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공자가 말하기를 “내 문하에서 학업에 애쓴 나머지 육예(六藝)에 통달한 자는 77명이다”고 말했는데, 그들은 모두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덕행(德行)에는 안연과 민자건과 염백우와 중궁이 있고, 정치에는 염유와 계로가 있으며, 변설에는 재아와 자공이 있고, 문학에는 자유와 자하가 특히 뛰어났다. 그러나 다 각기 단점과 결점도 있어서 전손사는 잘난 체하는 데가 있고, 증삼은 우둔한 편이며, 고시는 우직하고, 중유는 거친 데가 있었다. 안회는 끼니를 자주 거를 만큼 가난했으며, 단목사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재물만을 모았으나 그래도 그는 세상을 바로 파악했다.
공자가 존경하는 인물로는 주나라의 노자와 위나라의 거백옥, 제나라의 언평중, 초나라의 노래자, 정나라의 자산, 노나라의 맹공작이 있었다. 그리고 공자는 장문중, 유하혜, 동제백화, 개산자연 등을 자주 칭찬했지만 이들은 모두 공자보다 앞 시대 사람들이어서 세상을 함께 하지는 않았다.
안회는 노나라 사람이다. 자는 자연(子淵)이고 공자보다 30세가 손아래다. 언젠가 안연이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욕심을 이기고 바른 예(禮)로 돌아가면 세상 사람들도 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공자는 또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
“어질구나, 안회여! 밥 한 그릇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식사를 하며 뒷골목에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견뎌내지 못하련만 안회는 오히려 즐거움으로 삼는구나. 안회는 공부할 때 바보처럼 듣고만 있지만 물러가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내게서 배운 그대로 옮기고 있어 어리석지 않는구나. 벼슬에 나갈 때면 도를 실행하고 벼슬을 버리면 조용히 도를 지키는 사람은 오직 나와 그대 뿐이구나.”
그러나 안회는 29세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렸고, 젊어서 죽었다. 공자는 이 때 소리 내어 울면서 탄식했다.
“내게 안회를 제자로 삼은 뒤부터는 다른 제자들이 나와 친숙해졌다.”
노나라 노애공이 제자들 중 누가 학문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공자가 대답했다.
“안회는 배우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감정에 치우쳐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명이 짧아 젊은 나이에 죽고 없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민손(閔損)은 자가 자진이며 공자보다 15세 아래다. 공자는 민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효자로구나. 민자건이여! 사람들은 그가 참으로 효자임을 알고 있기에 일가친척들이 그를 효자라고 칭찬해도 달리 할 말이 없구나.”
그는 한 때 노나라 대부 계씨가 그에게 벼슬자리를 주려 했으나 민손은 사자에게 이렇게 거절했다.
“만일 또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에 가 살 것이요.” 하고 거절해버렸다.
염경(冉耕)은 자가 백우(伯牛)이다. 공자는 그의 덕행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는데, 어느 날 백우가 문둥병에 걸렸을 때 그의 집으로 가 문병을 갔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공자는 그의 손을 잡으며 탄식했다.
“천명이구나. 이런 사람이 하늘이 내려준 병을 얻다니, 천명이 아니겠는가!”
염옹(冉雍)은 자가 중궁(仲弓)이다. 그가 공자에게 정치하는 법을 물었다.
“내 집을 나가 사람을 만날 때는 귀중한 손님을 접대하듯 해야 하고, 벼슬을 할 때는 결코 큰제사를 모시듯이 정중하게 해야지 가벼워서는 안 된다. 그래야 제후국에서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대신들의 집에서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공자는 중궁에게 덕행이 있다면서 평가하기를
“옹은 임금 자리에도 앉을 수 있다.”
중궁의 부친은 미천한 사람이었지만 그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털이 붉고 좋은 뿔을 지닌 얼룩소일지라도 보기 싫은 것을 제사에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산천의 신령들이 그것을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염구(冉求)는 자가 자유(子有)이며 공자보다 29세 아래이다. 그는 노나라 대부 계씨 집안일을 총 책임 짓는 재(宰총리)가 되었다. 그 당시 세도가 있었던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물었다.
“염구는 어진 사람입니까?”
“천 호 되는 고을과 전차 백 대를 가진 나라라면 그는 훌륭히 그 고을을 다스려나갈 수가 있겠으나 어진 사람인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계장자가 다시 물었다.
