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걸어본다. -편집자 주-
1. 탐진강의 발원지, 성터 샘
이정표를 확인하고 나서 너무 쉽게 찾아버린 성터 샘 때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나름 운치가 있었다.
하지만 관리부실 탓인지 똑바로 서 있지 못하는 안내표지판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안내 표지판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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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성산 성터샘은 궁성산의 성터에 있다고 하여 유래된 곳으로 탐진강의 발원지이다. 탐진강은 전라남도 3대강의 하나로서 이곳 영암군 금정면 세류리 궁성산(EL 482.2m), 범바위골 성터샘에서 발원하여 강진군 군동면 삼신리 삼각점까지 총 유로연장이 약 57km에 이른다. 이곳 발원지에서 탐진댐 직상류의 옴천천 합류지점까지 27.9km를 지방 2급하천인 탐진천이라고 하고 옴천천 합류지점부터 탐진강 하구인 강진군 군동면 삼신리 삼각점까지 29.1km를 국가하천인 탐진강이라 한다. 이곳 궁성산은 터샘 주변에 궁성산성의 흔적이 있는데 유래에 대한 기록이 없어 정확한 축성연대와 용도 등의 알길이 없으나 주민들의 구전에 의하여 임진왜란 당시 군사와 말을 훈련시키고 화살을 쏘는 연습장으로 활용되어 ‘활터’라고 불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봉화대라는 주장도 있다.
탐진댐의 건설계기로 발원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한국수자원 공사와 장흥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득하여 이곳 성터샘 자리에 탐진강 발원지를 복원하고 주변에 휴게 공간을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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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은 전라남도 영암군·장흥군·강진군을 흘러 남해로 흘러든 강이다. 길이는 51.5km이며 유역면적은 862.5km로 일면 예양강(汭陽江)이라고도 한다. 전라남도의 3대강(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의 하나로 유역에서 용반평야, 부산평야, 강진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궁성산 성터샘에서 발원해서 유치면, 부산면, 장흥읍을 지나면서 유치천, 제비내, 부산천 등과 합류해 강진군의 군동면, 강진읍을 지나 도암만(道巖灣)으로 유입한다.
지명의 유래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탐라국 고을나(高乙那)의 15대손 고후, 고청 등의 형제가 내조(來朝:외국사신이 찾아옴)할 때 구십포(九十浦)에 상륙했다는 전설에 연유해 탐라국의 탐(耽)자와 강진의 진(津)자를 합해 탐진(耽津)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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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진강 발원지 공터에서 바라본 풍경, 장흥군 유치면 일대의 풍광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시원하게 보인다 |
성터 샘 주변 공터를 살펴보니 석축일부가 남아 있어 예전에 성터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터 샘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한숨을 돌린 후 임도를 따라 다시 탐진강으로 가는 여정을 이어갔다. 발원지로부터 약 100여m를 내려와서 작은 저수지를 만났다. 올라갈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저수지 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려오면서 여유를 가지고 보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문득,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나중에 전문을 보니 어찌 그리 내 마음과 똑같은지....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올라갈 때는 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오로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생각에 미처
볼 겨를도 없었고,
숨이 차고 힘들어 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올라갈 때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기도 하고,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어떤 모양인지, 무슨 색깔인지 자세히 보면서 그 꽃들과 대화도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내려올 때에야 보였습니다.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 천천히 내려오니 그 때서야 보였습니다.
내려올 땐 그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인데, 그래도 여전히 꽃들과의 대화는 어려운 일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냥 스쳐 지나가고야 마는 순간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성취만을 위해서, 일만 바라보고 부지런히 올라갈 때에는 주위에 수없이 많은 꽃같은 사람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난 이후에 내려갈 때에야 사람들이 보입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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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제는 물 빛에 하늘 빛이 담길 정도로 깨끗했고 단풍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했다. |
‘기동제’라 불리는 저수지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 곳의 신선한 물은 아랫마을의 들녘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했다. 외길이지만 왕래하는 차량이 없어 비교적 여유있게 내려올 수 있었다. 약 3km를 내려오니 봉황동 마을 회관이 나타났다. ‘범죄없는 마을’이라는 명예로운 이름표를 얻은 이 곳은 깨끗한 물, 깨끗한 환경이 지역민의 정서까지 깨끗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녹슨 쇠기둥이 쇠락한 마을의 모습을 대변했다. 그리고 마을을 떠나는 손님을 배웅하듯 나무에 걸린 벽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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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제의 깨끗한 물은 기동마을, 봉황동 마을 일대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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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황동 마을 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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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관 앞 벽걸이 시계가 길 떠나는 객(客)을 배웅한다 |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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