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비방하고 공자를 비웃다.
춘추전국 시대는 수많은 제자백가 들이 출현하여 그들 나름대로 자기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 중에서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 사상이 단연 으뜸이다.
물론 유교는 한나라 때 설립 됐지만 대세는 전국시대에 이미 결정이 나 있었다.
장자가 자신의 학설을 강조하기 위해서 공자와 요순을 언급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를 향해서 비판과 조소 그리고 험담도 서슴치 않았던 것은 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어느 날 형벌로 다리가 잘린 사내가 공자를 찾아 왔다.
이런 사람을 올자라 하는데, 그의 이름은 숙산무지였다.
공자는 이 사내를 꾸짖었다.
“자네는 일찍이 행동을 조심하지 않아서 그렇게 다리가 잘린 거야. 이제 나를 찾아온들 어쩌겠나”
이 말을 들은 무지는 도리어 공자를 꾸짖었다.
“맞습니다. 저는 젊어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고 몸을 가벼이 놀리다가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 온 것은 다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온전히 하고 싶어서 찾아 온 것입니다. 무릇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땅은 모든 것을 떠받들어 줍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그런 하늘과 땅 같은 분이라고 생각 하였는데 제 과거를 들먹이며 그렇게 말씀 하시는 것을 보니 선생님도 그 정도 밖에 안 되시는 분이시군요“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그제야 자신의 모자람을 부끄럽게 여기고 후회 했다.
“잘 못했구려 제가 속이 좁았네, 자 이리 들어오시게나. 이제부터 함께 도덕이야기를 나누어 보세”
공자는 비로소 무지를 정중히 대했으나 무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뒤도 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들어라 저 무지라는 사내는 죄를 짓고 다리가 잘렸으나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닫고 더욱 갈고 닦아 지난날의 잘못을 갚으려고 나한테 온 것이다. 다리를 잘리지 않은 너희들은 앞으로 몸가짐을 더욱 조심해야할 것이다”
한편 무지는 그 사이에 노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공자를 비난 했다. “공자라는 사람은 인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그토록 많은 무리들이 어째서 따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데 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명성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명성을 자기의 손발을 옭아매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를 깨닫지 못하는 공자는 아직 멀었습니다“
무지의 말을 듣고 난 노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공자에게 삶과 죽음, 옳고 그름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가르쳐 주지 그랬느냐.“ 이 말로 공자의 손과 발을 옭아 매주면 좋았을 것을”
무지는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리는 형벌입니다. 하늘이 이미 공자에게 형벌을 내리고 있는데, 제가 그의 손과 발을 옭아매 줄 수는 없습니다”
무지는 공자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형벌을 받은 올자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공자를 천형을 받을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점은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공자가 노자보다 훨씬 모자라며 그 사람됨도 아직 멀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공자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다리가 잘린 왕태, 발뒤꿈치가 없어 발가락으로 걷는 인기, 아랫입술이 없는 무신, 사지의 균형이 잡히지 않는 지리. 등, 많은 불구자가 등장하고 있다.
장자가 이와 같이 불구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덕이 뛰어난 사람은 외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서 정신적으로 훌륭한 사람은 외형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인, 의, 예, 악 등의 가르침으로 몸을 구속하고 마음을 속박하고 있는 공자의 문하생들도 알고 보면 우리와 똑같은 불구자나 다름없다는 비웃음의 뜻도 담겨 잇다.
어느 날 공자는 자신의 학설을 책으로 남기기 위하여 주나라 서울로 가려고 제자 자로와 상의하였다.
“내가 듣기로 주나라 도서관을 맡았던 노담(노자) 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나 은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책으로 남기시려면 이 사람을 꼭 한 번 만나 보십시요”.
자로의 얘기를 듣고 난 공자는 주나라 서울 낙양으로 가서 노담을 만나려고 하였으나 노담은 만나주지 않았다.
공자는 결국 노자를 만나긴 했으나 노자의 태도는 무척 완고하였다. 할 수 없이 공자는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한 십이경(十二經)을 내보이며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그런데 노자는 이야기 도중 하품을 하며 내뱉듯이 말했다. “이제 그만 하시요. 너무 번거롭구려. 요점만 간단히 말 하시요.”
“결국 인의(仁義)로 요약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인의에 대해서 설명하자. 노자는 공자의 말을 가로 막으며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말한 인의는 도대체 뭐요?”
“내가 말한 인의는 남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나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그대는 방금 내가 없다고 했는데 내가 없다고 하는 생각이 내가 없는 것이 아니겠소“
이렇게 꾸짖고 나서 다시 공자는 노자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그대가 생각하는 인의는 진정 인간의 본성이요?“
인의는 공자의 핵심 가르침이다. 장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노자의 가르침이 공자의 가르침보다 더 훌륭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물론 장자의 특유한 화법이기도하다.
노자에게 호통을 들은 공자가 노자의 말씀에 감동을 받고나서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과 같았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사기에 나오는 것을 보면 결코 장자 혼자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자의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 장자의 속마음이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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