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산불조심
송방선(강진군 해양산림과 산림관리팀장)
강진 초당림은 편백 132만 그루, 테다송 105만 그루, 목백합 30만 그루 등 17종 50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 인공조림으로는 경기 포천시에 있는 국립수목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숲이다.
많은 이들이 계절별 숲과 다양한 생태체험을 떠올리는 울창한 이 숲에는 특별한 표시가 있다. 1977년, 1978년, 2000년, 2001년에 발생한 산불을 기억하는 ‘화재발생지’ 표석이다. 3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2만5천그루가 인근 논두렁 태우기의 불씨, 담뱃불로 인해 재가 되어버린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보통 나무를 심고 키워내는데 50여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푸른 산이 검은산으로 되는데 1시간, 검은 산이 푸른 산이 되는데 100년”이라는 말도 있듯, 수십년을 가꿔온 아름다운 숲을 태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몇시간이다. 이 표석을 세워두고 산불예방을 다짐하고 바라던 이들의 뜻을 되새길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1일 강진군 산불진화대 발대식에서 진화대원들과 함께 올해는 한건의 산불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며, 올해 초 병영면 삭둔마을 앞산에서 발생한 아찔한 산불이 다시 떠올랐다.
80세 노인이 밭두렁을 태우려다 그 불씨가 그만 산으로 옮겨가 발생한 이날의 산불은 헬기를 동원하고, 공무원, 의용소방대원, 기관단체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적극적으로 진화작업에 참여해 큰 불로 번지는 것만은 겨우 막을 수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던가. 하필 이 지역 산불 감시원이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대리 근무자를 세워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리 근무자가 순찰을 하면서 불을 발견했지만 무전기, GPS 단말기 작동요령을 몰라 시간을 지체하느라 초동진화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나놓고 보니 이날 인근 주민들이라도 먼저 신고를 해줬다면, 산과 연접한 지역에서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로 컸다. 그래서 올해는 4만 군민들 모두를 명예 감시원으로 모시고, 함께 산불을 감시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고자한다.
산불 예방은 전문적인 이론이 있는 것도, 특별히 정해진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행동요령 몇가지를 당부드린다.
먼저, 불조심을 생활화하여 논밭두렁은 물론 하천 제방 등에도 절대 불을 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의 원인은 등산객의 실화 45%,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 26%, 담배꽁초 9% 순이었다. 모두 우리가 조금만 신경 써서 조심하면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두 번째로 산불을 발견하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 누군가 했겠지, 하고 망설이는 순간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만다. 읍면사무소나 군청, 119로 바로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 응급조치가 생명을 살릴 수 있듯, 신속한 초기 진화로 애써 가꾼 숲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인적이 드물고 도로에서 잘 안 보이는 산불 취약지역은 산불감시원들이 중점적으로 순찰하고, 각 마을 이장님들이 아침·저녁으로 적극적인 산불예방 홍보방송을 해주시고, 주민들께서는 미리 조심하며, 일상에서 함께 감시해주신다면 올해 우리 군은 산불 발생건수 “0”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산불이 일어난 뒤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뒤이다. 초당림에 표석을 세우며 다시는 산불이 일어나지 말기를 바라던 마음처럼, 올 한해 미리 예방하고 감시하자는 표석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긴다면 강진의 산과 들을 아름답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바로 오늘부터 내가 바로 산불감시자라고 다짐하며 함께 조심해주시기를 4만 강진군민들께, 아니 명예 감시원 여러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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