“자로(子路)는 어진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염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의로운 일을 들었을 때 그대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대로 행하면 된다.”
그런데 자로가 물었을 때는 대답이 달랐다.
“의로운 일을 들었을 때 그대로 행해야 합니까?”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 어떻게 상의도 하지 않고 그대로 행할 수가 있겠느냐?”
자화(子華:공서적)가 의아해서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어찌 묻는 것이 같았는데도 대답은 서로 다릅니까?”
공자가 답했다.
“염구는 적극적이질 않아서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나아가는 성격이라서 막아준 것이다.”
중유(仲由)는 자가 자로(子路)이고 노나라 변(卞) 땅에서 태어났다. 공자보다는 9세 아래이다. 자로는 성격이 거칠고 용맹했으며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수탉의 깃으로 관(冠)을 만들어 쓰고 수퇘지의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니면서 공자 알기를 우습게 알고 폭행까지 하려 들었다. 그러나 공자가 항상 예로써 대하며 조금씩 바른 길로 인도하여 두었으므로 그는 나중에 유자(儒者)의 옷을 입고 폐백을 드린 다음 공자의 문인들을 통해 제자가 되려고 했다.
자로가 정치하는 법을 묻자 공자가 답했다.
“먼저 백성들이 해야 할 도리를 몸소 실천하고, 백성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로는 더 가르침을 받기 위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게을리 하지 말고 행해야 한다.”
자로가 또 물었다.
“군자도 용기를 가져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군자는 의(義)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군자가 용기만을 좋아하고 의를 모르고 의를 외면하면 세상은 어지러이 되고, 소인이 용기만을 좋아하고 의를 모르면 도적이 된다.”
자로는 좋은 말을 들으면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는데, 또다시 좋은 말을 듣고도 실천에 옮기지 못할까봐 더 이상 공자의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어느 날 공자는 자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로는 단 한 마디 말로써도 송사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용기 역시 나보다 더 좋아하지만 그것을 적절히 쓰지 못하므로 자로는 제 명에 살다가 죽기 어려울 것이다. 자로는 해진 솜이불을 걸치고도 여우나 담비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자와 함께 있어도 조금도 부끄러워할 사람이 아니다. 자로의 학문은 대청에까지 올라왔으나 아직 안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언젠가 계강자가 물었다.
“중유는 어진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중유는 전차 일천 대를 가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겠으나 그가 어진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소.”
자로는 공자의 뒤를 따라 천하를 돌아다니며 함께 했는데 장저, 걸닉, 하조장인 등을 만났다.
자로가 노나라 계씨의 재상이 되었을 때 계손이 물었다.
“자로는 대신의 자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보통의 신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로가 위나라 포 지방의 대부가 되어 공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을 때 공자가 말했다.
“포 지방은 힘쓰는 장사들이 많아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들으라. 네가 언제나 몸을 낮추고 겸손하면 그 지방의 힘쓰는 자들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너그럽고 올바르면 백성들이 너를 따를 것이다. 조심하고 바른 정치를 하여 그 곳을 안정시키는 것이 곧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일찍이 위나라 영공(靈公)에게는 남자(南子)라는 총애하는 부인이 있었다. 영공의 태자 괴외가 남자에게 죄를 범하고 그 처벌이 두려워 국외로 달아났다. 영공이 죽자 부인인 남자는 공자 영을 왕으로 세우려 했으나 영은 사양하며 말했다.
“달아난 태자에게는 아들 첩(輒)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위나라에서는 첩을 임금으로 세웠다. 그가 바로 출공(出公)이다. 출공이 즉위한 지 12년이 되도록 부친인 괴외는 여전히 망명했던 나라에서 위나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무렵 자로는 위나라 대부 공회의 읍재(邑宰)로 있었다. 괴외는 공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반란을 꾀하고 공회의 집으로 숨어 들어가 마침내 공회의 무리와 함께 출공을 습격했다. 출공은 노나라로 달아났고 괴외가 그 임금의 자리에 오르니 이가 장공(壯公)이 되었다.
공회가 난을 일으켰을 때 자로는 밖에 있었는데 소문을 듣자마자 덜려오다가 때마침 성문을 나오던 자고(子羔)와 마주쳤다. 자고가 자로에게 말했다.
