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③
언언(言偃)은 오나라 사람으로 자를 자유(子游)라 하였고 공자보다 45세 아래였다. 자유는 공자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노나라 무성(武城) 고을의 재(宰)가 되었다. 어느 날 공자가 무성을 지나가다가 이곳저곳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그 말에 자유가 말했다.
“전에 저는 선생님으로부터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사람을 부리기 쉽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언언의 말이 옳다. 내가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공자는 자유가 문학에 능통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복상(卜商)은 자를 자하(子夏)라 불렀고, 공자보다 44세 손아래였다. 자하가 공자에게 물었다.
“예쁘게 웃는 입 언저리의 아름다움이여! 아름다운 눈의 맑게 갠 움직임이여! 흰 바탕으로 그 아름다움을 이루었네! 뜻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이 있는 뒤에 색을 칠해서 다듬는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에 자하가 또 물었다.
“예는 나중이라는 뜻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비로소 네가 나와 더불어 ‘시경’을 말할 만 하구나.”
자공이 물었다.
“사(師)와 상(商)과는 누가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친 데가 있고, 상은 미치지 못하는 데가 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럼 사(師) 쪽이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자는 또 자하에게 말했다.
“너는 도에 힘쓰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야 하고, 명성만을 좇는 소인의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 자하는 서하(西河)에서 살며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위나라 문후의 스승이 되었다. 그 뒤 자하는 아들을 잃자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눈이 멀었다.
전손사(顚孫師)는 진(陣)나라 사람으로 자는 자장(子張)이며 공자보다 48세 손아래였다.
자장이 벼슬자리를 얻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많이 듣고 그 가운데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하게 말한다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또 많이 보아라.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을 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어지는 법이다.”
훗날 자장이 공자를 따라다니다가 진나라와 제나라 사이에서 곤욕을 겪게 되었는데, 이때 세상에서 행세할 수 있는 도리를 물으니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이 참되고 행동이 착실하며 조심스러움이 있다면 오랑캐 땅에도 행세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참되지 못하고 믿음이 없으며 행동이 착실하지 못하고 조심스럽지 않다면 비록 자기 고향일지라도 행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교훈이 서 있을 때면 눈앞이 어른거리는 것 같고 수레를 탔을 때에는 그것이 수레의 가로 막대에 기대어 있는 것처럼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만 행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장은 이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자기 허리띠에 적어 두었다.
자장은 공자에게 물었다.
“선비는 어떻게 해야만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물었다.
“네가 말하는 이룸이란 ‘통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
자장이 대답했다.
“나라에서나 집안에서나 좋은 평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평판이지 통달이 아니다. 통달이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잘 살피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낮춘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안에서 반드시 통하게 된다. 그러나 평판이 좋은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척 하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어긋나면서도 그러한 것에 물들어 조금도 의심 없이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가정에서나 반드시 평판이 좋아지게 된다”
증삼(曾參)은 남무성 사람으로 자를 자여(子輿)라고 하고 공자보다 46세 손아래이다. 공자는 증삼이 효성이 지극하다 여겨 가르침을 베풀었는데, <효경(孝經)>을 짓게 했다. 그 뒤 증삼은 노나라에서 살다 죽었다.
담대멸명(澹臺滅明)은 무성 사람으로 자를 자우(子羽)라고 불렀고 공자보다 39세 손아래이다. 얼굴이 지나치게 못생겼기 때문에 공자에게 처음 가르침을 받고자 왔을 때 공자는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가르침을 받은 뒤 물러나면 덕행을 닦는 일에 힘쓰고, 길을 갈 때에도 지름길을 가는 일이 없었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경대부(卿大夫)를 만나는 일이 없었다.
남쪽으로 내려가 장강(長杠) 부근에 이르렀을 때 그를 따르는 제자가 300명이나 되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물건을 사고파는 상도덕과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도리를 이치에 맞게 가르쳤기 때문에 제후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졌다. 공자는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말 잘 하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했는데 재여에게 실수를 했고, 얼굴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자우에게 실수를 하였다”
복부제(宓不齊)는 자를 자천(子賤)이라 했고 공자보다 39세 손아래이다. 공자는 자천을 평하기를,
“군자로구나. 그러나 노나라에 군자가 없었더라면 이 사람이 어떻게 군자의 도리를 배울 수 있었으리오.” 했다.
