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떠나는 멋진 길동무
살다보면 때로는 가끔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망설이지 마십시오. 혼자이면 어떻고 부부간이면 더더욱 좋겠지요. 두 손 꼭 잡고 걷는 모습이 정말 정겹고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나이 들어 아내와 둘만이 짙어가는 푸른 하늘 가을정취에 흠뻑 빠지거나 눈이 펑펑 내리는 들판을 함께 걸어가 보거나 달려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길동무된 꿈길을 행복 속에 한번 빠져보십시오. 산다는 노년의 재미가 그런 맛이 아닐까요?
바람에 출렁이는 잎새가 세찬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던 입동의 늦가을, 아내와 둘이서 어릴적 초등학교 6학년시절 부푼 수학여행이 그리도 그립고 못 잊어져 집사람에게 동의를 구해서 한번 시도해 봤답니다. 67년 전에 갔던 그 길 구례 지리산화엄사 경내를 함께 돌아보는 감회와 절에서 하루를 묵으며 뒷날 노고단에 올라 안개 낀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웅장하게 뻗은 백두대간 능선의 줄기에 감탄하면서 내려오는 길마다 키 재기 낙엽송들로 층층이 깔린 물감으로 옷을 갈아입은 산길사이로 예나 변함없이 흘러내려오는 계곡의 섬섬옥수 물을 마셔보며 자연의 장엄한 산천은 아직도 의구(依舊)한데 세월 따라 무심히 간 날들의 젊음이 진정 어제 같은 찰라였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언젠가는 헤어질 우리들 사이여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 그늘이면서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믿음의 원천이었기에 의지의 힘이 되어준 까닭에 꿈 많던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다보니 황혼길 동반의 여행은 참으로 값진 기억으로 남겠지요.
마음의 여유란 가슴속 짐을 다 덜어버린 홀가분한 곳에서 생겨나지요. 잡념을 다 잊고 마음이 편해야 여행도 즐거워질 것이고, 마음의 기적을 울리는 기찻길 따라 전설의 추억을 당신도 남겨보십시오. 행복과 불행은 항상 당신 곁에 머물고 있기에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답니다. 부부의 정이란 참으로 꽃길 갔거나 가시밭 같은 한 평생인연이지만, 언제나 “여보 참 좋았지 사랑해요”라는 그 말 몇 마디 가운데 아내의 눈시울이 촉촉해질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 돌아가지 못할 우리 인생길!!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머지 인생을 즐기십시오. 가끔씩 길을 잃거나 낯익은 풍경에 실증이 나 비켜서고 싶을 때 계산 없이 과감하게 한번쯤이라도 외딴 길로 나서보십시오. 한결 홀가분해 질 것입니다.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버리고 산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게 자기답게 사는 것이라고 법정스님도 말했더군요. 이 뜻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불필요한 것 다 정리하고 나면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랍니다.
비좁은 골방에 간(肝)을 쭈그리고 앉아만 있지 말고 허파에도 바람 좀 두둑이 집어넣어 길을 나서보십시오. 문이 아무리 많아도 두드려야 열리듯 나갈 길은 있답니다. 빈손으로 돌아갈 우리인생 하루를 살더라도 값지게 사십시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며 수명이 길어져 3분의 1은 노후의 삶에 속해도 어설프게 설마설마 하다가 총알같이 달아나버리면 속빈 강정 같은 신세가 되고 맙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더 예쁘다고 하듯 봄꽃은 예쁘긴 해도 떨어질 땐 너무 추하게 되지만, 익은 단풍은 떨어져 바람에 뒹굴어도 너무 고아서 책장에 담아 두지요. 그같이 사람도 추하게 늙는 늙은이보다 잘만 늙으면 젊은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황혼을 만날 수 있답니다. 예 말에 “곪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더라.”는 말의 의미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서방이 최고라는 뜻입니다. “인연 없는 부부는 원수보다 더하지만, 인연 좋은 부부의 금실은 죽어가면서도 다시 만나자고 언약한다지요.”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깊이 아는 자이며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깨닫는 자라고 합니다. 저승길과 뒷간은 같이 가지 못하듯 죄짓는 사람과 선하고 바르게 덕(德)쌓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가 크듯 죄많은 인생 늦게라도 좋으니 회개하고 하나님 곁에 가 영생하도록 굳건한 신앙심이 우선이라야 합니다.
만남의 기쁨이든,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라 하지요. 필자가 과거 이민을 떠나던 날 공항 로비에서 친족과 헤어짐이 아쉬워 비행기속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다 또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오던 날 이별의 아픔을 지울 수 없어 지금도 함께 지니고 살아간답니다. 살다보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잠시 잠깐, 거쳐 가는 인생사 연극일 뿐, 모두가 부질없는 것이랍니다. 내 것 아닌 것 가지고 있어봤자 그게 다 짐이기에 부질없는 것 다 버려야합니다. 지니고 있어 봐야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어느 80대 할머니가 노인정에 놀러와 항상 싱글벙글 웃기에 요즘 건강하세요? 물으니 스스럼없이 하는 말이 응 “말기 위암 빼고는 다 건강하지“라고 말하며 난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살아왔지만, 이젠 집도 있고, 남편도 아직 살아있고, 자식들도 다섯이나 있어 좋고, 암이 몸에 들어왔으니 예정된 날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남들처럼 언제 갈 날짜를 모르기보다는 미리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 행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라고 했다지요.
할머니 그럼 삶이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이며 평안함이 무엇인지 말해보실래요? 그 물음에 “암을 죽음으로 연결하느냐, 삶으로 해석하느냐 하는 자신의 태도와 능력에 달렸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태도를 얼마만큼 갖고 사느냐? 하는 정신이 행복의 열쇠라고 합니다. “힘들어 죽겠어” 라고 할 때 짜증이 나지만, “괜찮아 좋아”라고 할 때 용기가 몸 안에 엔돌핀으로 돋아나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실상 행복은 어디에도 없지만 행복을 끄집어내는 결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지요. 하나님께 빌려 썼다 돌려주고 갈 우리인생 너무 삶에 집착치 마십시오. 젊음을 부러워도 말고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생이란 어차피 쓸쓸한 길이잖아요. 우린 비록 가진 게 없는 초라한 노인이어도 가장 행복한 마음의 부자랍니다. 겨울날 먼 여행을 떠나는 멋진 길동무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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