“출공은 이미 달아났고 성문은 벌써 닫혀 있으니 그냘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연히 화를 당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자로는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출공의 녹을 받고 있는 자로서 그가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고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겠습니까?”
자고는 그대로 떠났고 자로는 때 마침 성으로 들어가는 사자가 있어 성문이 열리므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괴외가 있는 곳으로 가자 마침 괴외는 공회와 함께 누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자로가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임금께서는 어찌 공회를 쓰려 하십니까? 그를 내려 보내 죽이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나 괴외는 듣지 않았다. 자로는 자기의 요청이 관철되지 않자 누대에 불을 지르려 하자 괴외는 두려운 나머지 석기와 호염을 내려 보내 자로를 무찌르도록 했다. 그들이 칼로 자로의 갓끈을 잘랐다. 그러나 자로는 이렇게 외쳤다.
“보거라. 군자는 죽더라도 관을 벗지 않는다,”
그리고는 끈을 다시 맨 다음 죽었다.
공자는 그 뒤 자로의 죽음이 공자에게 전해졌다. 공자는 깊이 탄식했다.
“아아. 자로가 죽겠구나.”
그리고 끝내 죽고만 자로를 그리며 말했다.
“내가 자로를 제자로 삼은 뒤로 세상 사람들의 험담을 듣지 않겠구나.”
이 때 자공은 노나라의 사자로 제나라에 갔다.
재여(宰予)는 자를 자아(子我)라 불렀고, 말솜씨가 남달랐다.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어느 날 이렇게 물어보았다.
“부모의 상을 3년 동안이나 치르는 것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군자가 3년간 예를 닦지 않으면 예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3년 동안 음악을 하지 않는다면 음악도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1년이 지나면 작년에 거둬들인 곡식을 다 없어져서 햇곡식이 익게 되고, 나무를 마주 비벼 얻던 불씨도 철 따라 바꾸고 있으니 부모의 상도 1년이면 족합니다.”
공자가 물었다.
“그리 하면 네 마음이 편하겠구나.”
“그렇습니다.”
“그럼 네가 편하다면 그리 하려무나. 군자가 부모의 상을 입는 동안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르게 되고, 듣기 좋은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재여가 물러가자 공자가 말했다.
“재여는 참으로 마음이 어질지 못하구나. 자식이 태어나면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벗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에 대한 3년 상은 너나 할 것 없이 온 천하의 합의된 예의이다.”
어느 날 재여가 게을러빠진 나머지 낮잠을 잤다. 공자가 그 모습을 보고 꾸중을 했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흙담은 흙손질을 할 수 없다.”
재여가 고대 전설 속의 다섯 제왕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그런 것을 물을 자격조차 없다.”
그 뒤 재여가 제나라 도성 임치의 대부가 되었는데, 전상과 난을 일으켜 일가족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때 공자는 매우 부끄러워했다.
단목사(端沐賜)는 위나라 사람이다. 자가 자공(子貢)이며 공자보다는 31세 아래이다. 그는 말솜씨가 뛰어났지만 공자는 늘 그것을 꾸짖어 억눌렀다. 어느 날 공자가 물었다.
“너는 안회와 견주었을 때 누가 더 낫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안회를 따를 수가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 정도 밖에 알지 못합니다.”
자공은 공자로부터 가르침을 받고나서 물었다.
“저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입니까?”
“호련(瑚璉: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이는 그릇)이다.”
어느 날 진자금(陳子禽)이 자공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누구에게 배우셨습니까?”
자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주나라 문왕과 무왕의 도가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며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소. 현명한 사람은 그 중에서 큰 것을 알고 현명하지 않는 사람은 작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문왕, 무왕의 도 아닌 것이 없으니 선생님은 어디서나 배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스승이 따로 있었겠습니까?”
진자금이 다시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느 나라에 계시든 반드시 정치에 관여하게 되는데 그것이 공자께서 요청해서 그리한 것입니까? 아니면 상대방이 요청한 것입니까?”
자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온화하고 선량하며 공경하고 검소하며 사양하는 미덕을 몸에 갖추고 계시므로 그 나라의 군주께서 정치에 관한 말씀을 부탁드린 것입니다. 설사 선생님께서 요청하셨다고 해도 선생님의 요청은 다른 사람들이 요청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공이 어느 날 물었다.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건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정리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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