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80년대 무역업을 하던 시절 일본에 자주 왕래하던 때 어느 날인가 신문기사를 읽으며 혼자서 한참이나 이상스럽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족집게로 소문났다던 한 점술가가 져녁을 먹고 집 근처 동경 우에노(上野)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지나치던 괴청년과 부딪치며 사소한 시비가 벌어졌다는데 순간 이 젊은 떼거리 중 한명이 느닷없이 달려들어 몰매를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해버렸다는 기사였다. 이 점술가는 남의 앞날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사람이었다는데 어찌하여 잠시 뒤 자신의 한 치 앞 운명도 모르고 있었을까?
그리고 또 요 최근(2022년7월7일) 일본 자민당 전 수상이던‘아베 신조’가 나라현(那羅縣)에서 참의원 선거유세도중 한 괴한으로부터 자신이 만들었다는 수제 총에 맞아 절명했고, 미국의 케네디대통령도 자동차 유세도중 원거리원격조정 총으로 오스왈드에 의해 순간 절명했다.
그리고 오래된 일이지만, 1983년 8월31일 미국 앵커리지공항에서 출발했던 우리나라KAL747 점보제트기가 당시 쏘련(러시아) 땅 캄차카에 있는 군사기지 상공을 통과하려는 순간 소련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기체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조각나 바다에 추락사고로 승무원을 비롯하여 269명 전원의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사실이 오랫동안 잊혀 질 수 없는 슬픈 항공기 대형사고로 남아있고, 1997년 여름에는 대한항공 전보여객기가 하계휴가차 남 태평양상에 위치한 섬나라 ‘쾀’에 관광을 떠났던 국회의원을 비롯한 300여명이 착륙 불과 1분전에 추락해 아까운 생명 모두를 잃었던 기억들을 지울 수가 없다.
그처럼 우리 인생살이가 늘 있는 일이지만,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고 점칠 수 없다. 그리고 보니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살아가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소름끼칠 정도로 위험한 삶이지만, 그러나 그저 아무것도 아랑곳 않고 스스럼없이 유유작작하게 살아간다.
만일 내가 내일의 운명을 정확히 맞출 수가 있다면 그 때는 운명의 공포에서부터 해방을 선언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누구나가 잠시 뒤의 일을 모르고 그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같이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 저 나름대로 오늘을 열심히 잘 살아간다.
그러므로 나의 목숨은 하늘로부터 받았다. 그래서 하늘로부터 받은 명령이다. 한번 이 세상에 왔으면 절대로 바꿀 수 없고,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운명이다. 그래서 숙명적 존재라고도 표현한다. 그러나 운명은 자기로부터 나와 자기로 되돌아가는 원칙, 즉 시간과 공간속 복잡한 과정이 수시로 바뀌고 달라질 수 있다는 차이다. 사주팔자를 타고났다는 말의 표현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명이라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그건 하나님만이 아시는 사항이다. 그러나 운명은 수시로 내 하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 한 젊은이가 서울대학교에 응시했으나 두 번이나 낙방을 해 실의에 빠져 있던 자식을 보다 못한 부모가 끈질긴 권유로 미국 유학을 갔다. 캘포니아 주립 샌드 버나드 대학에 입학, 졸업할 때는 최 우수생이 되었다. 다시 공부를 계속 명문대 존스 홉킨스 박사과정을 끝냈을 땐 한방 에이즈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발명,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다.
이상에서처럼 인생이란 한 생을 살아가며 누구나가 큰 시련이 있게 마련인데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려운 고난과 구비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저마다의 문제다.
그러므로 한 평생이란 자기와의 싸움의 길이다. 필자의 경우를 잠깐 소개해보면, 어린 시절 경남 통영 해변 맨대(지금은 정량동)에서 자랄 때의 꿈이라면 저 넓은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큰 상선의 선장 되는 것이었다. 청소년시절 어느 날, 여수 신항 부두에서 큰 상선을 바라보는 때 선장이듯 한 분이 마도로스파이프를 문 하얀 옷에 금테 두른 모자를 쓰고 큰 배를 유유히 지휘하며 바다로 끌고나가는 늠름한 모습이 너무 황홀하게 보여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봤던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눈앞에 생생이 더듬어 진다.
그때부터 나도 크면 콧수염을 기르고 입에는 마도로스파이프를 물고 금테 두른 모자에 하얀 옷을 입은 선장이 되어 넓은 대양을 누비라라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진해 해군사관학교 제11기(1953년) 시험에 응시했으나 영어 실력이 달려 결국 낙방하며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중에 무역업으로 바꿔 세계 10개국이상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늘그막에까지도 어린 시절의 그 꿈을 그리며 바다가 있는 ‘강진’에 거주하며 때때로 마량 해변에 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종일낚시질을 즐기기도 한다.
이민 갔던 남태평양 FIJI에서는 시간만나면 낚싯대를 들고 혼자 가까운 방파제나 밤배를 빌려 낚시질로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망중한을 달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사는 게 다 고통이나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자신의 날들로 바꿔 일상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이생에 살아가며 개척해 나가는 자기운명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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