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면 수양리 삼인마을 뒷산 왕골에는 기름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표면이 미끄러워 위에 오를 수가 없었다. 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윤기가 흘러내릴 정도였다.
바위 색이 검고 누런 바탕에 조금 붉은 빛을 뛴 자갈색이었는데 멀리서 한 눈을 감도 봐도 잘 보일 정도로 특이한 바위였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름 바위를 타고 내리는 비의 줄기가 훤히 보여서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는 이치 같아 보였다.
주목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기름바위 앞에는 용소(龍沼)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 소는 원래부터 용소가 아니었다. 이 소는 어찌나 깊던지 명주실타래 셋을 연결해야 물 끝에 닿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깊은지 의문이었거니와 여기에 엮인 전설이 하나 있었다.
본래 이 소에는 소라가 살고 있었다. 소라는 땅 속의 굴을 통하여 마을 뒷산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송지 앞바다까지 자주 왕래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에서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에서 커다란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승천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이 소라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기 시작했다. 용이 승천하고 난 후부터 이 소는 조금씩 매워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깊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얕아졌다고 한다. 또,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기름바위가 반들반들해진 의문점도 해결됐는데, 소에서 살던 영험한 소라가 밤이면 바위 위를 오르며 핥아댔기 때문에 마치 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윤기가 흘렀다는 것이었다. 보통 지렁이나 뱀이 용으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대부분이지만, 소라가 승천하다는 전설은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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