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가업을 잇는 사람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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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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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사람들 3
동흔요 삼남매

가업을 잇는 사람들

 

고려청자 재현… 끊임없는 집념을 불태우다

동흔요 삼남매

이래향(딸 47세) 이광훈(아들 44세) 이승훈(아들 42세)

 

무형문화재 36호 ․ 전남 최초의 신지식인 타이틀 등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발판, 가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청자산업 발전 긴 여정 “후대를 위해 오늘도 묵묵히…

 

우리 집 논에서 고려시대 청자 가마터가 발견되면서부터 아버지와 청자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군 제대 후 평범한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는 우리 집 뜰과 논밭에서 수없이 많은 청자 편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중 청자 기와편이 학계에 보고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발굴 조사가 시작되었다. 1차 발굴 조사가 끝나고 아버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발굴 조사팀의 중요한 연락원이 되었고 새로운 조사가 시작될 때마다 아버지는 조사팀의 현장에서 일을 도왔다. 그러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청자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는데 아버지가 찾아낸 가마터만 88개소에 이른다.

1977년 청자재현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1978년 2월 수많은 사람들과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의 끊임없는 연구 노력으로 비색청자가 탄생하였다. 그 결과 1986년 강진고려청자사업소가 문을 열게 되었고 이때부터 아버지는 강진고려청자사업소의 연구개발실장직을 맡아 근무해오다 2005년 퇴직을 하였다. 청자박물관에 근무하시면서도 아버지에겐 휴일이 없으셨다. 공휴일이나 일요일, 밤늦은 시간까지, 그리고 심지어는 명절에도 작업실에 계시는 날이 많았다. 나는 늘 휴일이 없는 아버지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었다. 내 일처럼 최선을 다해 일을 하셨고 명절 아침이면 늘 음식을 차려 가마 앞에 제를 지내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인지 퇴직을 하시던 날 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쓸쓸함과 허전함을 보았다. 어쩌면 아버지 자신을 내려 놓는 느낌이었을 지도 모른다.

전남 최초의 신지식인, 그리고 전남 무형문화재 36호 청자장의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 어려운 과정들을 지켜보았기에 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가슴이 저려온다.

퇴직 후 아버지는 잠시 휴식을 거쳐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집에 작은 작업실을 만들어 ‘동흔요’라는 간판을 내걸고 작업을 하고 계신다.

십 년 넘게 청자박물관에 근무했던 두 남동생, 학교 졸업 후 삼 년 동안 청자박물관에 근무 경력이 있는 나, 그리고 50평생을 청자를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 지금 우리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청자 만드는 작업을 한다. 청자 박물관 근무시절 이미 아버지의 후계자로 지정된 첫째 남동생은 청자의 모든 과정을 전수받은 상태이다. 성형, 정형, 조각, 그리고 자연유약 제조 비법까지 전수 받아 작업을 하고, 둘째 남동생은 조각과 상형 쪽에 재능이 있어 그 쪽 분야를 맡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상감을 칠하고 깎아내는 작업을 담당하면서 분업화된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탓인지 자연스레 우리들도 청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 같다. 우리 가족이 개인요를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중국 항주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올해는 남송관요박물관에서 전시했던 모든 작품들이 전량 판매되고 다시 10년간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전시관이 중국 항주에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전남도립대 최한선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올해 또 하나의 성과가 있다면 우리 동흔요 작품에 기(氣)가 들어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도판 주문이 들어왔었다. 싱글 침대겸 쇼파에 들어가는 작은 도판이었는데 침대를 제작하는 분이 도판에서 원적외선이 나온다며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이처럼 우리는 동흔요만의 유일한 청자비법 때문에 다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께서 강진 청자에 대한 기(氣)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선조들이 만든 작품이고 고려 왕실까지 들어간 작품이기에 혹시나 좋은 성분이 들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에서였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기본 근력테스트를 하고 다른 손에 고려 시대 청자편을 쥐고 손가락을 떼었을 때 손가락에 힘이 가해져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해보았다.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 그리고 백자나 분청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다른 작품에서는 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동흔요에서 만든 작품은 고려시대 청자와 마찬가지로 기가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가 들어 있다는 것은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도 직결이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핸드폰 고리이다. 요즘 핸드폰에는 인체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치는 전자파가 들어 있어서 핸드폰 고리를 착용함으로써 전자파를 상당히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가 만든 핸드폰 고리는 특허청에 ‘동흔 생명기’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해 놓은 상태이다.

좀 더 많은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고려 시대 강진 청자가 그만큼 유명해진 이유는 형태나 문양을 떠나 그만큼 좋은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끔씩 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전통은 식상하니 현대 감각에 맞게 디자인을 하라는 이야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을 무시한 강진 청자는 있을 수 없다. 상감 청자에 학 한 마리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섯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조들이 그러하였듯이 온 정성을 다하고 수 십 번의 손길을 거쳐 은은한 비취색으로 향기를 내는, 그러면서도 기(氣)가 들어있는 청자가 최고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 전통 청자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채취했고 문양 하나를 보더라도 깊은 의미가 있다. 함부로 문양을 새기지 않았으며 의미를 부여해 조각을 했다. 그리고 자연유약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도 그렇다.

청자라고 해서 다 같은 청자는 아니다. 어떤 재료를 썼고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전통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에 맞는 형태나 문양도 중요하겠지만 똑같은 형태와 크기를 가진 플라스틱 그릇과 유리그릇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은 수대에 걸쳐 가업을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도 어떤 분야에서든 일본처럼 가업을 이어 받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그들보다 더 훌륭한 장인이 나오게 될 것이다. 힘든 일이라 해서 쉽게 포기하고 중단한다면 대를 잇는 어려운 직업들은 쉽게 사라질 지도 모른다.

청자를 만든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어려운 일을 해 왔고 또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백토를 채취하고 황토를 채취해 상감을 만들고 흙을 채취해 태토의 배합을 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구한 재료로 유약을 만들어 사용한다.

아버지는 고려 시대 전통 청자를 그대로 재현하신 분이다. 그리고 우리도 고려 시대 청자 작업터였던 우리의 작업실 겸 우리가 태어난 집에서 청자를 만들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청자와 우리 가족과의 기이한 인연을 생각한다. 수 백 년 전 어느 무명 도공이 내가 앉은 자리에 앉아 청자를 만들진 않았을까. 보이지 않은 신의 계시가 있어 아버지를 통해 청자의 맥을 잇게 했고 그것은 또 다시 우리에게 이어져 대를 잇게 한 건 아닐까. 그리고 또 우리의 후대에게 대물림 되어져 수대에 걸쳐 청자를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또 다시 우리 후대의 누군가가 우리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청자의 전통을 지켜갔으면 한다. 아버지가 이루어 놓으신 발판 위에서 우리가 이 길을 걸었듯이 말이다.

청자촌의 겨울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아버지의 색깔을 닮은 푸른 하늘빛. 그 하늘 아래 우리 삼남매의 하루도 푸르게 물들어간다. (글 : 이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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