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윤효정(1860~ ?) 정리 : 송하훈
부액상전(扶腋上殿)타가 축족하계(蹴足下階)
(곁에서 도움을 받으며 웃전에 가려다가 차는 발에 맞아 섬돌 아래로 떨어지다)
대원군(大院君)이 왕년에 흥선군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청주(淸州)에 갔다가 화양동(華陽洞)에 유람을 마치고 만동묘(萬東廟)를 유람할 때 하인이 부액하고 앙연직입(昻然直入)「하였다. 만동묘를 지키는 수복(守僕)이 이 모습을 보고 즉시 나와서 흥선군을 발로 차서 섬돌 아래로 나뒹굴게 했다. 그리고 수복은 꾸짖기를,
“이곳은 대명(大明) 의종황제를 모신 곳이다. 금상(今上)이 행행(行幸)해도 부액을 할 수 없거늘 감히 전폐상(殿陛上)에 부액을 할 수 있으리오!”
했다. 흥선군은 분개가 충천했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을 시켜 장의(掌議) 변모(卞某)에게 전갈하기를 봉욕을 당한 사실을 말하고 설치(雪恥)코저 하였다.
그랬더니 변 장의가 말하기를,
“수복의 행위가 다소 과중한 것 같으나 그렇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논죄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만동묘 등 나라 안의 각 서원을 철폐시키니 이 또한 시운이 아니겠는가. 이후 신미년 봄에는 만동묘와 같은 각 서원을 철폐하였을 뿐 아니라 대원군을 욕보인 변 장의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이를 두고 청주인(淸州人) 구희라는 사람은,
“단비대충자숭정(斷碑苔字崇楨)하니 무이산공사견홍(武夷山空社鵑紅)”
이라 하였다.
쌍옥(雙玉)이 득일석(得一石)
전주조경묘개건축 때에 당상(堂上)은 이재곤이었다. 묘기(廟基)를 고치려고 할 때 역부(役夫) 이춘옥이 땅을 파다가 석괴일방(石塊一方)이 나왔다. 그 석상에는 비결고전(秘訣古篆)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말단에 해석할만한 문자는 다만 ‘춘옥채 곤옥해’ 여섯 자 뿐이었다. 이상한 일이어서 이재곤은 즉시 상소하였다. 그리고 복명 후 그 전문을 상해주달(詳解奏達)하였다. 자세히 해석한 후 상소를 올린 것이다.
이로써 임금을 되어 십여 년 간 관불이신(官不移身)하고 자급(資級)이 일품(一品)이었다. 이를 비결(秘訣)이라 하는 것은 을축년 의정부(議政府) 정중(井中)에서 굴채(掘採)했던 돌의 글씨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대원군(大院君) 경복궁 궁중건비결과 어찌 그리 흡사한지 모를 정도인데, 이는 이씨 문중의 관용비책(慣用秘策)이라고 하는 세상 사람들의 의점(疑點)이 농후하지마는 이재곤은 본디 독서재상(讀書宰相)이었더라. 이러한 불경 간계로 황실을 기망하였으니 진신지계(進身之階)를 만들지 아니할 것은 이재곤의 지금까지 사사로이 정대하였으므로 신하로써 가점이 없는 것이니 가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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