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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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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사 마을 쪽에서 바라 본 미산마을. 산이 마을을 따뜻하게 둘러 싼 형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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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마을에서 바라본 강진만 |
대구면 미산마을과 청자도요지
미산(眉山)마을은 청자도요지와 가까이 위치한 관계로 이야기꺼리가 많다. 먼저 이름부터 보자면 미산(眉山)은 눈썹 미(眉) 자에 뫼 산(山) 자를 쓰고 있다. 이는 산의 형태가 눈썹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인데 사실 이 이름도 개명한 것이라는 게 특이한 점이다.
전에 쓰던 이름은 꼬리 미(尾)자와 뫼 산(山) 자를 썼는데 이름에서 눈치를 챈, 촉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꼬리 미자를 쓰는 미산(尾山)마을은 청자박물관이 등에 업고 있는 여계산(女鷄山)과 관련 있다. 여계산이 암탉을 상징하니 여계산의 끝자락에 있는 미산의 작은 언덕은 닭의 꼬리 형상이라는 것이다.
가장 빼어난 사람을 일컫는 별명이 백미(白眉)라면, 청자와 더불어 우리지역에서도 빼어난 지역이라는 상징적 이름을 붙인 미산(眉山)과 지역의 풍경을 감안해서 지은 미산(尾山), 둘 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멋진 이름이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한동안 발을 묶어두기에는 더 없이 재미있는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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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을 마을 입구에 두고 있는 미산마을에는 사진과 같은 웅덩이가 여러 개 있다. ‘전설의 용샘도 이런 형상이 아니었을까?’ 하며 유추하게 한다. |
미산 마을을 둘러보고 길을 나서는데 마침 기다리고 계셨던 것처럼 어르신 한 분이 길 옆에 쉬고 계셨다.
인사를 하면 아는 사람이 되고 인사를 안 하면 그저 객이려니 하는 생각에 먼저 인사드리고 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군동서 사는 윤 아무개입니다. 탐진강 물길 따라 내려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혹시 미산 마을에 재미난 얘기는 없나요? 한 말씀 해주시렵니까?”
젊은 객(客)의 청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을의 전설을 술술 풀어주신다. 미산 마을의 대표적 전설은 용샘 전설과 서주매 전설이 있다고 하면서 먼저 용샘 전설을 들려줬다.
전설에 의하면 이 지역에 용샘이라는 샘이 있었는데 밀물 때는 샘이 잠겨서 바다가 되고 물이 빠져나가면 샘이 되곤 했다고 한다. 참샘이라는 이름도 있었다고 하고 그 샘에 용이 살았는데 용이 용바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용이 용바위가 됐는데 하늘로 올라갔다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육신은 지상의 용바위가 됐지만 영혼은 하늘로 올라갔다는 말이 아닐까?) 지금은 그 샘터에 더 이상 물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 서주매라는 구장터에서 북쪽으로 50여m 지점에 있던 서씨가 운영하던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옛날 농부들이 일을 하러 오다가다 들러서 술을 한잔 씩 하던 곳인데 백사마을, 미산마을, 당전마을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고 한다. 사연만 듣고보면 주모가 당시에는 알아주는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설명을 서시가 운영하던 주막이라고 했지만 다른 의견으로 백사, 미산, 당전 마을의 서쪽에 있어서 서주매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고 깨알같은 부연설명을 해 주셨다.
평소 청자촌을 지나가다 보면 길 가에 청사초롱이 달려있는 집을 얼핏 본 것 같은데 얘길 듣고보니 그런 사연과 연관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했다. 물론 마을 답사를 하고 오는 길에 서주매 부근을 사진에 담고자 했지만 해가 지니 급한 마음에 지나치고 말았다.
어쨌거나 객의 뜬금없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주신 어르신은 이름 밝히기를 끝내 거부하시고 사진 찍기도 마다하셨다. 요즘은 초상권을 지켜줘야 하는 시대이다보니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나중에 강진의 지명을 기록해 놓은 책자를 보니 어르신은 용샘과 참샘에 대해 헷갈렸던 것 같다. 참샘은 임오년 흉년에 주민들이 샘을 파서 농업용수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자촌 앞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있었던 미산 마을. 그러나 나는 이곳을 처음 둘러봤고 그 감성이 사실은 크게 와 닿지 않아 고민이 들었다. 나보다는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더 맛깔나게 표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우연히 미산마을 출신임을 알게 된 우리지역 시인에게 미산 마을 풍경이 어땠는지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자잘한 이야기를 하나의 시로 표현해줬다. 혼자 읽고 내 식으로 풀어보려고 했는데 그건 이 살아있는 감성을 오히려 해치는 것 같아 이 지면을 통해 우리네 바닷가 마을 이야기를 같이 공유해보자는 생각에 전문을 공개해 본다.
미산마을 (이수희 작)
비라도를 가운데 두고
밀물과 썰물이 만나고 헤어지는
내 유년의 바다 운동장
미산으로 가자
미산으로 가자
콩밭에 어머니 일하고
바다에 엄마 갯것 하는
바지게 짊어지고 어서 갯마중 가자
경운기 몰고 어서 갯마중 가자
아버지 논메다가 달려오시고
아이들은 사금파리 줍다가
뻘밭으로 달려가는
평상에 앉아
별보고 옥수수 먹고 감자 먹는
할머니랑 별이랑
오빠라 별이랑
동생이랑 별이랑
엄마랑 아빠랑 있는 곳
미산으로 가자
미산으로 가자
이렇게 미산을 가슴에 담고 바로 옆 마을 백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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