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깬 인간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맹손재는 자기 어머니가 죽었는데도 예법대로 소리 내어 우는 시늉을 했으나.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상을 치루면서 서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세가지가 없었는데도 상을 잘 치루는 것에 대해서 노나라에서는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실상이 없이 이름을 얻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맹손재는 우리들의 지식을 초월한 사람이다. 네가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장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알고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줄일 수 없었던 형식을 그는 줄인 것이다. 사람들은 장례법을 간소하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데 그는 이미 간소하게 만들었다. 맹손씨야 말로 사는 까닭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죽는 까닭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네. 또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뒤임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미혹은 삶에 대한 집착이다. 특히 이점을 깊이 생각하여, 생사가 구별이 없다는 결론을 얻는 것은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써는 아직 구속에서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맹손재 쯤 되어야 생사를 초월하고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의 변화를 무심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변화라는 말도 그 한계를 정할 수 없다. 지금 생과 사, 변화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인간들은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인 줄도 모른다. 맹손재는 형체의 변화만 있을 뿐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죽음도 단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가는 것에 불과하다. 맹손재는 깨친 사람이라 무슨 일에도 거역함이 없어 남이 울면 자신도 운다. 그러므로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것이다. ”
잠시 쉬었다가 공자가 다시 말했다.
“우리들이 나라고 믿고 있는 현재의 형체는 과연 나일까? 꿈속에서 새가 되면 내가 사람이란 것을 잊고서 하늘 높이 날고 고기가 되면 물속 깊이 헤엄쳐 다닌다. 현재 내가 인간으로서 대화를 주고, 받고 하는 것도 꿈인지 어찌 알겠는가요. 옳고 그른 것을 내세워 남을 비난하는 것 보다는 웃으며 용서하는 것이 좋으며, 웃고 용서하는 것 보다는 자타의 구별을 잊고 자연의 변화에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 자연의 변화에 동화하여 변화하는 것마저 잊어버릴 때 비로소 모든 대립을 초월한 도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의이자가 허유를 찾아갔다. 허유는 앞서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준다고 했을 때 거절했던 인물이다. 여기서도 허유는 요임금보다 훌륭한 인물로 나온다.
의이자는 일찍이 요임금에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허유는 의이자에게 요임금이 무엇을 가르쳐 주었던가 하고 물었다.
“인의를 실천하고 옳고 그른것, 선악을 분명히 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하러 새삼 나를 찾았느냐? 요가 이미 그대의 이마에 인의를 새겨 넣고 시비라는 칼로 코를 잘라 버렸는데 자유롭고 거리낌이 없는 칼로 어찌 인도 할 수 있겠느냐.”
그러나 의이자는 굽히지 않고 말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설사 도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근처에라도 가고 싶습니다.”
“안된다. 장님은 앞에 미인이 있을 지라도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으며 수 놓은 비단을 들고 있을지라도 그 아름다움을 알 수가 없다. 그대는 이미 도와는 인연이 없어졌다.”
“옛날 미녀무장이 그의 아름다움을, 용사인 거량이 그의 힘을, 지자인 황제가 그의 지혜를, 잊은 것은 모두 도의 불길에 녹아 다시 단련된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조물자가 나에게도 입묵을 녹여 없애고 코를 처음대로 붙여 선생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대의 소원대로 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토록 소원이라면 이야기해 보겠네. 내가 스승으로 삼는 도는 만물을 있게 해주고 한 없는 은혜를 베풀면서 그 자신은 무심하여 자신의 은혜를 베푼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다. 유구한 과거에서 영겁의 미래에 걸쳐 하늘과 땅을 덮고 삼라만상을 쉴새없이 만들어 내면서도 힘을 자랑하지 않는 위대한 존재다. 그래서 나도 이 스승을 따라 무의 경지에 놀려고 하는 것이다.”
안회가 스승 공자에게 말했다.
“제 수양이 꾀 진보한 것 같습니다.”
“어째서”
“나는 인의(仁義)를 잊게 되었습니다.”
“알겠다.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보다 진보 했습니다”
“어떻게?”
“저는 좌망(坐忘) 할 수 있습니다.”
“좌망”
공자는 깜짝 놀라 태도를 고쳐 물었다.
“무엇을 가리켜 하는 말이냐?”
“몸에서 힘을 빼어 일체의 감각을 잊고, 몸과 마음이 완전히 텅 비어 도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머리를 끄덕였다.
“도와 하나가 되면, 시비선악에 사로잡히지 않고 도와 함께 변화하여 무한한 자유를 얻을 것이다. 장하다 네가 벌써 거기까지 나갔다니, 내가 너의 뒤를 쫓아야겠구나.”
자여, 자상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장마가 열흘 동안 계속 되는 날, 자여가 문득 생각했다. 자상이란 친구, 먹을 것이 없어서 누워 있으리라. 자여는 밥 꾸러미를 들고 자상의 집을 찾았는데. 안에서 노래인지 우는 건지 모를 알 수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아버진가, 어머닌가, 하늘인가 사람인가…”
굶은 탓인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렇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자여가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이상한 노래구나, 어찌된 것인가?”
자상이 대답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가난한지, 한번 생각해 보았네.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지 않는가. 설마 부모가 자식이 가난하기를 원할 리 없고 그러나 공평무사한 천지가 나를 차별대우해서 이 꼴로 만들었을 리도 없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으나. 도저히 알 수가 없네. 누가 이렇게 한 것이 아닌데 내가 이토록 가난한 것은 역시 운명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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