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대 사는 우리들 인생인데…
사람은 배운 사람이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생각하는 차는 백지장 하나 차이입니다.
필자가 강진에 처음 살러와 칠량면 영복리 한림마을에 정착했습니다. 그 때 친해졌던 동갑내기 친구 둘(최정식, 안종남)이 있지요. 그 친구 둘이 지금까지도 돈독한 사이로 유지되고 있는 그 진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먼저 지는 공부와 낮추는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들 둘은 시골 농촌에서 농사를 천직으로 평생을 살아오며 부모님께 받은 농토로 자식들을 모두 장가 시집보내며 자식들만을 위해 한 평생을 농사지으며 고지식하게 법 없어도 되는 분들이지요. 사실 이들 둘은 과거 어려운 시절이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무학자들로 배움이 없었으나 필자는 그래도 부모덕으로 대학을 나와 배우고 이들보다 세상을 좀 더 깨우친 것뿐인데 자존심이 강한 자 같으면 이들과 친분을 두텁게 할 처지가 못 되었으나 이제껏 전혀 그런 내색이나 잘 배운 티를 내 본적이 한 번도 없이 이날까지 장날에는 강진읍 재래 시장 장터 서민들의 주점에서 오뎅이나 해장국에 소주 한잔씩 따뜻한 정을 나누며 스스럼없이 내 자신이 먼저 낮추니 이들도 나의 마음속에 동화됐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자기하기 나름이지요.
먼저 고개 숙이고 이해하며 이득가리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지내는 나날 속에 서로의 인간미가 신뢰라는 믿음으로 해를 거듭하고 있답니다.
그만치 신뢰와 믿음이란 울타리가 없어지고 편편한 넓은 길이 됩니다. 울타리가 좁아 많이 쌓고 싶으면 울타리를 넓게 벌려 치면 되고, 더 이상 쌓고 싶으면 아예 울타리를 허물어버리면 되지요. 그게 열린 마음입니다. 아무것도 지킬게 없으니 누구와도 맞서지 않게 되고 부담스럽지도 않지요. 그러나 돈 좀 가졌다고 껍적거리는 졸부들이나 서울 강남 등 부자촌에 가보면 아방궁 같은 호사스런 넓은 집에 성벽 같은 담장으로 그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철조망을 2중 3중 두르고, cctv까지 설치하고 살고 있는 그런 어설픈 자들의 모습을 보며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이나 외국에 나가서 집들을 보면 대부분 울타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지요.
세계에서 아파트가 제일 많은 곳이 우리나라인데 아파트가 없던 시절에는 이웃과 호박넝쿨 인심마냥 담장너머 제사 밥도 밤에 깨워서까지 나눠 먹으며 잘도 지냈는데 오늘 날은 비둘기 통 마냥 아파트들마다 문은 꼭꼭 잠그고 살아가기에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어 인심이 야박하고 살벌해져 버렸습니다.
지구상에서 단일 백의민족으로 따뜻한 정(情)을 나누며 살아가던 반세기 전 우리민족이 이젠 그런 말들이 사라진지가 오래돼 버렸습니다. 돈이 많아야 꼭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아니라 비록 돈 없고, 권력 없고, 빽도 없이 살아가는 보통사람이지만, 그래도 “난 행복한 삶이었다”라고 자신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행복이란 돈 많은 순서대로 매겨지거나 성적순도 아니요, 내 자신이 살아온 생애를 돌아봐서 아무 후회가 없이 바른 삶을 살아온 그런 사람이라면 진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물거품 같은 인생사라 언제 쓰러질지도 모를 풀잎 끝에 맺힌 이슬 한방울인데 사는 동안 이기적으로 꼭 살아가야만 하는지 부끄러운 모습들입니다.
강진 영랑생가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가 200년이 되었다는데도 인간을 비웃 거리기라도 하듯 봄이면 푸른 잎새가 돋아나 열매가 가득하더니 어느새 가을이 되니 누렇게 물든 잎파리가 바람에 뚝뚝 떨어져 쌓이며 뒹굴어도 그 자태를 뽐내는데 우리내 인생은 채 100년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살면서 지지고, 볶고, 싸우고, 욕심 부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갈 때는 누구나 한 푼도 가져갈 수 없게 하나님이 만들어 놔 버렸는데 인간들은 그걸 다 알면서도 자신의 이기적 과욕 때문에 자식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자식을 서로 감옥에 넣고,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으로 변해 버렸는지? 정말 우리 인간은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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