삶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남부럽지 않은 행복입니다. 남의 평가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기에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고, 명성보다도 진실을 사랑하는 현실이 가장 중요하지요.
어렵게 살아가지만 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본 한분이 사는 게 부럽다고 말하자 그 말대답에 “지나간 일에 슬퍼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일에 근심하지 않으며, 욕심 없이 지금에 만족하고 작은 일이지만 전념할 뿐”이라고 했다지요. 어리 섞은 사람은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걱정부터 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매달려 슬퍼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이 참 행복입니다. 자신의 분복에 만족하고 살아갈 줄 아는 행복은 저 먼데서 오는 게 아니라 당신 제일 가까운 곁에 항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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