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시작
10월 7일 이른 아침, 이스라엘 국경지대 레임(Re'im)지역 네게브 사막에서, 3000명이 넘는 젊은 남녀들이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늘에서 새로 보이는 점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점들이 가까워지자 그 정체를 알고 경악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새가 아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정치세력이자,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명된 하마스의 전투 대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은 훈련을 받은 듯 익숙하게 자리에 착지하고서 총기를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곧 수백의 사람들이 총성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생존자들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렸지만, 황무지 평야는 탁 트인 지형으로 숨을 곳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무에 숨은 생존자들도 있었지만, 얼마 안가 하마스 대원들에게 끌려나오거나 바로 즉결처형 당해 조직적으로 학살당했다. 일부는 차를 타고 도주했으나, 이미 차량으로 주변 지역에 침투한 하마스의 전투원들이 도로 일대를 봉쇄 중인 상황이었다. 그들은 차량이 보이는 족족 지프를 타고 추적하여 기관총을 난사했고, 이내 운전자들은 얼마가지 못하고 총격에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여 차량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자국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사망당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방위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전차를 끌고오고, 경찰까지 동원하여 반격을 시도했으나, 이미 이스라엘 군사기지까지 역으로 점령당할 정도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상황이어서 군인들 스스로의 목숨을 지켜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10월 8일이 되어서야 반격이 이뤄져 사상자를 파악이 가능했다. 이스라엘 구조대 ZAKA에 의하면 현장에서 260구에 달하는 시신을 수습했다고 알려졌다. 부상자는 1천명을 넘어갔고, 납치당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고 추정됐다.
◉이팔 전쟁 발발은 누구부터인가
이 날 하마스의 습격은 레임 음악축제 뿐만이 아닌, 이스라엘 국경지대를 향해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국경지대를 향해 5천에서 7천발로 추정되는 로켓이 발사됐고, 아이언 돔이 모든 로켓을 막지 못하고 국경 방위군이 큰 타격을 입어 전차를 잃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국경지대가 불타오르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서남쪽 국경으로 특작부대를 파견하여 이스라엘 기지를 점거하여 남쪽 국경 방어선을 무너트렸고, 하마스의 대규모 병력이 기다렸다는 듯이 진입하여 국경 지대 마을과 도시들을 침략하여 조직적인 무차별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 와중에 X(트위터)와 틱톡을 비롯한 각종 SNS에 민간인 학살 장면과 가혹 행위를 자랑하며 이번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렸다. 의식을 잃은 나체의 민간인 여성을 트럭에 태우고 승전보를 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윤리적 행위는 이스라엘은 물론, 전 세계의 반감을 일으켰다. 그동안 하마스를 옹호하던 사람들마저 이러한 학살 행위를 비난하며 되돌아섰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던 유럽의 국가들마저 하마스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자신들이 이스라엘 편임을 알렸다. 이 날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실질적으로 전쟁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상 하마스를 향해 전쟁은 선포한 셈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를 향해 미사일 폭격을 감행했고, 서안 가자지구 일부 건물들이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하였다. 일부 종군 기자들과 유튜버들은 가자지구의 현황을 24시간 촬영하며 가자지구가 폭격받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여 전쟁으로 벌어지는 참사를 알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서로 간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했다. 하마스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유대인들을 죽이라고 선동하고 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응수하듯이 ‘하마스를 부셔버리겠다’며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 가자지구지역은 봉쇄당하여 식수, 전기, 식량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부분 인프라가 파괴된 상황이며 해당 지역 의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레바논 남부에서 종군기자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책임
현재 양측이 집계한 사망자를 합치면 최소4,100명, 부상자는 13,000명이 넘는다. 그 중 대부분은 민간인들이다. 이번 전쟁의 문제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서로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보복 학살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시작은 하마스가 했지만, 이스라엘 또한 민간인을 살상하여 보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하마스 서안 가자지구의 인프라를 타격하는 일은 사실상 학살이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받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은 사법 개혁을 통해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을 약화시킨 전력이 있다. 정보기관의 약화가 하마스의 대규모 습격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게다가, 재집권 이후 무리할 정도로 국경지대 정착촌을 확대하고, 2023년 4월에는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시위에 나선 무슬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 무슬림에게 행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는 등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은 물론 무슬림 전체를 지나치게 자극한 바 있다. 일각에 의하면 ‘하레디’를 비롯한 정권 지지층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평화책을 지지하는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하마스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계속해서 탄압하고 죽이는 이스라엘에게 복수할 세력은 하마스 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계속 극단주의자적 행보로 이들을 압박한다면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았다. 올해에는 하마스를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하마스에게 탄압당해 수그러졌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하마스를 견제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이들을 눈여겨봐야 했지만,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 눈에는 팔레스타인은 다 똑같이 보일 뿐이었다.
하마스가 이번 습격을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명명했듯이 이스라엘 정부는 극단주의자적 세력이 날뛸 여지를 스스로 자초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팔레스타인을 탄압하여 자신들의 세력권을 확대하려 시도했음에도, 정작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모사드를 비롯한 안보기관의 힘을 약화시켰고, 그러면서 국경방위에 실패하여 애꿋은 민간인들만 억울하게 죽임당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시행한 12일 여론조사에서는 86%의 응답자가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이 국가 지도부의 실패라고 답했다. 응답자 96%가 안보 부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했으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 전쟁이 끝나면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마스의 책임
그러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을 포함한 극단주의 세력이 하마스의 기세를 키운 셈이라고 해도, 하마스의 책임 또한 결코 피할 수 없다. SNS을 비롯한 여러 전자매체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이 보복 학살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10월 7일 그들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을 생각하면 중립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이번 사태를 벌인 당사자는 분명 ‘하마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비롯한 극단주의자 세력을 자극했다고 해서 이번 일을 시행한 주체는 분명 하마스다. 게다가 하마스는 이번에 군인뿐만이 아닌, 수천명의 민간인까지 의도적으로 학살했다. 한 집단농장에서는 40여구에 달하는 아기와 영유아 시신까지 발견됐는데, 이 아이들 대부분이 참수당하고 화형당해 있었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증오스럽다고 할지라도, 어린이와 영유아를 포함한 민간인들까지 징벌의 대상에 놓으면서 인륜을 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학살이 하마스를 향한 부수적 피해로 인해 발생한다면, 하마스는 정확히 민간인까지 정확히 노리며 조준사격을 하거나 참수를 일삼았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러한 행보를 저지른 것에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마스가 중동 여러 국가들로부터 지원받는다는 것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중동국가들이 친미로 돌아서거나 이스라엘과 화해를 개선한다면 하마스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략해버린다. 즉 하마스는 이권을 위해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셈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과거 이스라엘이 군인 한명을 하마스로부터 석방시키기 위해 하마스의 수백명의 죄수들을 석방했듯이 하마스의 계산에는 이스라엘이 무력히 끌려다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이스라엘은 끌려다니기는커녕, 가자지구 전체를 멸절 시켜버릴 기세로 과격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다.
◉현재까지의 경과
현재 이팔 전쟁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하마스 3만명이 땅굴을 파고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고, 민간인들을 계속해서 방패로 세우며 이스라엘의 진격을 늦추려 시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10월 7일 학살을 주도한 하마스 사령관이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하기도 하였다. 현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자지구 점령은 큰 실수”라고 말하면서도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애꿋은 민간인들만 계속해서 죽임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력하며 라파 대피로를 안내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로 피신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집트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과 레바논에서 저지른 혼란상을 볼 때, 이들을 받는 것은 이집트 정국에 혼란만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진입이 초읽기에 달하면서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시기가 다가왔다.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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