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젊은 우수농업인6(축산인))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정훈균 축산인
“기능성 소를 키워내 축산업에서 성공” 의지 불태워
“축산업은 별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현실적으로 가능”
처음에 역겨웠던 소똥 냄새, 지금은 향기로운 냄새로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정훈균(37) 씨는 새내기 축산인이다. 남들이 축산업이 위기이고, 어렵다고 하는 때에 시작한 축산업, 그러나 그는 작년 말부터 새로운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미래 축산업을 통해 부를 이루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그가 축산업과 농업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바로 군에서 실시한 일본선진우수농업 현장연수를 다녀온 후다. “이제 이곳에 못 박아야겠구나 생각됐어요”라고 말하는 정 씨는 “농업이라는 것을 우습게만 봤는데, 농업을 통해서도 부를 추구할 수 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요.”라며 자신은 농사에 농자도 모른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 씨는 4년 전 아버지의 터전인 대구면 사당리에 내려와서 살게 되었다. 정 씨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고금도에서 미역공장을 하셨다. 이후 지리적 조건이 더 나은 대구면으로 미역공장(대륙수산)을 이전하였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정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로 전학하여, 줄곧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한 정 씨로서는 막상 아버지의 부름에 강진군 대구면으로 왔지만, 친구가 전혀 없다.
직업 전문대에서 기계설비과 학사취득을 한 후 건축자재 설계계통과 생산관리를 겸하는 직장 세 곳에서 33세까지 근무해왔다. 정 씨가 아버지의 터전으로 합류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무작정 내려오라는 부름 때문이었는데, 명령과 강요가 섞인 부름이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아버지가 10여 년 동안 계속된 지병이 있는데다, 어깨 쪽 인대를 또 다치신 거였다. 미역공장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힘없이는 가동이 힘들기 때문에, 외아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미역공장은 인근 아주머니들이 자신의 농사를 하면서, 부업으로 돈벌이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른 미역공장과 달리 서울에 이모부가 운영하는 영업소를 두고 있기 때문에, 1년 나가는 매출 량이 항시 정해져 있다. 영업소로 95%를 소비하기 때문에 아주머니들이 해주는 양으로도 충분하고, 한 차례 나가고 나면 다시 내년 량을 비축하는 시스템이기에 고정인부 없이도 충분히 운영된다.
아버지가 건강상 이유로 아들을 불렀지만, 당시 정 씨의 사정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었기에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아버지는 미역공장 외에 주유소 등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계셨는데, 큰아버지가 고금도에서 축산업을 하고 계신 것에 영향을 받아 축산업을 시작하려던 참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셨다. 마침 훈균씨의 사정도 빨리 내려올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건축경기가 좋지 않아서 회사의 재정상태가 나빠지면서, 그만두고 다른 데로 옮기려던 참이었다. 여기저기서 스카웃 제의도 받았지만, 결국 뿌리치고 아버지의 부름에 따랐던 것은 직장을 옮기려던 참이었기 때문이 컸다.
그러나 대구면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1년 정도만 있다가 다시 직장을 구해 올라갈 생각이었지, 농촌에서 축산인이 되어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훈균씨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막내딸 부부에게 내려와서 살면 해줄 조건을 내걸었던 터였다. 그래서 막내 동생 부부는 신혼을 이곳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가 시작한 축산업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축사를 손수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젊어서 철공소를 하기도 했던 터라 손재주가 좋았고, 훈균씨 또한 기계수리 전기 등에 관련된 것들은 만지만 뚝딱뚝딱 고쳐진다. 아버지와 매제와 함께 힘을 합쳐 지은 축사는 땅값에 자재, 소 46두를 넣는데 1억8천 정도가 들었다. 여기에 그동안 훈균씨가 모아놨던 6,000만원을 썼다. 당시 융자 받는 것도 결국 빚을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1% 저리융자가 있어도 받고 싶지 않았다. 나중 준비할 무인살포기, 원형절단기, 퇴비살포기 등 기계 준비에도 또 돈이 들것이고, 그때 또 융자를 받아야 될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축사를 손수 지었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절감했다. 지금 이 축사에는 소 52두가 있고 3년째 키우고 있으며, 올해 5~6월에 낼 예정이다.
