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강진의 명차(5)

<품석서(品石書)> 다산 선생이 좋아한 시가 적혀 있다.

<월견첩(月見帖)> 6월 2일 고성암에 왔을 때부터의 시(경치를 기록했다)

<안상남두(案上南斗)> 가을 물(秋水) 그 밖의 시집이다.

<창남진장(滄南珍藏)> 이것은 여러 가지를 모은 것으로서 창남은 소유주의 이름이다.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차 부뚜막

청석을 평평하게 갈아 붉은 글자 새긴

초당 앞 작은 부뚜막에서 차를 달이네.

절반 닫힌 물고기 목구멍은 불에 깊이 둘러싸이고

쌍으로 뚫린 짐승 귀에서 가는 연기 나오네.

솔방울 주어와서 새로 숯을 갈고

매화꽃 떨어버리고 천천히 샘물 살피네.

정신 상하고 기운 줄이니 끝내는 마땅히 삼가고

바야흐로 약 화로를 만들어 신선 본받기를 배우리라.

약샘

아름다운 우물이라 흙은 없고 다만 모래만 파헤쳤는데

한 표주박을 뜨니 시원하기가 안개를 만신 듯 하네.

처음에는 돌 속을 찾아 음료의 샘을 잇더니

마침내 산 속의 연약가로 되었네.

약한 버들 그늘의 지름길에 떠도는 잎이 기울었는데

작은 복숭아는 샘의 꼭대기에 꽃피어 뛰어나니

여가의 일은 벽간차를 접하기가 마땅하다네.

약샘

약샘은 연못 정자의 서쪽 모퉁이에 있는데

오직 낮은 물땅을 내가 파기 시작하니

맑은 샘물이 흰돌 속에서 세차게 내뿜었다네.

정석

다산은 서쪽 돌병풍에 예스럽게 정석의 두 글자를 새겼는데, 그것이 훌륭하지는 않다. 어찌 운명의 막힘이라고 하랴. 비록 훌륭하지는 않아도 마땅히 이름 날려 막히는 것을 없애야 한다. 비록 이름이 홀로 솜씨의 뛰어남과 천성의 뛰어나기에 미처도 명예는 없다.

연지석가산

내가 처음 다산에 이르러 이듬해

가경 무인(1818년) 8월 보름 다수.

기숙 금계 두 사람에게 주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면 하개리 선정훈(宣政薰)의 집에 있다고 한다.

<다신계> (윤주채 소유) 무인(戊寅,1818년) 8월 회일(晦日, 그믐날) 첨의(僉議, 의논) 나는 가경(嘉慶)의 신유(辛酉,1801년) 겨울 강진에 유배되어 동문 밖 술집에 붙어 살았다. 을축(乙丑, 1805년) 겨울은 보은산방(寶恩山房)에서 살았으며, 병인(丙寅, 1806년) 가을에는 이학래(李鶴來)의 집으로 옮겨 살았다.

<관례(冠禮)> 1-2(윤재찬 소유) 나는 이 책을 못보았다.

<제례고정(祭禮考定)> (윤재찬 소유) 화재 때문에 절반은 탔다. 이것은 다산 책이 아닌 것 같다. 윤재찬의 선조가 어디서 베낀 것이 아닐런지?

<관복작의(官福酌儀)> (윤재찬 소유) 가경 15년(1810년) 경오(庚午) 병든 남자 다산 쓰다.(茶山病夫書)

이밖에 이 마을에는 김완당(金阮堂, 정희) 선생도 유배되어 잠시 있었다는데, 윤재청 씨의 소유인 책이 있었다. 그것은 접어서 보존되어 있다.

0 다성각

한대(漢代)의 예서로 완당이 짓다.

온초구용 보정산방(瘟艸鷗蓉寶丁山房)

노규황량사 고향도인즉과(露葵黃梁社古香道人卽果)

다음으로 차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더니 이 부근에 차나무는 많이 있으나, 다산 선생 시대의 양상이 전해진 것은 없었다 한다. 또 청태전에 대한 것을 물었더니 지금은 없다. 지금 있는 것은 작설차라고 한다.

청태전은 일명 병차(떡차)라 해서 작설을 딴 뒤의 잎으로 만든다. 품질이 나쁜 것이다. 4,5년전까지 이 마을에서도 만들었다. 백 개쯤 새끼에 꿰어서 8전~10전에 팔고 있었다고 한다. 또, 이 부락은 귤동이라 하여 귤이 많이 난 것 같으나 지금은 드문드문 남아 있을 뿐이다. 밤이 깊어 가 조사하고 싶은 것은 많이 있으나 모인 분들에게 죄송해서 돌아가기를 원했다.

일행은 세 사람인데 옆방에서 묵었다. 어느새 다른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다. 온돌의 따뜻한 맛이 점점 바닥으로부터 전해 온다. 떠날 때 윤노인이 나를 위하여 <다산시초(茶山詩鈔)>라는 시를 주면서 애석한 뜻을 나타냈다.

만덕산(해발 408m)은 안개가 끼어서 희미하게 보인다. 기슭의 만덕리는 푸릇푸릇한 소나무와 대나무로 덮여 있다. 강진만에는 돛단배 2,3척이 기분좋게 떠 있다. 산과 바다의 사이를 누비면서 남쪽 마재리 고개를 넘었다. 자동차는 마재리까지 온다고 한다. 그러나 산길이다. 이 부근의 산은 솔쐐기의 피해 뒤에 오배자 파리가 갑자기 쳐들어온 잔해의 산이다. 숲 모양의 개량 ··· 무엇을 심을 것인가? 산 정수리의 척박한 땅은 그대로 두고, 골짜기 안의 토질 좋은 곳에는 리기다 소나무, 유동(油桐), 상수리나무를 심고, 중턱쯤까지는 삼나무를 심으면 어떨까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심는 법도 될 수 있으면 촘촘하게 해 1정보에 5천 그루쯤 심지 않으면 안 되리라.

고개로부터 석문리까지 10정을 터벅터벅 내려가니 그곳은 석문산의 바로 밑이었다. 잇달아서 아득히 덕룡산의 미끄러운 스로프가 보인다.

북쪽과 서쪽을 등지고 강진만을 바라다 본다. 이 스로프는 별판으로서 근소한 적송의 숲이 있는 것 이외에 기슭까지는 나무가 없다.

정수리에는 바위가 있어 병풍을 쳐 놓은 듯하다. 만덕리에서 석문리까지는 20정 쯤. 석문리는 그 이름처럼 강진의 읍내에서 남쪽의 남창을 거쳐서 완도로 통하는 자동차길이 개울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오는 곳에 높고 험한 산문(山門)을 빠지는 것이다. 오른편을 개울로 하여 왼쪽 길을 따라서 쳐다보면 높이 솟아 깎아지른 듯한 이상한 절벽의 아름다움이 있다. 바위틈의 소나무, 세차게 흐르는 물의 맑음은 명승의 하나로도 좋을 것이다.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말할 만한 산이다. 10시 반경, 강진, 해남의 경계선인 계라리에 왔다. 여기에서 다니가와씨와 헤어져서 해남으로 향하였다. 강진에서 해남까지는 약 5리(약19.6km), 옥천면의 만대산을 오른쪽에 두고 소무릎 고개를 넘어서 군청에 닿았다. / 송하훈 기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