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가장 오래된 중국의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徑) (9)

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내 안의 나쁜 감정을 없애는 법

신비로운 축유 비법

『황제내경』에는 내면의 나쁜 감정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고대의 주술인들이 쓰던 방법 중 ‘축유(祝由)’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축유는 감정을 다른 대상에 이입하여 기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황제내경』에서는 이를 가리켜 ‘감정 이입을 통한 기운 변화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정신’을 이전하여 자신의 정기를 변화시키는 요법인 셈이다.

‘축유’가 어떤 치료법인지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많은 이견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는 ‘축설병유(祝設病由)’에서 ‘축(祝)’은 ‘빌다’이고 ‘유(由)’는 ‘질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축’은 ‘기도하다’이고 ‘유’는 ‘참회하고 뉘우치다’라는 뜻이므로 기도와 참회로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죄악을 없애 질병의 근원이 자연적으로 없어지게끔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대의 음운학적인 관점에서 고증한 결과에 따르면 ‘축Zhou’과 ‘유You’라는 두 글자가 연속하여 발음될 때는 ‘주咒, Zhou’ 라는 단어가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축유’는 약이나 침, 뜸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주술사의 말인 주문을 외워 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셈이다.

주문으로 병을 고치는 미신적 치료법인 ‘축유과’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고 어떤 이는 이를 가리켜 봉건시대의 미신적 요소의 잔재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겠다. 다만 ‘축유과’가 시술자와 환자가 신을 모아 마음을 평안히 하고 잡념을 없애 신과 기가 서로 교류하게 하는 등 정신 작용에 특별히 주목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병의 원인은 마음에 있다.”는 말도 있듯이 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훗날 축유라는 개념이 점차 보급되었는데 이는 금법(禁法), 주법(咒法), 축법(祝法), 부법(符法) 외에도 암시요법, 심리요법, 최면요법, 음악요법 등으로 확장되었다.

‘감정 이전을 통한 기운의 변화 요법’은 중의학에서 말하는 ‘형과 신의 일체화’ 개념에 그 기원을 둔다. 그리고 이것은 ‘신을 치료함으로써 형을 움직인다.’는 원리에서 나오는 적극적인 건강 회복 및 치료 효과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병세나 심리 상태에 따라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민첩하게 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정신 이전’과 ‘정지 인도’ 두 가지이다. 일상생활에서 나쁜 감정을 이전시키거나 분산하는 방법을 배워 두면 심리적인 압박을 완화하고 나쁜 감정으로 야기되는 기운의 혼란함과 육체의 질병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독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정지 조절법’을 확실히 배워 두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정지를 통한 치료법이나 축유 치료법을 접하고 나면 이런 것들은 병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평상시의 양생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방법은 의원들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집에서 간단하게 응용할 수 있는 원리들이다.

이제 비교적 간단한 ‘감정 이전을 통한 기운 변화법’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는 내면의 문제가 되는 정신, 의식 활동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병리적인 문제들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중한 질병에 걸리면, 특히 성격이 내향적인 사람이 병에 걸리면 질병이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종일 걱정과 근심 속에서 끙끙댄다. 혹은 병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을 때에는 상심하거나 심지어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두려워진다. 병세가 악화될까 봐, 치료가 쉽지 않아질까 봐, 병 때문에 일이나 공부, 일상적인 활동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 공포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근심과 우울함, 번뇌가 끊이지 않아 환자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질병에 대한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질병에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켜 그 관심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주변 환경을 바꿔 환자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끔 하는 자극이나 요소를 없애야 한다. 질병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변고나 자극, 충격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지고 못한 재난을 당했거나 갑작스럽게 친구가 세상을 떠났거나 사업이 실패했다거나 실연을 당했다거나 투자에서 실패했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그 예이다.

음악을 통한 감정 치료법

어떤 의미에서는 음악이 가장 훌륭한 심리 치료사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들도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음악은 덕의 정수이다.”라고 하며 그 가치를 높이 샀다. 음악은 일종의 선율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에 더없이 좋은 약이다. 음악은 독특한 방식으로 우주 세계와 인류의 영혼 세계를 반영하므로 사람의 영혼과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이처럼 음악에는 독특한 양생의 치료 효능이 담겨 있다.

