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은 총사업비 6억원을 들여 2동 규모의 ‘한옥체험관’을 사의재 옆에 건립한다고 한다. 현재 ‘사의재’로는 누가 보아도 다산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겪었던 일을 체험하기란 어렵다. 또 여러 사람이 와서 다산의 정신을 느끼기에도 장소가 협소하므로 어려운 입장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좀 더 관광객들에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옥체험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사의재’는 다산에게 있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쉬게 하였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제자를 둠으로써 비로소 활기를 되찾은 곳이다. 말하자면 사의재는 일종의 서당역할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다산은 서당문을 열면서 일반 훈장이 가르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의 천자문은 중국 남조 양 나라 때 주흥사가 지은 것으로 각 구절 사이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매우 어려웠다. 이에 다산은 대안 교과서로 정리한 아학편을 지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천지부모(天地父母) 군신부부(君臣夫婦)로 시작되는 것으로 몇 줄의 글자로도 가족의 구성을 알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사의재의 ‘한옥체험관’은 다산이 어떻게 제자들을 가르쳤는가에 대해 체험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단순히 다산이란 대학자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강진으로 귀양 와서 첫 번째로 기거한 곳이 사의재요, 그 체험 장소가 ‘한옥체험관’이라고 할 때 다산의 정신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무미건조한 체험관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특히 제자들을 가르침에 있어 어떤 순서를 하였는지, 왜 그렇게 하였는지를 상세히 안내해야 하고, 또한 그렇게 가르치기 시작한 제자 황상과 이청이 어떻게 학문을 이루었는지를 안내했을 때 ‘한옥체험관’은 더욱 빛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막집 노파와의 일화와 함께 황상을 처음 사의재에서 만났던 대목도 안내해야만 한다. 스토리가 없는 체험관은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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