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의 조건-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필요하다
황 주 홍
강진군수 · 정치학 박사
어떤 도시(또는 지방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주민들의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소득수준이야말로 글로벌 경쟁력(global competitiveness)의 척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의 문제는 경제적 소득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이다.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어왔던대로, 소득 수준은 ‘민주화(民主化)’에 기여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정치적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경향성을 띤다.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선호감이 증가한다. 대체적으로 볼 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들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적 제도와 절차를 잘 발달시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잘 사는 도시들은 보다 민주화되어 있고, 민주적 절차를 보편화하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와 갈등해소 방식 역시 폭력과 불승복에 의해 지배되기 보다는 법(法)과 제도(制度)에 의해 지배된다.
또 한편,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역설적이게도, 탈(脫)물질주의화한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치관도 달라진다. 탈(脫)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자원봉사라든가 기부 등과 같은 자발적 참여의 시민사회 문화가 활성화된다. 1950년대의 한국 도시들은 이러한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도시들에서 이 문제들은 이제 중심적 아젠다(agenda)와 트렌드(trend)가 되었다.
그렇다면, 경제적 소득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일자리가 충분해야 하고, 그 일자리가 좋아야 한다. 1950년대의 한국 도시들보다 지금의 한국 도시들에는 일자리가 훨씬 충분해졌고, 더 좋아졌다. 그런 결과 한국 도시들의 소득수준도 높아졌고, 도시경쟁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한 도시 내의 일자리가 많고 좋아지려면?
다른 조건들을 같다고 가정할 때, 한 도시 내의 일자리 문제는 그 도시의 ‘인문 환경’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한 도시 구성원들간 신뢰 관계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많은 좋은 일자리의 관건이다. 신뢰와 협동과 배려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갈등(해소)비용을 절감한다. 서로 믿고 협동하면 경제적 거래가 순조롭지만, 그 반대면 결과도 그 반대다. 서로 싸우고 분열하면, 갈등이 고조되고, 일자리는 생기기 어렵고 떠나가기 쉽다.
따라서, 한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위한 일에 보다 특별히 집중될 필요가 있다.
지역내 잠재 자원(또는 노동력을 포함한 부존자원)의 개발과 공급, 지역 외부 인력과 자본의 도입과 유치 등과 같은 잘 알려진 과제 뿐만 아니라, 공동체주의적이면서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면모의 확보와 일신과 같은 과제를 위해서도 지역내 인간 ‘생태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컨대, 사람들이 좋아야 도시가 좋아진다는 말이다.
한 도시 행정(또는 지방행정)의 보다 많은 비중이 좋은 사람들(또는 시민들)-친절하고 정직하고 관용적이고 협동적이고 신뢰적인-만들기에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도시경쟁력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계량적 방법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
그런 까닭에 연구자들은 도시경쟁력의 지표 개발에 노력을 집중하였고, 이 개발된 지표에 대한 경험적 측정과 분석을 우선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도시들의 도시경쟁력 순위같은 것을 흥미롭게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 관행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 실체인 한 도시 내 사람 됨됨이의 문제를 상대적으로 경시하게 한다.
한 국가 차원에서의 국민성, 한 도시 수준에서의 ‘시민성’은 국가 경쟁력과 도시경쟁력의 본질적 조건이다.
※ 이 글은 황주홍 군수가 지난 5월 29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평화포럼에서 기조발제한 내용으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전재합니다.
■ 약 력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제작위원
· 국회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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