음악은 서로 다른 선율, 리듬, 역동적인 악곡을 통해 사람 각자의 정신세계에 서로 다른 강도의 감화력을 발휘한다. 아름답고 미묘한 음악은 청각 기관을 통해 체내로 들어와 미묘한 공진을 일으키면서 그 주파수, 음량, 리듬 등에 관한 정보를 신경 계통에 전달한다. 그것은 체내 생리 주파수와 리듬에 공명 현상을 일으키면서 신체 각 방면의 기능을 조절하고 각종 대사 작용을 강화하고 인체 잠재 능력을 계발시킨다. 즉 신체 각 부위를 정태적인 상태에서 동태적인 상태로 바꾸어 조화롭고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전문가가 음악이 병을 치료하고 양생을 돕는 비법을 담고 있으며 오장육부와 신과 기의 안정을 돕는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었다. 음악은 ‘오음(五音)의 음파 에너지를 통해 인체의 신경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고 체내의 적혈구가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게 하며 백혈구와 면역세포의 작용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인체 면역력을 키워 각종 질병을 억제하고 치료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일찍이 『예기(禮記)』의 「악기(樂記)」편을 비롯한 고대 경전에서고 쓸쓸하고 침체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우울하고 슬퍼지며, 편안하고 밝고 화려하고 다채로우며 리듬이 분명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웅장하고 맑고 깨끗하며 열정으로 가득한 음악을 들으면 강인하고 흥분된 감정이 솟구치고, 장엄하고 경건한 음악을 들으면 엄숙하고 숭고한 마음이 든다고 했으며, 부드럽고 편안하며 친근한 선율을 들으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솟아나고, 빠르고 산만하며 비뚤어진 음악을 들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처럼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며 ‘감정을 이전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 이전’ 기능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단련하여 사람의 행동 방식을 바꾸고 마침내 양생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음조는 우리 몸의 오장과 서로 대응한다. 『황제내경』에서는 이미 각각의 음조가 인체의 각 오장육부와 연계된다는 원리를 제시했다. 즉 궁, 상, 각, 치, 우의 오음을 각각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오장, 분노, 기쁨, 사려, 근심, 두려움의 오지와 연결시켰고 이것을 또다시 나무, 불, 흙, 쇠, 물의 오행과 연계해서 중의학만의 독특한 ‘음악을 통한 감정 치료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 밖에도 『좌전』『국어』『관자』등 선진시대의 경전에도 오음과 음양오행의 관계가 언급되어 있다.

문예활동을 통한 감정 치료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의 금기서화는 ‘4대 기예’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전통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문예 활동이자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해 주는 양생의 수단이다.

고대에 웬만한 문인이나 선비라면 대부분 금기서화를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에게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도 아니요, 무슨 예술적 경지를 끌어 올려 대가가 되기 위한 거창한 수단도 아니다. 이를 통해 마음의 근심과 잡념을 털어 버리고 기를 소통하게 하고 ‘심신’을 보양하고 마음의 기쁨을 회복하며 ‘정신’의 활기를 찾아 양생과 건강 회복의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거문고는 약 3천 년 전부커 전래되어 온 악기로 거문고를 타면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 인생의 정취와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이 탁 트이고 가다듬어지며 고독과 우울증, 잦은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가 있다. 오랫동안 거문고를 타면서 스스로 즐기면 자신의 기질까지도 바뀌어 활달하고 낙관적인 인생관을 가질 수도 있다.

바둑은 중국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전해져 온 흥미로운 오락거리이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깊이 사색한다. 기쁨과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활동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결정적인 한 수를 둘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참여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흥미 진진함이 있다. 바둑알을 잘 살펴보면 하나는 검은색, 다른 하나는 흰색인데 검은 바둑알은 음을, 흰 바둑알은 양을 상징한다. 바둑판 위에서는 음양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너는 죽고 나는 살자.’는 이기주의가 아닌 ‘하나를 희생하고 다른 하나를 얻는’ 원리가 실현된다. 이처럼 바둑은 고상한 예술의 경지를 누리게 할 뿐만 아니라 번뇌와 근심을 잊게 하고 긴장을 완화시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게 하는 유익한 문예 활동이다. 또한 바둑은 삶의 리듬을 조절하고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오락이므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심리적인 압박이 더 가중될 수 있다.

서예와 회화는 감정 이전을 통한 마음의 양생 비법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서화가가 건강하고 장수하는 삶을 누리는 것을 보면 서화가 탁월한 양생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한다. 예컨대 유명 현대 화가인 치바이스나 류하이쑤, 서예가 쑤쥐센, 치궁 선생 등은 대부분 아흔 살 이상까지 장수했으며 백 살을 넘긴 서예가도 적지 않다.

운동을 통한 감정 치유법

‘운동을 통한 감정 치료법’은 특별한 호흡이나 운동 기법을 통해 정신, 심리적인 활동을 조절하여 심리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양성연명록』에는 여섯 가지 소리를 발성하여 장기를 강화하고 양생하게 하는 기공술 ‘육자결 호흡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여섯 가지 소리는 각각 추이, 후, 시, 허, 쉬, 쓰이다. 이러한 방법을 실제로 시도해 보면 확실히 긴장과 초조, 걱정 근심, 분노와 원한의 감정이 조절되고 체내의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며 오장육부 어느 한 곳에 몰린 기가 풀어지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호흡법 외에 운동도 좋은 양생의 비법이다. 태극권을 비롯해서 중국 민간에서 약 8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전해 내려온 공법으로 여덟 가지의 간단한 동작으로 되어 있는 팔단금, 명의 화타가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 등 다섯 짐승의 자세를 본떠 독창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고대의 체조 오금희, 그리고 정좌명상 등은 고대 선현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 운동 훈련법이다. 이러한 운동법은 우리 몸뿐만 아니라 몸 안의 혼과 기를 강화하고 인내심과 강인함을 길러 자기 통제 능력을 갖게 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체력 단련이나 육체노동은 사람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므로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이나 다른 사람과의 다툼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겠다. 예컨대 공놀이나 산책, 태극권, 집안일 등을 통해 근육을 움직이면 정신적인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