그리고, 두 번째 축사를 짓고 있었던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이번에는 낙상을 하여 입원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수술을 하고 두 달이 넘는 동안 입원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매제와 둘이서 축사 짓기를 계속할 수 없어 중단한 상태고, 미역공장 또한 바쁜 겨울철을 맞아 짓던 축사를 그대로 방치한 채, 이래저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 소 값을 보면, 암송아지 85만~100만원이고, 숫송아지는 100만~120만원이다. 훈균씨가 숫송아지를 구입할 당시만 해도 평균 170만원이었고, 3년을 키운 것을 계산 할 때, 올해 소를 팔면 결국 본전이나 될 것이 계산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볼 때, 농촌에서 축산업만을 해서는 수입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정 씨는 미역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축산업이 가능했고, 앞으로는 기능소를 만들어 내는데 중점을 두고 축산업에 더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한다면, 1년 순소득이 1억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그 길은 기능성 소를 만들어 냈을 때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래서 정 씨는 대구면으로 내려온 뒤 늘 배우러 찾아 다녔다. 군에서 하는 교육은 쫓아 다니면서 듣고, 교육기회가 있으면 꼭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농업 전반적인 것을 공부해야 축산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훈균씨는 “남들이 안 좋다 하는데, 이때가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소라는 게 결과물이 늦게 나오기 때문에, 실상은 어렵지만 미래까지 내다 봐야죠”라며 “농작물이 1년 내 수확이 되는 것에 비해 축산업은 최소 2년이 넘는 기간을 공들여야 하죠. 기존 하시는 분들은 나름 노하우가 있겠지만, 처음하기 때문에 많이 배우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축산업은 배우고자 해도 구제역 때문에 쉽게 안 들여 보내주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오는 것을 꺼려하기에 정보 교환하고 싶어도 힘든 점이 있어요”라며 축산업을 하면서 애로점은 현장에서 배우기 힘든 점임을 털어놓았다.
이제 축산업에서 살길은 기능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훈균씨는 믿고 있다. 지금도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게 키워낸다면 수익은 되지만, 미래를 내다봤을 때는 결국 기능소를 키워낼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긴 인내를 필요로 하므로, 미역공장을 병행하면서 해나갈 때 또한 가능하다.
정훈균씨는 이제 소똥 냄새가 좋아졌다. 처음엔 소똥 냄새가 역겨웠는데, 점점 향기로 느껴진다는 것, 그것이 자신이 변화된 첫 번째다. “농촌은 젊은 사람이 내려와 살기 힘든 점이 있어요”라며 “친구에서 무작정 농촌으로 내려와라 이런 말을 했다가, 어느 순간, 정말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현실로 농촌에서 살려면,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터가 없으면 농업을 시작하기 힘들다. 5~6억을 들고 농촌에 온다 해도 쉽게 농업에 뛰어들기 힘들다는 점을 느끼면서, 정말 농업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정훈균씨는 아직 미혼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소개팅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여자 쪽에서 하는 첫 마디는 “머네요”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점점 결혼 생각이 멀어지면서 언젠가는 짝을 만나겠지 하고 생각해버렸다. 시골이라고 이미 말했는데도, ‘머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일단 농촌에 대한 거부감이고, 농촌남자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느껴졌다. 결혼조건도 구지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광주나 목포 등 인근 도시에 거주지를 두고 단지, 일터가 대구면 사당리일 뿐이라는 개념이라 말해줘도, 농업인은 결혼대상에서 먼 순위 같다. 그렇지만, 훈균씨도 싫은 여자가 있다. 뚱뚱한 여자다. “뚱뚱한 여자는 싫어요. 나도 살이 좀 찐다 싶으면, 윗몸 일으키기라도 한다든지 살 빼려고 노력하는데,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빼려고 노력 안한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되요. 그런 나보고 눈이 높다고 하면 안 되죠”
그렇지만, 자신 또한 시골로 내려온 뒤 힘든 때가 있었다. “내려와서 1년 있는데, 정말 내가 바보가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하루 3시간씩 자고 사람들과 바쁘게 생활하던 도시 생활에 비하면, 너무 시간이 많았어요.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고, 교류할 사람도, 동료도 없다보니 바보상자만 쳐다보게 되고,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나도 정말 바보 멍청이가 되겠구나 싶었죠”라며 같은 또래도 없고, 대화상대가 없는 시골 생활에서 지겨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훈균씨는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겪어냈고 4년째 접어든 지금, 농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 “도시에 살면서 농업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도시인들의 대부분은 농사는 힘들고, 돈도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실제로 종사하면서 느낀 것은 다릅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말에 무척 힘이 느껴진다. 특히, 일본우수농업 연수를 통해서 보고 느꼈던 것은, 농산물로도 크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큰 자긍심이 생겼고, 이제는 농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먼 미래의 부, 그것에 앞만 보고 가기로 했다.(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