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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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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정애 "내리사랑"
박정애(강진문인협회 회원)

내리사랑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사이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배가 고파서 일까. 혹시나 남편의 차가 보이나 하는 마음으로 도로를 내려다 봤다. 서울 며늘아기가 음식을 만들어 오후 130분차로 보냈다는 연락을 받고 나간 남편이다. 보낸 시간을 계산해 보면 6시와 반 사이에 도착할거라는 생각으로 남편이 시간 맞춰 터미널에 나갔는데 8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다. 평상시 6시에 저녁을 먹는데 남편은 왜 8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지 답답했다. 차가 밀리나 보다 생각은 하면서도 고픈 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전화를 해보자니 마침 그때 차가 와서 전화 받기 힘들까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궁금증을 묻어 두고 있는데, 밀대에 큰 아이스박스를 싣고 무겁게 끌고 오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아이스박스 속에 작은 아이스 가방 두 개가 있었다. 따뜻하게 먹을 월남쌈고기와 참치 버터구이는 따뜻하게 보온을 잘하였고 한치회는 시원한 아이스박스에 월남쌈의 야채와 소스를 정갈하게 하여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해서 보내주었다. 서울에서 달려온 버스 6시간의 시간차이도 무색하게 바로 먹을 수 있게끔 담겨 있는 것에 며늘아기의 정성된 손길이 묻어났다. 부모님 좋아할 음식을 골라서 담아 보낸 며늘아기의 손길을 느끼며 남편과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먹은 후 며늘아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머님! 지금껏 할머니께 음식을 해 나르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언젠가 어머님게 제가 직접 한 번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꾸 미루다가 이제야 하게 됐네요. 그런데 어머님 너무 힘들어요. 이런 일을 매주 하시는 어머님의 수고를 새삼 느꼈어요. 어머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힘들고 피곤해도 미룬 숙제를 한 것 같아 마음은 편합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모든 걸 사랑으로 키워주시고 지켜봐 주신 어머님, 존경합니다.”

어찌 그렇게 시간도 잘 맞추는지 며늘아기의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차 한잔을 마시려는 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순간 며늘아기가 참 사랑스럽고 가까이 있었다면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말수도 없이 자기 가정 똑 부러지게 잘 간수하고 내 아들과 보기 좋게 살아주는 고마운 며느리다. 그런데다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예쁜 손자도 둘씩이나 안겨준 며늘아기다. 평소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는 관계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아니던가. 정성껏 보낸 음식만으로도 고마운데, 정이 뚝뚝 묻어나는 메시지까지 맛을 더해주는 저녁시간이었다. 며늘아기가 이렇게 사려까지 깊다니, 내가 잘해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해졌다.

나도 내 시어머니의 며느리다. 시어머니께서 예쁜 내 며늘아이야 고맙다. 사랑한다.” 시어머니께서 내가 해서 보내드린 음식을 드시고 너무나 기뻐하시고 흐뭇해하시던 그 전화속의 음성이 이런 것이었구나 싶었다.

!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내가 좀 힘들어도 또 남보다 조금 무겁고 귀찮아도, 내가 사랑하는 이의 어머님, 할머니가 행복하신다면 마지막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며 해오던 일을 내 며느리가 느끼며 배웠나 보다.

어느 날 며늘아기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어머님! 존경합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작은 소리로 왜? 하고 물었다. 그러자 며늘아기가 말하기를 어르신들과 많은 형제들이 그 오랜 세월 화목하게 보기 좋게 사는 모습을 보니 어머님이 존경스러웠어요.”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그때 며늘아기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울컥하면서 내 수고가 보상 받는 것 같아 그동안의 힘듦이 쌀 사라졌었다. 그래서 내가 잘 살아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때로는 무겁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순간, 그간 그 많은 가족을 살피며 살아온 주부로서의 내 삶에 작은 보람을 가지게 했다. 때때로 시동생들도 큰 형님 큰 형수가 부모님을 잘 모셔주니 저희들은 내 삶만 열심히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을 전할 때, 그 말 한마디에서 내가 나름 따뜻한 마음으로 해온 정성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주부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난 항상 내 마음만 살폈는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 5남매와 어머님의 자녀들 모두가 화목하게 우애 있게 살 수 있는 것이 내 마음의 평화였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속에서 각자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고, 작은 배려와 관심이 모여서 화목한 가정이 되는 것,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줄 때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가족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올해 92세인 어머님도 건강하심에 감사드린다. 당신께서 나에게 맡기신 가정 소공동체 가장 작은 교회를 잘 지키라는 소명을 며느리인 나는 잘 완수해나갈 것이다. 그런 모습들이 내리사랑으로 이어지다니 감사할 뿐이다. 내 마음이 어려울 때 항상 바른길로 인도해 주신 내 안의 그 분, 당신께 오늘의 이 영광 돌립니다.

박정애(강진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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