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축산농가의 아집
소 값 하락과 더불어 사료폭등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축산농가에서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축사를 통해 인간생활에 불편을 끼친다면 안 될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우선이지 소가 우선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소를 위해 인간이 희생하거나 불편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칠량면 구로리의 한 축사는 주변경관(주택, 교회, 영어타운) 등을 헤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말하자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한 주택과 그 부근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축사는 이해하기도 용납하기도 어렵다. 그 많은 땅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주택 가까이 짓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에게는 전혀 배려가 없는 아집과 독선에서 나온 행위이다. 어떤 한 가족이 자신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있고 하소연해 오는데도 굳이 외면한다면 인간생활 그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물론 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이미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러나 법 이전에 한 인간의 사생활에 피해를 준다면 인격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축사를 인해 이웃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농사만을 위해 소를 키웠던 시절과는 달리 대량으로 늘어나면서부터 그 갈등은 시작되어왔다. 먹고 사는 문제여서 이해하는 이웃도 있었고 마땅한 장소가 없다보니 집 울타리안에 키우는 축산농가도 많았다.
하지만 대량으로 키우는 경우, 최대한 주택과는 떨어진 곳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악취와 파리로 인해 시골에 살면서도 문 한 번 시원스레 열어보지 못하고 산다면 무슨 재미로 시골을 고집하겠는가. 무엇보다도 먹고살기 위해 소와 함께 생활한다면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것이로되 정작 본인은 냄새나는 축사 곁에서 생활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는 그 고통을 당하라고 한다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기만 잘 살겠다는 아집이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이익을 위해 상호 고통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축사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주었다면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만하게 대화로 풀지 못하고 갈등을 초래한 당사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군에서 허가를 내준 것도 문제가 있다. 주택과 가까운 곳에 축사 증축이 허가된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시골 생활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허가 내주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답변하는 당당 공무원에게도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세 살 어린애한테 물어봐도 주택 가까이에는 축사가 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답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짓고 있는 축사 증축을 당장 중지함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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