자천이 선보(산동성)의 재상으로 있을 때 어느 날 공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는 저보다 어진 사람이 다섯 분이나 있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탄식하기를,
“안타깝구나. 부제가 다스리는 곳이 너무 작구나. 다스리는 곳이 컸더라면 이상적인 정치를 할 수 있었을텐데······.” 하였다.
원헌(原憲)은 자가 자사(子思)이다. 어느 날 자사는 공자에게 수치에 대해 물었다.
“나라가 도를 지킬 때에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만 녹이나 먹고 있고, 나라가 도를 지키지 않을 때에도 녹이나 먹고 지내는 것이 바로 수치이다.”
자사가 공자에게 다시 물었다.
“남을 이기려고 하고 자기가 이룩한 공을 자랑하며 남을 원망하면서 탐욕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인(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것만으로 인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공자가 죽은 뒤 원헌은 풀이 무성한 늪가에 숨어살았다. 어느 날 위나라 재상으로 지내던 자공이 말 네 필이 끄는 수레를 타고 호위병과 함께 찾아왔다. 원헌은 낡아빠진 관과옷을 입고 그를 맞이했다. 자공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안타까워 이렇게 말했다.
“병색이 있어 보입니다.”
원헌이 이에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재물이 없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병들었다고 한다 들었습니다. 저는 가난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자공은 부끄러워하며 마음을 아파했다. 그리고 자사와 헤어진 뒤에도 평생 동안 이 때의 실언을 수치로 여기며 살았다.
공야장(公冶長)은 제나라 사람으로 자를 자장(子長)이라 했다.
공자는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공야장이라고 하면 사위로 삼을 만하다. 일찍이 감옥에 갇힌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의 죄가 아니었다.”
그리고는 그를 사위로 삼았다.
남궁괄(南宮括)은 자가 자용(子容)이다. 어느 날 자용이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예(羿)는 활을 잘 쏘고 오(奡)는 땅에서도 배를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모두 타고난 수명대로 살지 못했고, 우왕과 우직은 몸소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천하를 차지했는데 이는 무슨 까닭입니까?”
공자는 당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용이 나간 뒤에 비로소 이렇게 말했다.
“자용은 군자로구나! 그는 덕을 소중히 아는구나. 그 사람은 도가 지켜지는 나라에서는 크게 등용될 것이겠지만 도가 지켜지지 않는 나라일지라도 형벌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용이 시경(詩經)을 읽다가 ‘흰 옥의 흠은 잘라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다’라는 구절을 몇 차례 되풀이하여 읽자 공자는 자기 형의 딸을 그에게로 시집보냈다.
공석애(公晳哀)는 자가 계차(季次)이다. 공자는 계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천하의 지식인들은 도를 행하지 않고, 대부분 대부의 가신이 되어 도성에서 벼슬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오직 계차만은 지조를 지키며 벼슬을 하지 않고 있다.”
중점은 자가 석(晳)이다. 공자를 가까이 모시고 있을 때 공자가 물었다.
“네 뜻을 말해 보거라.”
이에 중점은 이렇게 대답했다.
“새로 만든 봄옷을 입고 젊은이 대여섯 명과 어린아이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멱을 감고, 무우(舞雩:기우제를 지내는 누대 밑)에서 바람을 쐰 다음 시를 읊조리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감탄했다.
“나도 너처럼 하고 싶구나.”
안무요(顔無繇)는 자가 노(路)이고 안회(顔回)의 아버지이다. 두 부자는 일찍이 각각 때를 달리하여 공자를 섬겼다. 안회가 죽었을 때 가난한 안로는 공자의 수레를 팔아서 바깥널을 만들었으면 하고 청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잘났든 못났든 저마다 제 자식을 위한다. 그러나 내 아들 공리가 죽었을 때에도 내관만 쓰고 외관은 쓰지 못했다. 내가 수레를 팔아서 아들의 외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은 내가 대부(大夫)가 되어 수레 없이 걸어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리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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