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이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어린 아이들이 구타당하는 장면을 CCTV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움직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폭력교사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열악한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보육교사 1일 2교대 근무제’와 ‘부모교사제’, ‘보육도우미제’를 제시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당정회의에서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위해 자격증 취득과정을 국가시험으로 전환하고, 보육교사 학과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안도 내놨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이같은 대책들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느낌이 있다.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정책을 내놓았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과연 이 대책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대책들이 말로만 주장하는 선(구두선)에서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단발성 인기 위주로 실현이 불가능한 정책만 늘어놓았다가 정작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선 뒤로 빠지는 식의 정치적 행보는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미묘한 입장 차이를 빌미 삼아 정쟁을 야기하는 구태를 재연해선 더더욱 곤란하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그 대안을 입법(立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 작업 역시 겉치레로 이뤄져선 안된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할 국가백년대계(國家百年大計)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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